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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2 블록4 미사일은 개발 중지된 무기

 

<오마이뉴스>는 29일자 '일본, 요격미사일 발사시험 한국 참관 거부했다' 기사를 통해서 송영무 해군참모총장이 미국 측에 SM-2 블록 4 미사일 구매를 요청했고, 미국 측은 이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는 내용을 적고 있다. 물론 월간 <디앤디포커스> 1월호 기사를 인용하고 있지만 정말 어이가 없는 내용이다.

 

미국은 2000년대 초반에 이미 SM-2 블록 4 미사일의 개발을 중지한 상태이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필자가 국회의원 보좌관업무를 하던 시절, 해군 당국도 인정했던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해군참모총장이 지난 6월 4일 미국 출장 시 마이클 멀린 미 해군참모총장에게 구매의사를 타진했고 이에 미국 측이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는 기사가 알려진다는 것은 국제적 망신거리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해군이 한미일 공동으로 록히드마틴사의 이지스 전투체계를 구매할 때 대한민국해군은 이미 미국의 MD체제에 들어갔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음에도, 해군 당국과 정부는 항상 부인해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개발이 중지된 SM-2 블록 4 미사일 구매의사를 한국해군이 흘리는 것은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해군의 무식함을 드러내는 것이거나 아니면 해군이 국민에 대해 저급한 기만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필자는 해군이 전자의 이유로 SM-2 블록 4 미사일 구매를 요청했다는 사실에는 동의할 수 없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잘 아는 내용일 뿐만 아니라 해군도 개발 중단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왔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해군이 MD용 무기인 SM-3 미사일 구매요청사실이 알려질 때 나타날 수 있는 반대 여론과 비판을 피하기 위해 흘리는 저급한 언론 플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그런 가설도 가능할 것이다. 미국이 한국만을 위해 SM-2 블록 4 미사일을 별도로 개발해서 한국에만 공급해주는 상황을 생각할 수 있으나 미국의 무기 개발형태로 보아서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아니면 미국과 한국이 짜고 SM-3 미사일에 SM-2 블록 4라는 표식을 붙여서 한국에만 판매하는 일종의 한미공조 사기행위도 상정해 볼 수는 있으나 나중에라도 알려질 경우 국제적 망신이 가능한 것이므로 이 또한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정부와 해군, 이제는 솔직해져야

 

같은 무게의 금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사오는 록히드 마틴사의 SM-3 미사일 통제를 위한 전투체계를 장착한 이즈스함 1호 세종대왕함의 실전배치를 앞두고 해군의 속내는 답답할 것이다. 비싼 총은 사왔는데 총알 없이 운용을 해야 할 판이라 더 그렇다.

 

문제는 해군이 보유한 이지스 전투체계는 미국 MD용인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해군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MD용 무기가 아니라는 주장을 해왔고, 내용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모르쇠로 일관해 왔기 때문에 진퇴양란에 빠져있는 것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는 것과 세종대왕함의 실전배치가 맞물리는 시점에서 해군은 어떻게든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터인데 그동안 해군이 해왔던 행보로 인해 해군이 예기치 않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군사분야에서 최고 권위가 있어야 할 송영무 해군참모총장이 개발 중단된 무기를 도입 요청했다는 내용이 언론을 탄다는 그 자체가 해군의 입장에서는 국제적 망신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동안 해군은 한미일이 공동구매하기 때문에 이지스 전투체계 가격을 대폭 할인을 받았고, 3대를 동시에 구매하기 때문에 추가 할인을 받았다는 내용을 공공연하게 밝혀 왔다. 해군이 밝히는 할인 액수를 필자는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겠다.

 

더욱이 이지스함에 장착하는 록히드 마틴의 이지스 전투체계사업의 지불방식이 사후 원가 정산방식이기 때문에 해군이 할인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것이 무기거래의 시스템을 아는 사람들의 견해이다.

 

아무튼 이제 해군은 더 이상 국가 망신을 시키지 말고 솔직해 져야 한다. 일국의 참모총장이 개발 중단된 무기를 구매 요청했다는 것 자체에 대해 해군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만약 해군총장이 모르고 그러한 요청을 했다면 즉각 국민들에게 사과하거나 스스로 사임해야 할 것이다.

 

만약 알면서도 국민을 기만하기 위해서 그와 같이 했다고 한다면 대통령은 즉각 사실관계를 조사해서 정부와의 협의 하에 진행된 것인지 해군 단독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밝혀야 할 것이다. 만약 정부와 협의 하에 이루어진 것이라면 관련자들을 모두 처벌해야 하고, 해군이 독자적으로 한 일이라면 해군의 관련자들을 문책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해군 모두가 솔직해져야만 더 이상 웃음거리가 안 되는 것이다. 지금 먼저 정부가 밝혀야 할 것은 MD체제에 편입될 것인가 아닌가를 정확히 알려야 한다. 아니면 이와 같은 망신은 반복되는 것이다. 특히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후예를 자처하는 해군은 명예를 중시해야 한다.   

 

국방의 다른 분야는 어떨까?

 

이번에 해군에 의해 나타난 개발이 중지된 무기체계의 구매요청과 같은 현상이 과연 해군의 SM-2 블록 4 미사일 에서만 그러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분야에서도 비일 비재했는지에 대해 국민들과 정부는 한 번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잘 모르고 관심이 없다고 해서 국방 관련 기관들이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가의 협상력은 저하되고 많은 국가의 예산이 낭비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군사력의 증강, 즉 국방력 강화의 문제와 국방비의 효율적 사용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임에도 국방과 관련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를 동일시 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국방비의 효율성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국방력증강의 당위성을 말하거나, 말도 안 되는 비밀주의를 통해 국회나 시민단체들의 올바른 비판기회를 원천 봉쇄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국방부는 국방의 다른 분야에 있어서도 이러한 문제는 없었는지 잘 점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언론도 보다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올바른 지적이 가능한 분야에 대해서 한 번의 조사 없이 기사화 하거나 정부와 관련자들의 입장을 두둔하는 기사를 양산해서는 안 된다.

 

MD용 PAC-3 미사일과 SM-3 미사일의 실전배치가 늦어진 건 성능미달 때문

 

참고적으로 한 가지 사실만 부연 설명한다면 대한민국해군은 SM-3 미사일 구매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 그동안 미국방성이 개발한 MD용 미사일이 실전에 배치되지 못했던 이유는 미국의회 회계검사원(GAO)이 성능미달을 이유로 거부해 왔기 때문이다.

 

GAO는 미국방성과 록히드마틴이 명중 실험한 것은 실전상황에서의 요격실험이 아니고 그야말로 명중을 시키기 위한 시험평가였기 때문에 시험평가 자체를 인정할 수 없고 성능미달이라는 이유로 거부해 왔던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개발하는 무기를 일본에서 실험했다는 사실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미국이 미국 내에서 실험을 하지 않고 일본에서 실험한 숨겨진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추론이다. 미국 내에서 실험 시 실패에 대한 부담을 덜기위한 것이거나, 미국이 풀지 못한 기술적 한계를 일본이 풀어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일본에서의 미사일 실험이 어떠한 조건에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만약 그러한 것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도입을 서두른다면 한국은 성능 미달의 미사일을 비싼 값에 사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설령 MD체제로 간다고 하더라도 좀 더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미의회 회계검사원(GAO)이 성능미달로  MD용 미사일의 실전배치를 미루어 온 것을 한국정부와 국회와 국방관련 당사자들은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국내에서 개발했기 때문에 성능 미달이어도 실전배치 시키겠다는 한국적 사고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한국의 많은 무기체계가 국내개발이라는 이유로 성능이 미달되었음에도 배치되었던 것으로 필자는 파악하고 있다. 미국의회와 같은 기능이 한국국회에도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국방력 증강과 국방비 낭비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태그:#국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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