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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 노동자들이 인력사무소 앞에서 소장의 출근을 기다리고 있다.
▲ 새벽 다섯 시, 인력사무소 앞 일용직 노동자들이 인력사무소 앞에서 소장의 출근을 기다리고 있다.
ⓒ 이홍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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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라는 법칙

"아니, 그렇다고 만 원을 떼면 됩니까?"

나는 종종 아르바이트를 하러 동대문구에 있는 한 인력사무소에 나간다. 두 달 전 여기에서는 작은 말다툼이 있었다. 일용직 노동자 김성택(가명)씨가 인력사무소 소장에게 시시비비를 따졌다.

날품을 파는 노동자들은 보통 새벽 다섯 시에서 다섯 시 반까지 인력소에 출근한다. 인력소에서 일을 배당받고, 건설 현장에 보통 오전 7시까지 도착해야 한다. 그래서 아침식사는 현장 측이 일용직 노동자에게 제공토록 되어 있다.

하지만 현장의 특성상 아침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조그만 현장은 식당이 없기도 하고, 외진 곳에 있는 현장은 이른 시각에 식사를 배달시켜 먹기도 어렵다. 이런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에게 아침을 먹고 오라는 조로 일당에 5천 원을 붙여준다.

그런데 전날, 인력사무소는 김성택씨의 (아침 식사비가 포함된) 일당 9만5천 원에서 소개비 명목으로 1만 원을 뗐다. 아침 식사비 5천 원이 일당에 포함된 걸로 계산하더라도 수수료는 10%(9500원)이니 5백 원을 더 뗀 것이다. 5천 원이 일당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수수료는 9000원이니 인력소는 1천 원을 더 뗀 셈이다. 인력소에 가는 차비, 인력소와 현장을 오가는 차비, 작업용 장갑 구입비, 때때로 사야 하는 안전화 비용, 모두 일용직 노동자가 부담한다. 그들에게는 500원이든 1000원이든 작은 돈이 아니다.

김씨가 화를 낸 것은 인력소와 날품팔이 노동자 간에 분명하게 그어진 10% 수수료의 법칙을 어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까지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문제를 제기해볼 수 있는 부분은 말이다. 10%로 굳어진 인력사무소의 소개비 수수료는 누구도 건드리지 않는다. 덧붙이면, 관할 기관에 문의해본 결과 위와 같은 10%를 초과한 소개비 청구는 명백한 불법이다.

10%의 길고 긴 역사

새벽 다섯 시경, 2014년 1월 7일 동대문구의 한 인력소 앞에서 노동자들이 인력소장의 출근을 기다리고 있다.
▲ 새벽 인력소 앞 새벽 다섯 시경, 2014년 1월 7일 동대문구의 한 인력소 앞에서 노동자들이 인력소장의 출근을 기다리고 있다.
ⓒ 이홍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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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 10년 차든 20년 차든 다들 아주 오래 전부터 '10%'였다고 말한다. 종종 10%보다 더 많이 떼이기도 했지만, 10%보다 적게 떼인 적은 없다. 날품팔이 경력 10년차든 20년 차든 언제부터 10%였는지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 같다.

"상당히, 오래 됐다."

고용노동부 고시 제 2013- 22호를 보자.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직업안정법 제19조 3항은 '유료직업소개사업을 하는 자는 고용노동부장관이 결정·고시한 요금 외의 금품을 받아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다.

노동부 고시 2013-22호는 '고용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고용기간 중 지급하기로 한 임금의 100분의 20 이하(건설일용의 경우에는 100분의 10 이하)를 징수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부분이 '가'목, '구인자에 대한 소개요금 징수'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곧 10%는 거둘 수 있으나, 그 10%는 구직자가 아닌 구인자, 곧 건설회사에게서 받을 수 있는 돈인 것이다.

'나'목에 속한 '구직자에 대한 소개 요금 징수'를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고용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고용기간 중 지급하기로 한 임금의 100분의 4 이하를 징수한다'고 적혀 있다. 곧, 노동자 임금에서는 4%까지만 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용역 공급 명세서 상에 적힌 일당 9만 원 가운데, 인력소는 당당하게 9천 원을 떼고 8만1천 원을 지급한다. 노동자 임금에서 떼는 10%는 어떻게 '합법'이 된 걸까?

고용노동부 고시 가목 3항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3) 간병, 파출부, 건설일용 근로자인 경우에는 위 소개요금의 한도 내에서 직업소개기관과 구직자간에 별지 서식의 건설일용 및 간병·파출 소개요금 대리수령 동의서에 의한 서면으로 합의한 소개요금을 구직자가 사업주로부터 대리 수령하여 직업소개기관에 전달할 수 있다.'

별도의 서면 합의가 있다면 구직자의 임금에서 소개비 명목으로 10%를 뗄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구직자가 사업주로부터 대리 수령하여 직업소개기관에 전달한다'는 부분이다. '국내유료직업소개사업'의 관할 기관은 각 지자체다.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동대문구청 일자리창출과에 문의해봤다.

말인 즉, 인력 단가가 9만 원이라고 했을 경우, 인력소에서 떼는 9000원에는 이미 구인자(건설 사업주)에게서 받을 수 있는 10%가 포함되어 있는 것. 인력소가 따로 구인자(건설사)에게 청구할 소개비를 구직자, 곧 건설 노동자 노임에 포함시켜 대신 수령한다는 뜻이다. 곧 10%는 현행법상 합법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고시의 전제는 '서면 합의'다. 해당 고시 1조에는 '다만, 구직자에 대한 소개요금은 반드시 서면계약에 근거하여야 하며'라고 적혀 있다. 제1조 1항 가목의 작은 괄호3번에도 '서면으로 합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대문구청 일자리창출과 정선영씨가 말하길, 서면합의가 안 되면 불법의 소지가 있다고 한다. 고용노동부 고시 제 2013-22호에 별첨된 '대리수령동의서'에 인력소와 노동자가 일당과 소개비에 대해 서로 합의하고 서로 그 사실에 대한 인지를 해야 하며, 서명까지 마쳤을 때, 소개비 10%는 합법이 된다.

나는 '대리수령동의서'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적도, 서명을 한 적도 없다. 그저 관행이라고 묵인해야 할까?     

갈수록 무거워지는 10%

같은 현장으로 일을 몇 번 나가서 이야기할 기회가 많았던 박재영(가명 41세)씨은 일주일에 많아야 4번 인력소로 출근한다. 아직 40대 초반으로, 인력소에 나오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을 밑도는 나이지만, 그에게도 건설 잡부 일은 힘들다. 그는 젊었을 때 무리해서 벌여 놓았던 사업이 망해서 거의 10년째 인력소를 맴돌고 있다. 그의 지금 한 달 수입은 150만 원 선에서 오르락내리락한다. 그가 한 달에 150만 원을 번다고 했을 때, 인력소가 소개비 명목으로 가져가는 돈은 17만 원 정도다.

비계공들이 건물 철거 장막을 설치하기 위해 비계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은 2009년께 찍은 사진.
▲ 비계 작업 비계공들이 건물 철거 장막을 설치하기 위해 비계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은 2009년께 찍은 사진.
ⓒ 이홍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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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나가면, 인력소에서 얼마를 떼는지 잘 모르는 건설사 직원들은 호기심에 묻곤 한다. 10%라고 대답하면, 누군가는 인력소를 향해, '도둑놈'들이라고 욕하고, 인력소 경험이 있는 이들은 '옛날이랑 똑같다'고 하고, 누군가는 '별로 안 뗀다'고 말한다. 10%가 많은지 적은지, 거기에 대한 생각은 제각각 다르다.

나는 약 한 달 전에 12만 원짜리 일을 다녀왔다. 소장은 일당이 12만 원이고, 하루 종일 삽질을 해야 하는 일인데 갈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인력소에 모인 사람들이 대부분 막일에 잔뼈가 굵은 이들이다. 그래도 제 몸이 유일한 자원이라, 몸이 상하는 일은 대부분 꺼린다. 나는 어차피 일주일에 한두 번 나와 아르바이트를 하는 터였다. 몸 좀 망가지면 어떠냐 싶어서, 소장에게 "제가 갈게요"라고 했다.

온종일 삽질을 했다. 폭 50센티미터 길이 5미터 깊이 1미터의 기다란 호를 팠다. 이미 다 지어진 건물이었는데, 실수로 건물 외부에서 내부로 이어지는 각종 전선을 매설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래서 전기, 통신선이 묻힐 호를 파야 했다. 포클레인이 들어오기에는 너무 좁은 공간이라 사람이 팔 수밖에 없었다.

일당이 12만 원이었기에 소개비로는 1만2천 원을 떼였다.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살짝 늘어난 것 같았다. 군에 있을 때, 야구를 하다가 팔꿈치 인대가 늘어나서 외진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 팔을 내밀어 10만8000원을 받아 집으로 왔다. 9000원이나 1만2천 원이나 똑같은 10%였지만 3000원이 주는 무게는 꽤 컸다. 어쩔 수 없는 10%라곤 하지만, 1만2천 원 떼이는 게 너무 아까웠다.

조금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 앞으로 건설 현장 잡부 일당도 오른다고 가정해보자. 일당이 오르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만큼 소개료 10%의 무게는 늘어날 것이다.         

인력소는 고수익 장사? 그만큼 위험 높은 투자?

건설 인력사무소는 직업소개사업이자, 돈 장사다. 건설일용직 직업소개업을 하는 사업자들의 협회인 (사)건설일용근로자 일드림협회 홈페이지에 표시된 내용에 따르면, 전국에는 약 6500개의 건설인력소개소가 있고, 그 가운데 4500곳이 대불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불시스템이란, 건설사와 인력 공급 계약을 맺은 인력소가 일용직들에게 그날그날 일한 일당을 지급하고, 나중에 건설사로부터 돈을 받는 것을 말한다. 건설사의 대금 결제 주기가 한두 달이라고 하면, 인력소를 운영하는 이는 수억의 돈을 한두 달 단위로 돌리며 수익을 얻는다. 

하루에 30명 정도를 출력(出力)하는 인력소를 예로 들어보자. 일인 일당이 9만 원이라고 했을 때, 30일 동안 이 인력소가 투입한 금액은 약 8천만 원이다. 그 가운데 인력소의 수익은 10%. 약 800만 원이다. 사무실 임대료나 각종 세금과 공과금 등을 제외하면 조금 줄어들겠지만, 투자금 대비 월 수익 10%는 적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건설사가 부도가 나거나 결제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나몰라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한 손해는 온전히 인력소를 운영하는 이에게로 귀속된다. 수익이 높은 만큼, 위험도 높은 것이다. 내가 다니는 인력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곳은 하루에 10명씩 한 달 정도, 한 현장에 꾸준히 사람들을 보냈다.

그런데 현장과의 인력 공급 계약이 끝나고 건설사가 대금 결제를 꽤 오랫동안 미뤘다. 당시 인력소 분위기는 심각했다. 인력소 소장은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무력시위라도 하길 권했다. 무력시위를 하진 않았지만, 다행히 돈은 받았다. 소장 입장에서는 어림잡아 3000만 원을 잃을 뻔한 것이다.

인력소에 다니다 보면, 폐업한 인력소 이야기도 종종 들린다. 무리하게 거래처를 늘리면서 차입금을 늘렸고, 그러던 중에 거래처(건설사) 하나가 엎어졌고, 빚이 감당이 안 되어 결국 문을 닫은 곳도 있다고 한다.

인력소는 노동자의 편일 수 없다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일을 더 보내야 인력소가 돈을 더 버는 이상, 인력소들의 경쟁이 발생하고, 그 피해는 날품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내가 한 일 가운데 단가가 가장 낮았던 일은 몇 번 다녔던 8만5천 원짜리였다. 일반적인 단가 9만 원보다 5천 원 적은 경우였다. 단가가 5천 원 적다고 해서 일이 5천 원어치 덜 힘들지는 않다.

작년 가을, 지금은 완공된 경기도 호평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 몇 번 가서 일한 적이 있다. 시공사였던 중견기업 H건설사가 부른 인력은 8만5천 원짜리였다. 같은 현장, 토목 공사를 위주로 하는 하청 D사가 부른 인력은 9만 원짜리였다. 하는 일에는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육체나 정신이 받아들이는 노동의 강도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인력소가 노동자 생각한다면, 저런 단가 낮춘 일은 서로 안 받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인력소는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단가 낮추는 기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일당이 5000원 적은 곳으로 일을 나갔을 때 김지철(가명)씨에게 들었던 말이다. 당시 나는 '그래도 어쨌거나 사무실(인력소)에서 한 명이라도 더 나가는 게 낫지 않느냐'는 식으로 말했다. 그는 부분적으로 동의를 하면서도, "근데 자꾸 그러다보면 임금이 깎인다"고 했다.

철근 일 같은 경우가 그렇다고 했다. 때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철근 일 같은 경우, 0.1(잡부 일당의 10분의 1, 9천 원)만큼 더 주었지만, 언젠가부턴 겨우 3천 원 더 붙여준다. 오른 임금을 인력소 차원에서 방어하지 못했고, 그래서 깎였다"고 말했다.  

인력소는 언제나 일할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 가로등 기둥에 붙은 인력소 홍보 스티커들 인력소는 언제나 일할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 이홍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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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현장 수가 급감하면서 인력소에서는 대마찌(일거리가 없어서 인력소에 나온 일용직 노동자를 퇴짜 놓는다는 뜻의 일본식 표현)가 잦아지고 있다. 생각보다 심각하다. 지난 1월 7일 화요일, 여름이나 가을만 해도 하루에 30명은 보내던 곳이다. 그날 정확히 8명이 현장으로 나갔다. 물론 나도 대마찌를 맞았다. 겨울엔 임금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이형석(가명)씨는 "여기는 아니지만, 겨울에는 인력 단가가 7만원 대까지 떨어진 곳이 분명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안은 없는가

2013년 12월 20일 배포된 통계청 보도자료, <전국사업체조사로 본 최근 5년간 산업구조변화>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의 일용직 및 임시직 수는 약 240만 명이다. 2007년에 비해 약 60만 명이 증가한 수치다. 모든 사람이 건설 일용직은 아니지만, 대부분 직업소개소를 통하거나 인력공급업체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이다.

일용직, 임시직이 자꾸 늘어나는 지금 상황에서, 장기적인 해결책은 일용직으로 빠지는 인력들을 더 나은 일자리로 끌어들이기 위해 근로 조건이 좋은 정규직 일자리를 더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안정적이고 노동 환경이 더 나은 일자리를 다량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그야말로 '장기적인' 목표일 수밖에 없다. 사회적 약자인 일용직 노동자를 위해서는 임금상승과 소개비 인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한 인력소개소는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에게 5%의 수수료만 떼고 있다. 9만 원 일당이라면 4500원만 떼는 것이다. 이곳은 건설근로자공제회가 '건설일드림센터'라고 지정한 곳이다. 10%의 소개비 가운데 나머지 5%는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보전해준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이에 더해, 일드림센터에 월 단위로 일정 목표인원 이상 취업시킬 경우, 월 630만 원에서 1050만 원 수준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김창년 건설노조 서울 건설지부 지부장에게 반값 소개비 인력소가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물었다.

"우선 노동자의 임금이 조금 높아진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유료직업소개소라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국가가 실업을 방지할 의무가 있는데, 그 일을 민간이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5% 직업소개소가 좋은 일을 하는 거 같지만, 그 업자들은 건설공제회에서 나머지 5%를 충당 받습니다.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자금도 따지고 보면 결국 건설노동자들의 돈이죠. 직업소개소 버는 돈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 돈입니다. 10%든 5%든 어차피 노동자들 돈이죠. 법적으로는 합법이라 할지 모르지만, 분명한 중간착취입니다."

대안을 묻는 질문에, 김 지부장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지 않으면서, 모든 소개요금을 건설사업주에게 부담하게 하든지, 아니면 정부가 무료 직업소개소를 운영해야 합니다. 비영리로 말이죠"라고 말했다.


태그:#인력소, #소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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