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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간된 한나라당 당보(제48호)에 이회창 총재와 부총재들의 신년사가 나란히 실렸다. 특히 이 총재의 당원용 신년사에 언급된 '반듯한 나라'라는 용어는 '국민 우선 정치(people first)'에 이은 두 번째 이미지 슬로건으로 각종 게이트에 얼룩진 집권여당과 차별화하기 위한 이미지 전략으로 보인다.

12명의 부총재들의 신년사에서는 역시 주류와 비주류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주류측 인사들이 '화합'과 '단합'을 강조한 반면 일부 비주류측 인사들은 '자기반성'과 '정당 내부개혁' 등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우리 당의 무게중심인 이회창 총재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양정규 부총재는 "다가오는 미래를 위해 수권정당·책임정당으로서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진재 부총재는 임오년인 내년에는 '임오군란의 혼란'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회창 총재를 중심으로 올해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여 지금의 혼란을 극복하고 국운을 되살려야 할 역사적 책무가 우리 한나라당에 있음을 명심하자"고 강조했다.

박희태 부총재와 강재섭 부총재는 특히 '단합'을 강조했다. 박 부총재는 "폭풍처럼 몰아치던 우리 당 파괴공작을 물리친 것도 단합의 힘이었다"며 "새 정권 창출도 단합해야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강 부총재도 "한나라당의 하나됨을 보여주자"며 "우리 당이 21세기 한국을 이끌어가는 선도자가 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의 핵심측근인 하순봉 부총재는 김대중 정권의 실패 원인을 '집권세력의 무능과 급격한 부패'라고 지적하며 "우리는 현 정권의 실패에서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서 "그래서 우리 당과 이회창 총재가 강조하고 내세운 것이 국민 우선 정치이며 국가혁신위원회"라고 말했다.

자민련에서 무소속으로 다시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강창희 부총재는 노골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자신은 민주당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한나라당에 들어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처럼 나라가 흔들릴 때에는 무게중심을 한곳으로 집중해야 합니다. 이제 그 무게중심은 우리 한나라당에 와 있고, 그 선두에 이회창 총재가 있습니다. 이제는 힘을 모아야 합니다. 개인과 소집단의 이익은 뒤로 미루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 당이 정권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를 먼저 정비해야"

하지만 비주류측 인사로 분류되고 있는 박근혜 부총재와 이부영 부총재는 '내부개혁'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이 총재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최근엔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박 부총재의 신년사 중 일부를 인용해본다.

"먼저 우리 스스로 당을 민주적이고 정책적이고 활력있는 정당으로 변화시키고, 국민들에게 오직 국가과 국민만을 생각하는 정당으로 평가받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를 정비하고, 서로 화합하고 힘을 모으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이부영 부총재도 "(양대 선거에서도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항상 국민을 사랑하는,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는 겸손한 당이 되어야 한다"며 "역사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우리 당이 맡아야 할 사명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쇄신운동으로 점화된 '정당민주화'라는 역사적 흐름을 한나라당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환의 부총재는 광주지역 지구당위원장답게 한나라당에 대한 호남의 '훈풍'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김대중 열풍과 싹쓸이 풍토에 억눌려온 호남에도 이제 훈풍이 불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날마다 터지는 현 정권의 부정비리 사건을 보고 호남인들은 망연자실하고 있습니다. 호남사람들이 30% 가까이 살고 있는 서울 구로을과 동대문 보궐선거에서 우리 당이 압승한 것이 그 증거입니다. 우리 호남 지구당 위원장들은 올해의 양차 선거에서 호남의 정치풍향을 바꾸는 데 전력투구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정권창출을 기어이 이룩하고, 다음 총선에서는 국회의 호남공동화 현상을 없앨 것입니다."

이연숙 부총재는 여성출신답게 "우리 당이 여성정책에 가장 앞서가는 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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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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