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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의 방학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학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지만 어쨌든 방학이 시작되면 부모들은 아이와 씨름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이라면 해외로 단기 어학연수를 보내기도 하겠지만 농촌 지역에서 그런 집은 과연 몇이나 될까?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방학동안 학원을 가거나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부모들이 일을 하는 평일에도 각종 문화센터와 복지관, 심지어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에도도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위해 문화강좌나 체험활동 등을 마련하고 있다. 방학 동안에 다양한 것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시골지역에서도 방학이 되면 군청 주민생활지원과와 청소년종합지원센터 등에서 청소년교실이나 마술교실 등 다양한 강좌를 마련한다. 뿐만 아니라 읍면 축구회 등 단체들도 어린이를 위한 축구교실을 마련했고 지역 중고교, 대학들도 영어캠프와 단기교육과정 등을 마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강좌들은 수용인원이 적어 원하는 학생들이 모두 참여할 수는 없다. 또한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시골 중심지인 읍에서만 이뤄져 대부분의 학생들은 쉽게 참여할 수 없기도 하다.

 

시골 지역의 특성상 인구가 넓게 분포돼 있다. 그 말은 시골 중심지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이들 강좌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어린학생들을 데리고 나와야만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있고, 농한기라 농사일이 많이 없다 할지라도 매일 나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부모가 맞벌이를 한다면(농사일은 맞벌이로 볼 수 있다) 아이들은 방학을 하면 여러 문화를 접하거나 체험하는, 알찬 방학을 보내기는커녕 혼자 집에 남겨지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남해읍에 사는 한아무개(14) 학생은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다. 인원이 가득 차 방학 프로그램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오전에는 학교에서 '방과후수업'을, 오후에는 학원에 나간다. 그러다보면 저녁시간이라 학원 전후 틈틈이 컴퓨터를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면 하루가 금세 간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나이에 남해 상주면에 사는 박아무개(11) 학생은 방과후수업이 끝난 후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도 하지만 대부분 집에서 텔레비전만 본다. 상주에는 태권도나 피아노를 비롯한 학습 학원도 없기에 학원을 다닐 수도 없다. 몇몇 친구는 미조까지 학원을 다니기도 하지만 거리가 멀고, 상황도 여의치 않아 다니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부분 시골에는 학원이 없거나 한두 개에 불과해 방과후학교에만 의존하는 실정이며 변변한 문화공간도 없어 많은 학생들은 집에만 있는 무의미한 방학을 보낸다.

 

남해 상주면에 사는 한 학부모는 "주말이 되면 가끔씩 아이들과 삼천포에 있는 대형마트를 찾아 강좌를 듣기도 한다. 아이들은 좋아하지만 평일에는 시간이 되지 않고, 매주 가는 것도 힘든 실정"이라며 "근처에서 방학프로그램이 진행되면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지만 읍에서 진행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렇듯 학생들이 방학 중 갈 곳이 없는 것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방학프로그램이 있다고는 하지만 일부 지역에만 국한되고, 수용인원마저 부족하다.

 

고현면에 사는 또다른 학부모는 "학생들에게 방학동안에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꺼리'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시골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아이들이 방치될 수도 있다"며 각 단체에서 앞장서 방학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골의 방학프로그램은 많이 부족하다. 지역과 각 단체, 그리고 읍면사무소는 특색 있는 방학프로그램을 만들고,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도 확대해 많은 학생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 예를 들면 '달리기 모임'이나 '1, 2학년을 위한 종이접기' 같이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소소한 프로그램이라도 아이들을 '배려'하고 '함께'하는 그 의미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과 같이 갈 곳 없이 집안에서만 보내는 방학이 계속된다면 많은 학생들은 집안에 틀어박혀 무의미한 방학을 보내야만 한다. 아이도, 학부모도 개학만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방학이 계속되는 것이다.


태그:#시골, #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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