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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 많으신 분들께 덕담해드리기가 부담입니다. 그래도 좀 사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일본이 사과할 때까지 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해에는 더 건강하십시오."

김영만(70)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공동대표가 팔순·구순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한테 새해인사를 했다. 2014년 마지막 날인 31일 점심시간, 창원 창동예술촌 문화센터에서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대표 이경희, 아래 마창진시민모임)이 마련한 송년모임에 지역의 뜻있는 인사들이 참여했다.

경남에만 현재 6명의 할머니들이 살고 계신데, 이날 송년모임에는 2명이 참석했다. 다른 할머니들은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원해 있기도 하다. 한 할머니는 지난 11월 호흡곤란 등으로 사경을 헤매다 중환자실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각자의 자리에서 힘 모아 청산 노력해야"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이 31일 점심 시간에 창원 창동예술촌 문화센터에서 연 송년모임에서 문순규 전 창원시의원이 할머니들한테 꽃바구니를 선물하고 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이 31일 점심 시간에 창원 창동예술촌 문화센터에서 연 송년모임에서 문순규 전 창원시의원이 할머니들한테 꽃바구니를 선물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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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새해 바람을 비는 덕담을 전하기도 하고, 할머니들한테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지수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의원은 "여성의 이름으로, 여성의 힘으로, 할머니들을 오래 기억하고, 다시는 힘없는 사람들이 억압받는 일이 없도록 하루하루 노력하며 살겠습니다"는 글을 연하장에 적어 전달하기도 했다.

김영만 대표는 "'활XX' '어버이XX' 등 요즘 '잘 나가는' 단체들은 이름이 짧은데, 일본군위안부나 통일운동을 하는 단체들은 이름이 길다"며 "그만큼 애절하고 간절해서 그런 것 같다, 이름을 다 못 외울 정도이지만 우리가 꼭 해결해야 할 일이다"고 말했다.

손복남 마산지역자활센터 팀장은 "이전에는 몰랐는데 우리 지역에도 할머니들이 계신다는 사실을 알고 돕기 위해 참여하게 되었고, 요양보호사들을 통해 할머니들을 돕고 있다"며 "새해에도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지내시길 빈다"고 말했다.

성춘석 경남민족미술협회장은 "올해 회원들이 일본군 위안부의 아픔을 작품으로 그려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며 "회원들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공부를 하기도 했다, 일본이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그날까지 회원들도 예술을 통해 관련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배진아 행위예술가(화가)는 "일본군 위안부는 어두운 역사인데,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모아 청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문화의 힘으로 이를 세계적으로 알려내고,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회원들은 할머니들을 돕고 있다. 조경래 전 경남웨딩마치협회 회장은 이날 송년모임의 음식비용을 협찬하고, 후원금을 내기도 했다. 문순규 전 창원시의원은 할머니들한테 꽃바구니를 전달하며 "건강하게 오래 사십시오"라고 인사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31일 점심 시간에 창원 창동예술촌 문화센터에서 송년모임을 열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31일 점심 시간에 창원 창동예술촌 문화센터에서 송년모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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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취재해 보도했던 <아시아경제> 취재팀은 내의를 보내왔고, 박덕선 '산엔들' 대표는 자연건강식품을 갖고 와 나눠주었다. 또 할머니를 위해 호스피스 활동을 하거나 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유재심, 전안옥, 박영희, 이종대씨도 참여했다.

마창진시민모임은 창원에 일본군위안부 추모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기금을 모으고 있는데, 목표액에 거의 육박했다. 그런데 추모비를 세울 장소가 정해지지 않았다. 이 단체는 마산 창동거리 쪽에 세우기를 바라지만, 창원시는 창원 용지공원을 제안했다.

이경희 대표는 "기금 목표액이 거의 다 모여간다, 지금도 성금이 들어오고 있다, 연말에 가족들이 외식하려던 비용을 아껴 전달해 오기도 하고, 학생들이 책갈피를 팔아 모은 돈을 들고 오기도 한다"며 "이런 분위기를 보면 지역사회가 수준이 높고, 시민들이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추모비 장소는 역사적 의미가 있어야 하고, 접근성이 좋아야 하며, 교육적 효과도 있어야 한다, 마산은 과거 일제강제징용 중간 집결지 역할을 했기에 오동동거리는 역사적 의미도 있고, 몇 해 전 돌아가신 할머니 한 분이 오래 사셨던 곳"이라며 "창원시와 협의가 잘 되지 않고 있는데, 힘을 모아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이 31일 점심 시간에 창원 창동예술촌 문화센터에서 연 송년모임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지수 경남도의원(왼쪽)과 이경희 대표가 할머니들한테 인사하고 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이 31일 점심 시간에 창원 창동예술촌 문화센터에서 연 송년모임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지수 경남도의원(왼쪽)과 이경희 대표가 할머니들한테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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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본군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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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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