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다미아노

가수 다미아노 ⓒ 블루브릿지


'메시지'의 직역은 이러하다. 어떤 사실을 알리거나, 주장하거나, 경고하기 위해 내세우거나, 특별히 보내는 말. 그것은 어조나 상황에 따라 다분히 공격성을 내포할 수도 있겠고 회유, 응원, 자조의 색을 띌 수도 있다.

가늠할 수 없이 포괄적인 의미를 지니는 이 단어의 존재는 예술의 가장 밑바닥으로 가라앉아 근본적인 물음들을 긁어내고 있다. 즉, 진위의 마침표로서 메세지 만한 게 없는 것이다. 그것이 없는 창작물을 예상해 보라. 마지막 장 두 페이지가 뜯겨나간 소설책과 다를 바 무엇일까.

22살의 가수 다미아노는 가사의 울림, 입에서 귀로 향하는 정석적 루트의 메세지를 힙합음악의 최고 메리트로 꼽았다. 조금 더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라면 처음 마주한 아주 낮선 것들과의 조우도 서슴치 않으니, 그가 신봉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증이 일었다. 분명한 것은 유기적인 그의 고민과 행위들로 인해 또 하나의 볼품 있는 감각이 세상에 빛을 보는 셈이니 청자, 수요자로선 결코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미아노는 올해 9월 그룹 엠블랙 지오의 피처링으로 화제를 모은 소울 R&B 풍의 곡 '살 빼지마'로 메이저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그룹 걸스데이 민아 피처링의 'skyfall(스카이폴)'로 대중적 이슈를 이끌어낸 힙합신의 신예다.

크루 NEON의 리더이자 공신력 있는 컨피티션 1위에 빛나는 발군의 실력, 자체 프로듀싱, 영상 디렉팅에도 자질을 발휘하는 종합 아티스트로서 그의 미래에 긍정적 기대를 거는 이들이 무수하다. 그가 강조하는 메시지에 이끌리듯이 이 인터뷰는 진행되였다.

"한국힙합, 한복 입고 플로우 타자는 얘기 아냐"

 래퍼 다미아노

▲ 다미아노 "우리만의 문화, 우리나라만의 정체성을 다지는 것이 필요한데 이러한 말을 잘못 해석하면 '그럼 가야금 반주에 랩 해요?', '한복 입고 플로우 타요?'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중요한 건 '한국적인 의식'이라는 뜻이다. 한국인의 정서, 한국인만이 가진 한, 소위 '얼'이라고 표현하는 무형의 그것을 가사에 잘 녹여내는 것이 더 값지다고 본다." ⓒ 블루브릿지


- 다미아노라는 랩 네임 작명은 누가했나. 특별한 계기는?
"세례명이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내게 친숙한 느낌이었고 본래 쓰던 랩 네임은 다른 랩퍼분과 겹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희소성에 있어서 괜찮은 판단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단어의 어감이 획일화된 힙합 느낌보다는 유려한 아티스트의 이미지가 강해서 어필하고 싶었던 내 방향성이 잘 묻어난다고 생각했다."

- 어떻게 랩을 시작하게 됐는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난 후 힙합을 듣기 시작했다. 당시에 이 문화에 견문이 넓었던 친구들이 두루 있었고, 관심사를 공유하다 보니 활동 범위가 외향적으로 뻗어 나가게 되더라. 우연히 자작곡을 준비해야 하는 청소년 노래 대회에 참가하게 됐고, 그때 처음으로 가사라는 것을 써봤다. 대회는 뭐, 예선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지만 최초라는 나름의 의의도 있고 정말 좋은 추억이 됐다."

- 무엇이 이 길에 대한 확신을 만들어 주었나.
"어릴 적 기억은 틈만 나면 농구를 했던 것이 지배적이다. 라운드 플레이어를 꿈꾸기도 했지만 음악과 운동의 호감 경중을 따졌을 때 '조금도 쉴 틈 없이 즐겁다'는 건 전자가 더욱 강했던 거다. 고2 때 컴피티션 랩 경연에서 우승을 거머쥐면서 조금 더 확고해졌다. 그 전 까지는 문득문득 드는 의심 정도였다면 그것을 계기로 앞만 보고 가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가 궁금하다.
"타블로. 에픽하이 앨범도 물론 좋아하지만, 그보다 타블로 개인 앨범을 더욱 깊이 리스펙(존경)한다. 힙합이 가진 비판의식이라는 본질을 한국적으로 가장 잘 풀어내는 이가 타블로 아닐까 싶다."

- 한국힙합과 외국힙합을 구분 짓는 편인가?
"사실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마약, 갱스터 얘기를 백날 해봤자 겉핥기일 뿐 체감할 수 없다. 우리만의 문화, 우리나라만의 정체성을 다지는 것이 필요한데 이러한 말을 잘못 해석하면 '그럼 가야금 반주에 랩 해요?', '한복 입고 플로우 타요?'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중요한 건 '한국적인 의식'이라는 뜻이다. 한국인의 정서, 한국인만이 가진 한, 소위 '얼'이라고 표현하는 무형의 그것을 가사에 잘 녹여내는 것이 더 값지다고 본다."

- 그럼 무대에서 어떤 음악을 하고 싶나?
"비슷한 듯 얼핏 다르게 트레이싱(투사) 된 음악 말고, 주제 의식이 뚜렷한 희망적인 곡을 쓰고 싶다. 예전 한국힙합, 소울컴퍼니의 음악이 그러했던 것처럼."

 래퍼 다미아노의 신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걸스데이 민아

다미아노의 신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걸스데이 민아 ⓒ 블루브릿지


- 아이러니 하게도 다미아노의 가사에선 희망적인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맞다.(웃음) 현실을 반영해서 곡이 나오다 보니 좀 우중충했다."

- 특히 메시지가 담긴 곡이 있다면?
"'On My Desk(온 마이 데스크)'라는 곡이 있는데 '너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메시지도 메시지지만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 주제와 구현방식의 모태가 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 더욱 더 정감이 간다.

포털 사이트 검색결과를 보면, 랩퍼 지망생에게 추천하는 장비 대다수가 수십만 원대 중고가다. 그런 글을 보면서 좌절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게 됐다. 이건 아니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1차적으로 들었고 그래서 이 곡은 책상 위에 있는 최소한의 장비들로 최고의 사운드를 뽑아내려 노력했다.(다미아노는 10만원 대 UFO 마이크를 사용 중이다.)"

- 본인 곡 중에 가장 좋아하는 곡을 꼽자면?
"'time travel(타임 트래블)'이다. 뮤직비디오의 영상 색감, 그림체 모두 마음에 든다.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멋진 척, 센 척 가득한 곡은 사실 약간 부끄럽다.(웃음)"

- 'time travel'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빈지노는 미리 섭외한 건가?
"홍대에서 우연히 만나 정중히 부탁드렸다.(웃음)"

- 다미아노 하면 역시 컴피티션 우승경력이 가장 눈에 띈다.
"컴피티션 구성 자체가 신인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끌만한 구조다. 하나의 비트를 가지고 수 백명의 랩퍼가 곡을 만들어 낸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지 않나? 같은 비트를 쓰다 보니 조금 더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있어 공정한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즐겁게 몰두해서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소속사와 데드라인 생겼지만...음악으로 스트레스 해소"

 다미아노가 직접 제작한 'Skyfall(feat.걸스데이 민아)' 뮤직비디오.

다미아노가 직접 제작한 'Skyfall(feat.걸스데이 민아)' 뮤직비디오. ⓒ 다미아노


- 믹스테이프 비디오 영상을 직접 촬영, 편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믹스테이프 내는 데 일 년이 걸렸다. 공들여 결과물을 냈지만 내 생각보다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란 쉽지 않더라. 방안을 생각하던 중 음악을 전달하는 방식에서부터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겁 없이 무모하게 홀로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그때 이후로 영상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다.

독학으로 영상을 배우다 보니 어려운 점도 많았다. 3일 동안 쪽잠 자가며 편집하고, 음악보다 더 열심히 작업했다.(웃음) 내가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를 내 손으로 구현해 내는 과정이 짐작 이상으로 뜻 깊더라."

- 가장 기억에 남던 공연은.
"얼마 전 대구에서 했던 공연이다. 호응도 워낙 좋아서 머릿속에서 짜놓은 동선을 망각하고 그저 무대 위에서 미친 듯이 놀았던 기억이 있다. 때문에 실수한 것도 있었지만 환호가 정말 짜릿했다."

- 반대로 이 일이 당신을 힘들게 할 때가 있나?
"데드라인이 생겼다. 회사가 생기고 계획이란 게 진행되다 보니 며칠까지 뭔가를 해내야 하는 구조가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매사에 열심히, 또 열혈적으로 뛰어드는 캐릭터는 아닌지라 어리둥절하기는 하다."

- 극복법도 결국 음악인가?
"결론적으로는 그렇다. 회사에 나가서 밤이 돼야 집에 오는 사이클이 반복다 보니 조금 갑갑한 것일 뿐, 크루 형들을 일주일에 한번 씩 만나서 합주를 하고 연습을 하면 그게 또 스트레스 해소다."

- 영감은 보통 어디서 얻는 편인가?
"예술가는 주변 사물을 관찰하는 눈이 보편적인 시각과는 달라야 한다. 내 노래의 주제가 되는 각각의 사건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것들이다. 단지 그것을 이해하고 표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참신하면 된다고 본다. 즉, 매 순간이 영감의 연속이라는 뜻이다."

"꿈은 곧 죽어도 '빌보드 1위', 20대 안에 가능하겠지?"

 래퍼 다미아노

▲ 다미아노 "꿈은 곧 죽어도 '빌보드 1위'다.(웃음) 돌아갈 길은 이미 멀어졌고 이 꿈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많이 떠벌려 놔서 난 해야만 한다. 20대 안으로 가능하지 않을까?(웃음)" ⓒ 블루브릿지


-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어떤 음악을 하든,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는 않았으면 한다. 단언할 수 있는 건 '살아 있는 메시지는 필수불가결의 요소'일 거라는 거다."

- 소속사인 블루브릿지와 함께하게 된 계기는?
"대표님 마인드가 정말 좋다. 무엇보다 내 음악을 높이 지지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크다. 여러 회사들을 알아봤지만 힙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회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사내 에서는 나를 받기까지 굉장히 고민이 많았을 거다.(웃음)"

- 인생의 좌우명이 있다면 이유는?
"'난 타협하지 않겠다'와 '나는 천재다' 이것 두 개를 삼고 있다. 앞의 것은 음악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신념이고, 후자는 나 스스로 천재라고 믿어야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영상 작업이 그랬고, 결국 된다고 믿으면 정말로 되는 것 같다."

- 꿈이 있다면?
"터무니없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곧 죽어도 '빌보드 1위'다.(웃음) 돌아갈 길은 이미 멀어졌고 이 꿈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많이 떠벌려 놔서 난 해야만 한다. 20대 안으로 가능하지 않을까?(웃음)"

- 이 인터뷰를 보고 있을 다수의 누군가에게 한마디 해보자.
"감사드린다. 아직 백지장 같은 나를 북돋아주시는 것 자체가 정말 큰 힘이 된다. 이상주의자처럼 보일 수 있을 수 있는 지금의 말들이 점점 행동으로 무거워져 현실화 되어가는 쾌거를 보여드리고 싶다. 사실 그렇지 않나. 못한다고 생각 하는 게 더 웃긴 거다. 안되면 말더라도 최소한 해보기라도 해야 하는 거니까. 지금 음악을 하든, 그림을 그리든, 수학을 전공하든, 어느 위치에 있든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결국 정답인 것 같다."

- 마지막은 좀 겸손했다.
"지금껏 너무 건방졌다고 생각한다.(웃음)"

다미아노 SKYFALL 살 빼지마 힙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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