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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지대 G밸리 개관 기념 100분 강연 '내 친구가 고민하는 바로 이 문제'를 함께 나누고자 4부작 기획 기사를 시작합니다. 무중력지대 G밸리는 서울시가 지원하는 청년을 위한 24시간 무료 개방 공간입니다. G밸리의 청년들이 먹고 마시고 쉬고 배우는 공간, 더 나아가 G밸리 바깥의 청년도 아우르는 커뮤니티와 허브가 되고자 합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에는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12월 개관 기념 100분 강연 <내 친구가 고민하는 바로 이 문제>는 '청년'을 주제로 전문가를 초청해 사회의 여러 이슈들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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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지대 G밸리 강연 중인 다니엘 정(정상민) 패션플라잉 대표
 무중력지대 G밸리 강연 중인 다니엘 정(정상민) 패션플라잉 대표
ⓒ 오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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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6일 화요일, 무중력지대 G밸리 개관 기념 100분 강연 <내 친구가 고민하는 바로 이 문제> 두 번째 강연이 열렸다. 청년의 입장에서 현 패션산업을 설명할 오늘의 강연자는 다니엘 정으로 활동하고 있는 청년창업가 정상민. 패션유통업계의 정보 커뮤니티 패션플라잉의 운영자이자 패션산업분야 1인미디어인 패션플미디어의 발행인이다.

대학생 시절부터 창업을 꿈꾸고 실행하던 그는 졸업 후 취직해 회사 생활을 하다가 패션업계에 뛰어들었다. 그가 뛰어든 패션산업은 이른바 '명품'이 지배하는 하이패션업계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입는 가장 보편적인 옷, 기성복 업계가 그의 무대다.

패션 클러스터 동대문

한국 기성복 업계를 설명할 때 동대문 의류업계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내부에서 원자재 소싱부터 완제품까지 제작이 가능한 패션산업의 실험공장."

정상민 대표는 동대문 의류업계를 소개하며 클러스터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디자인부터 실제 생산까지, 1km에서 2km 내의 공간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이러한 의류산업 클러스터를 가진 나라가 흔치 않다는 것. 그러나 동대문 의류업계는 현재 내부 동력을 다소간 잃은 상태다.

'동대문의 위기'를 알기 위해서는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의 지난 10년간을 살펴보아야 한다. 2004년 이전까지 동대문 의류도매시장의 주요 고객은 이른바 '보세샵'이라고 불리는 로드샵을 운영하는 오프라인 바이어였다. 그러던 것의 2005년 오픈마켓의 등장으로 주요 바이어의 판도가 바뀌었다.

2008년에 즈음해서는 인터넷 쇼핑몰이 급격하게 떠올라, 또다시 바이어 트렌드가 이동했다. 위기가 싹을 보인 것은 2010년 전후다. 인터넷 쇼핑몰들이 자체생산을 시작했던 것. 그때 구세주로 등장한 것이 중국 바이어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것은 동대문의 '디자인' 뿐. 2013년을 기점으로 중국 바이어의 거품이 꺼지고 "현재 동대문은 하나의 거대한 샘플장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정 대표의 진단이다.

실제로 제품을 사고파는 시장이 축소되면서 부동산개발이 동대문의 희망으로 떠오른 것도 꽤 된 일이다. 그러나 정 대표는 부동산개발로 인한 경기 반짝 활성화를 경계했다. 전체 파이는 그대로인데 건물 신축과 개축으로 매장을 늘려 보았자 수익이 쪼개지는 것뿐이라는 이야기다.

실제 업계의 종사자가 동대문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 대표의 의견이다. 중요한 것은 동대문의 생산력과 디자인이다. 그를 바탕으로 한다면 온라인 베이스의 도매상도 가능하다. 정 대표는 동대문의 미래상으로 물리적인 도매상가로부터 벗어나 '패션 창업'의 클러스터를 제시했다.

SPA의 시대

현 패션산업을 말할 때 빠뜨릴 수 없는 키워드가 바로 스파(SPA)다. 스파(SPA)란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Brand의 약자로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직접 맡아서 판매하는 브랜드를 이른다. SPA브랜드의 패션업계 '점령' 현상은 가격대비 높은 품질, 디자인 등의 요인뿐만 아니라 상권의 변화와도 관계가 깊다. 대형쇼핑몰을 중심으로 재편된 중심상권은 임대료를 이유로 대형 스파 브랜드 매장을 원한다.

스파 브랜드 확산의 문제점은 생산 공정과 생산 기반을 송두리째 흔든다는 점에 있다. 스파 브랜드는 저렴한 생산을 위해 생산 공정 자체를 통째로 과테말라 등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으로 옮긴다. 더 이상 동대문과 같은, 생산까지 소화하는 실험공장이 기능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곧 우리나라의 생산기반이 흔들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상황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이웃인 중국도 방글라데시 등으로 생산기반이 옮겨 가는 추세다. 중국의 경우는 내수 시장이 워낙 크고 강력하기 때문에 자체적인 힘을 완전히 잃지 않고 버틸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일본의 경우는 이미 동력을 잃어버린 상태다.

정 대표는 이러한 "SPA의 시대"의 대항마로서 편집숍의 약진을 소개했다. 편집숍은 2개 이상의 브랜드 제품을 모아 판매하는 유통 형태를 이른다. 한국에서는 현재 홍대, 가로수길, 명동, 이태원, 삼청동 등의 소호/가두상권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소량 생산한 다품종의 제품을 구비하고 있지만 편집숍에 입점하는 개별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제품 컬렉션을 갖춰야 할 필요가 낮아지므로 '직접 생산'에의 여지가 생긴다. 정 대표는 이런 과정에서 대항의 에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

그렇다면 패션산업에 뛰어들 청년들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 것일까. 정 대표는 100분간의 강연 동안 계속해서 생산 기반과 그에 따르는 에너지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한 생산을 지속하게 하는 것은 바로 전 부문을 아우르는 네트워크다. 그는 패션산업 안에 협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을 생명체에 비유한다면 돈은 곧 혈액이다. 돈이 돌아야 '생산'을 해낼 수 있다. 그런데 장기적 투자 대상으로서의 패션은 큰 불확실성과 낮은 진입장벽으로 그다지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협업이 가능한 네트워크의 신뢰 회복이다. 또 그러한 투자가 '제대로', 적재적소에 이뤄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튼튼한 협업 생태계다.

정 대표는 이를 위해 협업 네트워크의 시스템 빌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 대표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패션플라잉'이 '패션플라잉 비즈니스 파티'를 개최하기 시작한 이유다. 생산 부문과 디자인 부문, 마케팅 부문의 역량을 가진 파티의 참가자들이 뭉쳐 브랜딩을 가속화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보는 것이 이 비즈니스 파티의 목적이다. 비즈니스는 실패하지만 사람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상민 대표의 믿음이다.

"패션산업의 혁신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대한민국 패션산업의 미래를 구동할 청년들에게 던지는 그의 메시지다.

  <내 친구가 고민하는 바로 이 문제> 강연 순서
① 내 친구가 고민하는 교육문제 - 시골의사 박경철
② 내 친구가 고민하는 패션산업 - 청년창업가 다니엘 정
③ 내 친구가 고민하는 IT노동 - IT 협동조합 선구자 오철
④ 내 친구가 고민하는 진짜인생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홍기빈


덧붙이는 글 |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http://cafe.naver.com/welfare2013/2916



태그:#패션, #동대문의류상가, #무중력지대G밸리, #패션플라잉, #정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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