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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으로 사회가 시끄럽다. 증세 없는 복지를 한다더니 결국 월급쟁이 유리 지갑을 털어가는 것 아니냐며 정부를 향한 원성도 치솟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원성을 구체적으로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학생 등 월급쟁이가 아닌 사람들은 연말정산이 뭔지, 왜 이렇게 난리들인지 체감하기가 어렵다.

연말정산이 대체 뭐야

정부는 경제 활동 인구들이 벌어들인 돈에 대해 일정 비율로 세금을 거두고, 그 돈을 필요한 곳에 쓴다. 물론 어떤 정부냐에 따라 4대강 사업에 돈을 쓸 수도 있고, 복지에 돈을 쓸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기업이라면 법인세를 낼 테고, 노동자라면 근로 소득세를 내게 된다.

연말정산이란 근로 소득이 있는 사람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수입 중 얼마를 세금으로 내야하는 지 다시 한 번 정리해 세금을 환급해 주거나, 추가로 징수하는 행위를 말한다. 자기가 번 돈은 자신이 정확히 알 수 있다. 특히 월급쟁이라면 자신의 통장에 근로 소득이 정확히 찍혀 있는데도 연말에 복잡하게 정산하는 이유가 뭘까 의아해 할 수 있다.

연말에 정산이 필요한 이유는 첫째, 연말이 돼야 자신이 벌어들인 돈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이 얼마인지 정확해져야 그에 따른 세금도 정해진다. 1년 안에 연봉(혹은 월급)이 바뀔 수도 있고, 회사의 사정에 따라 성과급이나 보너스 액수도 달라진다.

보통 회사는 '원천 징수'라고 해서 월급을 줄 때 세금을 미리 떼고 준다. 월급쟁이들은 매달 회사가 알아서 세금을 대신 내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개별적으로 세금을 계산해 직접 내는 불편을 없애고, 조세 저항 없이 세금을 좀 더 쉽게 거두기 위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매월 세금을 거둬갈 때는 대략적인 표준을 정해서 세금을 거둔다. 연 소득이 확정이 됐을 때 내가 최종적으로 내야 하는 세금과, 1년 동안 다달이 낸 세금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이를 조정하는 작업인 연말 정산이 필요한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 근로 소득세는 번 돈에서 국가가 인정하는 필요한 곳에 쓰고 남은 돈에 대해 과세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보자. A라는 사람은 연봉이 4000만 원이다. 원래대로라면 A는 4000만 원에 대한 세금을 내야한다. 그런데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있어 A는 1년에 500만 원을 병원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의료비 지출에 대해선 정부가 A의 소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소득으로 인정하지 않으니, 내야하는 세금도 줄어들게 된다.

즉 '국가가 인정하는 필요한 곳'에 쓰이는 돈에는 의료비, 교육비, 월세, 보장성 보험료 등이 있다. 살아가면서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선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 준다는 것이다. '6살 이하 자녀 1명당 100만원의 소득 공제' 등과 같이 본인, 배우자, 부양 가족 등에 따른 인적 공제도 소득 공제에 포함된다.

그런데 월급을 받을 때는 그 사람이 월급을 어디에 얼마를 쓸지 알 수가 없다. 고정 지출도 있겠지만, 병원비처럼 갑작스럽게 써야하는 돈이 생길 수도 있다. 집 주인이 월세를 올려달라고 할 수도 있다. 연말이 돼야 내가 '국가가 인정하는 필요한 곳'에 얼마나 돈을 썼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따라서 내가 '원천 징수'를 통해 매달 낸 세금과 실제 내가 내야 할 세금이 달라지는 것이고, 연말정산을 통해 정확히 내야 할 세금을 다시 계산하는 것이다.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이번 연말정산이 사회적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은 연말정산의 계산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 핵심은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뀐 것이다.

먼저 기존의 연말정산 기준 방식인 소득공제는 자신이 벌어들인 소득 중 일정 금액을 공제하는 방식이다. 앞의 A씨 예로 돌아가 보자. A씨 연봉은 4000만 원이지만 500만 원을 병원비로 지출했다. 소득공제 방식에서는 500만 원을 소득에서 제외한다. A씨는 3500만 원에 대한 세금을 내면 된다. 즉 A씨가 병원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연봉 3500만 원을 받는 B씨와 사정이 같다고 보고, 그에 따른 세금만 거둔다는 것이다.

<표1> 과세 표준 구간별 소득세율
 <표1> 과세 표준 구간별 소득세율
ⓒ 백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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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표1>은 과세 표준에 따른 세율이 얼마인지 나타낸 것이다. 과세 표준이란 연봉에서 소득공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뺀 것을 말한다. A씨의 경우 연봉이 4000만 원이었다. 이 경우 소득공제할 것이 없다면 A씨가 내야할 세금은 '1200만 원×6%+2800만 원(4000만 원에서 1200만 원을 제한 금액)×15%'가 된다(4000만 원 전체가 15%의 세율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과세 표준 구간별 다른 세율이 적용된다). 병원비 500만 원을 소득공제 받았다면 A씨가 내게 될 세금은 '1200만 원×6%+2300만 원×15%'가 된다. '국가가 인정하는 필요한 곳'에 돈을 많이 썼다면 과세 표준이 1200만 원 이하로 아예 떨어질 수도 있다.

반면 세액공제는 소득공제와 달리 이미 확정된 세금 자체에 대해 감액을 해 주는 방식이다. A씨의 경우 연봉 4000만 원에 대한 세금을 계산한 후, 그 다음 의료비 지출 500만 원에 대한 일정 비율의 세금(예를 들어 500만 원×15%)을 감면받는다. 즉, 세율이 곱해지기 전 소득에서 일부 금액을 빼주는 소득공제와는 달리 세액공제는 세금이 계산된 뒤 여기에서 일정 비율만큼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다.

소득공제는 세액공제에 비해 고소득층에 유리하다. 우리나라 소득세는 소득이 클수록 세율이 더 올라가는 누진적 성격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고소득자는 저소득자에 비해 세율이 높아 같은 금액의 소득을 공제받더라도 돌려받는 세액이 더 많다.

예를 들어 1년에 1000만 원을 버는 사람 C와 1억 5천만 원을 넘게 버는 사람 D가 있다고 해보자. 이들은 각각 병원비로 100만 원씩을 써서 소득공제를 100만 원 받게 됐다. C는 버는 돈이 1200만 원 이하 이므로 C의 100만 원에 대해서는 과세 표준 구간 상 6%의 세율이 적용된다. 따라서 C는 원래 100만 원에 대해 6만 원(100만 원×6%)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를 감면 받게 된다. D는 1억 5천만 원을 넘게 버는 고소득자이므로 D의 100만 원에 대해서는 과세 표준 구간 상 최고세율인 38%의 세율이 적용된다. 따라서 D는 38만 원(100만 원×38%)의 세금 감면 받는다.

반면 세액공제를 적용하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 유리하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모두 같은 비율로 세금을 돌려받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소득공제를 많이 하는 나라다. 우리나라는 총 소득에서 60% 이상 소득 공제를 받는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두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의 경우는 35.5%, 두 자녀를 둔 외벌이 가구는 27%, 자녀가 없는 독신 가구 18.7%이다.

사람들이 열 받은 이유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의 전환이 저소득층에 비해 고소득층이 불리한 제도라면 사람들이 정부에 대해 이렇게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정부의 장담과는 달리 5500만 원 이하에서도 세 부담이 늘어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연말 정산 방식을 변경하면서 "총 급여 5500만 원 이하 약 1300만 명은 세 부담이 줄어들고, 5500만 원 이상 7천만 원 이하 약 100만 명은 세금이 2만~3만원 증가한다. 총 급여 7천만 원을 초과하는 약 160만 명은 세 부담이 134만 원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5500만 원 이하 소득자라도 가구별 의료비·교육비 등 지출액과 자녀 수에 따라 2013년보다 세금이 늘어날 수 있다. 정부가 세제를 개편하면서 일부 항목을 조정한 탓이다. 특히 부양 가족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미혼 직장인은 그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세법 개정이 쟁점이 됐던 2013년 8월부터 '증세는 없다'는 말로 일관하며 국민을 속여 왔다. 하지만 소득 정도와 어떤 계층이 더 불리한가를 떠나 세금을 더 많이 내야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둘째, 법인세는 안 올리면서 담뱃세는 인상하는 등 전반적인 세금 정책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도 누적돼 있다. 우리나라 전체 세금 구조를 봤을 때 더 큰 문제는 근로 소득세 내의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문제보다 법인세나 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문제 등에서 불평등이 더욱 심각하다.

이명박 정부 당시 2008년 법인세 최고세율이 25%에서 22%로 3%포인트 내렸고, 박근혜 정부들어서도 법인세를 복구하려 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법인세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소득세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나아가 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나 종교인 과세 등에도 소극적이다.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자산 소득 과세 등에 대해선 특혜를 유지하면서, 담뱃세 등 서민층에게 부담이 되는 방식만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모습을 보며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연말 정산의 방법을 고소득층에게 불리하게 조정했다고 얘기해 봐야 공감을 얻기 어렵다.

셋째, 저소득층 노동자들에게는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연 소득 2000만 원 이하의 저소득 노동자들은 예전에도 소득이 낮아 거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대략 연 소득 3000만 원 이하의 노동자들 역시도 기본 공제 등의 적용을 받으면 원천 징수로 낸 세금을 연말정산에서 거의 다 되돌려 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연말 정산이 저소득자에게 유리하다는 정부의 설명을 서민들은 체감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매거진 민권연대> (http://mag-mkyd21.tistory.com)에 공동 게재합니다.



태그:#연말정산, #소득공제, #세액공제, #증세,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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