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손아섭과 황재균이 최근 소속팀과 연봉협상을 마쳤다.내야수 황재균은 2015년 연봉 3억1000만원에서 61.3% 오른 연봉 5억원에 사인을 했다. 외야수 손아섭은 2015년 연봉 5억원에서 20% 인상된 6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두 선수 모두 올해 연봉협상에서 후한 대우를 받았다는 평가다. 황재균은 올해 억대 연봉자 야수중 가장 높은 연봉인상률을 기록했으며, 손아섭도 FA선수들을 제외하고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됐다.

두 선수의 계약 규모는 야구팬들에게 적지 않은 관심을 모았다. 황재균과 손아섭 모두 이번 겨울 포스팅을 통하여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졌으나 나린히 무응찰이라는 굴욕을 맛본 바 있다. 야구계에서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돌아온 두 선수에 대하여 롯데 구단이 위로 차원에서 연봉 협상에서 어느 정도 대우를 해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 연봉협상 결과를 두고 항간에서는 메이저리그 포스팅 실패에 대한 보상이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선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해외 무대에 도전했다가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한 선수들도 국내 무대에서는 정작 후한 대접을 받는 것에 대하여 최근 야구팬들의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 구단은 황재균과 손아섭의 연봉 협상이 포스팅 결과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실제로 두 선수 모두 포스팅과 별개로 연봉인상에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황재균은 올해 타율 2할9푼 26홈런 97타점으로 자신의 커리어하이를 경신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예비 FA라는 프리미엄도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황재균에게만 해당되는 사례는 아니다.

손아섭은 무려 6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다. 손아섭에게는 이대호-강민호의 뒤를 잇는 롯데의 간판이자 수년간 국내 최고의 타자중 한 명으로 자리잡았다는 상징성이 있다. 무엇보다 두 선수 모두 올해 반짝한게 아니라 몇 년간 롯데에서 꾸준히 활약해온 선수들이었다. 미국야구계의 시선을 기준으로 한 포스팅에서의 평가와 KBO에서의 가치를 연계시키는 것은 무의미하다.

사실 그동안 국내 야구계에서는 성공여부과는 별개로 해외파에 대한 공공연한 프리미엄이 있었던게 사실이다. 2011년 일본 무대에서 한화로 다시 유턴한 김태균은 그해 연봉으로만 15억을 받으며 단숨에 KBO 최고연봉자의 반열에 올랐다. 당시 김태균이 FA자격을 갖추지 못하여 한화가 연봉으로만 몸값을 보전해주면서 실제로는 4년 총액 60억으로 사실상 FA나 다름없는 대우를 해준 셈이다.

그런가하면 KIA는 메이저리그는 단 한번도 밟지 못하고 돌아온 마이너리거 윤석민에게 4년 90억이라는 당시 FA 최고 대우를 선사했다. 말그대로 '보상'이라는 용어를 쓴다면 이런 류의 계약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상대적으로 국내 야구시장에서 수준급 선수가 부족하다보니 FA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몸값 거품 현상을 부추기는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장면이다.

그에 비하면 황재균과 손아섭의 연봉 인상률에는 굳이 포스팅을 의식한 흔적은 찾기 힘들다. 오히려 그동안의 활약에 따른 성적 고과를 가지고 합리적으로 협상한 결과에 가깝다. 해외무대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못하고도 국내에서만 스타 대접을 기대하는 선수들에게 선례가 될만하다.

말그대로 꿈을 위한 도전에서 단지 결과가 좋지못했다고 부끄러워야할 필요는 없다. 선수는 굳이 큰 무대만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정작 집밖에서는 별달리 이뤄낸 것도 없으면서 한때 해외파라는 이유만으로 바깥에서 상처받은 자존심을 만만한 집안에서 보상받기를 기대하는 풍토는 잘못됐다. 상처받은 자존심을  진정으로 치유하는 길은 연봉을 올려받는 것보다는 선수 스스로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다.

이는 손아섭과 황재균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비록 포스팅 무응찰의 굴욕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그들의 야구인생에 안주거리로 회자될수밖에 없겠지만 이들에게는 아직 창창한 야구인생이 남아있다. 향후 메이저리그나 해외무대에 다시 도전할수 있는 기회도 열려있다.

진정한 보상은 연봉 인상이 아니라, 자신들에 대한 미국 야구계의 평가가 틀렸다는 것을 더 발전된 기량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프로 선수의 자존심은 돈이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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