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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개똥'만도 못하게 본 걸까. 박근혜 정부가 드디어 일을 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일본 아베 총리가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문을 지난 28일 한일외교장관회담에서 공표했다. 한일 외교장관은 이날 서울에 모여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하며 아베 총리가 내각총리로서 사과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 정부가 피해자 지원 재단을 설립하고 여기에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거출하며 양국이 협력하여 사업을 해나간다는 내용도 전했다.

합의 내용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웃다 지쳐 눈물이 날 지경이다. '책임을 통감'하는 대가로 돈을 제시했다. 일본은 하루 종일 실시간 검색어에 머물러 있던 '10억 엔(한화로 96억 원 정도)'을 거출하겠단다. 아베 총리의 사과는 일본 외교 장관의 입에서 나왔다. 사과를 아래 사람이 대신 한 거다. 그게 진정한 의미의 '사과'일까.

애초에 이 문제는 두 정부의 합의로만 해결될 수 없었다. 특히 피해자의 정부인 한국이 피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자신들이 임시로 부여받은 권리를 가지고 졸속으로 합의해서는 안 됐다.

우리나라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합의로 일본 정부에 존엄을 훼손당한 우리 땅 여성들의 존엄과 가치를 철저히 짓밟았다. 일본 정부와 함께. 오늘 날,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나는 마음에 천불이 난다.

그래서 내 나름 정리해 본 이번 합의의 문제점을 널리 공유해 본다.

[문제점 1] 박근혜정부가 말하는 '대승적 견지'의 실체는 무엇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합의 후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일본의 잘못된 역사적 과오에 대해선 한일관계 개선과 대승적 견지에서 이번 위안부 문제 해결 합의에 대해 피해자분들과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이해를 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위안부 할머니들은 20여 년간 매주 수요일 마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며 일본 당국의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다. 정부 판단에 따르면 할머니들의 요구는 '대승적 견지'가 아닌가 보다.

그렇다면 정부가 생각하는 '대승적 견지'란 무엇인가. '위안부 매듭'을 풀고 나면 한일 관계에 꽃그림이라도 그려질 거라 여기는가. 한국과 일본은 이 문제 말고도, '독도' '자위대' '교과서 왜곡' 등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결국 일본과 관계는 '삑사리'가 날 수밖에 없다. 그게 친일파 조상들이 우리에게 남긴 어마어마한 빚이다.

[문제점 2]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하지 않겠다?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란 국민에 의해 한시적으로 통치를 위임받은 조직에 불과하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단 5년간 통치권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을 것뿐이다. 따라서 이번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2017년 박근혜 정부 임기 말까지임을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그때까지 지금 생존해 계신 할머니들이 모두 살아계시진 않더라도, 오늘의 굴욕, 치욕 외교를 목격한 일부 시민들은 박근혜 정부 연장에 절대 반대할 것이다. 이 정부가 영원할 것이란 착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길 바란다.

[문제점 3] 박근혜 정부가 10억 엔과 맞바꾼 건 '인간의 존엄성'

외교는 주고받는 '기브앤테이크'다. 일본이 공짜로 10억 엔을 줄 리 없다. 일본 정부가 그렇게 녹록한 정부였나. 지난 몇 십 년 동안 이 문제를 회피해온 안하무인이다. 합의 전후로 속속 '단독' 보도가 나오고 있다. 내용은 이번 합의로 일본대사관 앞에 있던 소녀상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로 했다거나, 합의 전 국방장관급 회의에서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요건에 대한 한미일 협상이 비밀리에 수차례 이뤄졌다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문제인 건 한국 정부가 이번 졸속 합의로 80대~90대인 피해 할머니들의 존엄성을 철저히 무시했다는 사실이다. 할머니들이 지난 30여 년간 목이 터져라 외친 건 돈 때문 아니다. 일본이 자신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지난날의 만행을 사과하고, 합당한 배상을 하라는 것이었다. 

[문제점 4] 국회와 사법부의 침묵

우리나라는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국가다. 행정부의 잘못된 외교적 합의에 국회와 사법부가 침묵해선 안 된다. 외교 담화를 발표하거나 합의를 보는 데 매번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경우 국민적 관심이 높고, 무엇보다 해외에서도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온 이슈다.

따라서 국회의 '행동'이 시급하다. 하지만, 현재 여대야소의 상황에서 국회가 한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은 합의문이 나오자마자 "환영"한다는 대변인의 브리핑을 내놨다. 우리가 유일하게 바라봐야 할 곳은 사법부다. 할머니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우리는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헌법 소원을 제기해야 한다.

[문제점 5] '어떻게' 보다 '얼마'가 먼저 제시된 재단 설립 내용 

10억 엔(한화로 약 96억 원). 타결 소식이 전해진 날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기록한 키워드다. 일본 정부가 이번 합의를 통해 일본이 거출하기로 약속한 금액이다. 하지만 이 돈을 언제 어떻게 줄 것인지, 무엇보다 한국 정부가 설립하려 한다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지원을 위해 설립하는 재단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다.

이 재단이 실제로 만들어 질지도 미지수다. 박근혜 정부는 이제까지 한다고 하고 안 한 정책이 너무도 많지 않나. 한일 정부가 10억 엔으로 여론을 정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큰 오산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정신 수준은 우습게 본 결과다. 반드시 역풍을 맞을 거다.


태그:#무능한 박근혜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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