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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국적으로 약 7만명이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등 전국단위 노동조합으로 단결해 있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노동조합으로 단결한 이후, 2012년부터 교육공무직법 제정과 저임금과 각종 차별적 처우, 고용불안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총파업등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 거리로 나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국적으로 약 7만명이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등 전국단위 노동조합으로 단결해 있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노동조합으로 단결한 이후, 2012년부터 교육공무직법 제정과 저임금과 각종 차별적 처우, 고용불안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총파업등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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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시작과 함께 파업에 나섰던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이 여름의 문턱을 지난 현재까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정기상여금 지급과 저임금 및 차별적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싸움이다. 다수 지역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되고 2년이 지났지만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높다. 천막농성, 단식농성, 삭발식 등 얼핏 학교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강경한 투쟁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 쏟아지는 장맛비 속에 진행되고 있다.

학교는 지식의 배움터지만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최근 경향신문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노동'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서울의 초등학생 110명에게 '노동'이라는 단어에 대해 묻자, '힘듦'을 떠올린 학생이 53명(48.1%)이었고 심지어 '노예/천민'을 떠올린 학생이 7명(6.3%)이나 되었다고 한다. 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는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아파트 경비원(1279명), 농부(1251명), 마트 계산원(1248명), 인터넷 설치기사(1071명) 순으로 답했다 한다.

이러한 직업 중 학생들이 희망하는 직업은 단 하나도 없었다. 희망 직업은 교사(1위), 의사(2위), 과학자(3위) 순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희망 직종은 대체로 "노동자가 아니"라고 응답했다. 노동은 힘들고, 천한 일이라는 인식, 그 중에도 더 천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노동자'라는 인식. 이런 인식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선생님'이 되고 싶은 학생은 많은데, 매일 얼굴 마주하는 '급식실 조리사'가 되고 싶은 학생은 왜 없을까? 학교에서 매일 마주하지만 '선생님'들과는 '조금 다른' 이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이야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교직원의 43%, '학교 비정규직'의 비애

공공부문 중 가장 많은 비정규직이 사용되고 있는 곳이 학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 따르면 교육공무직원(구 학교회계직원) 14만1965명과 비정규직 강사 15만3015명, 파견·용역노동자 2만7266명, 기간제 교사 4만2033명까지 포함하여 전체 약 40만 명이나 된다.

전체 교직원의 43%가 비정규직인 것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만들어졌다가 정책이 폐지되면 없어지는 사람들, 정규직이 있어야 할 자리에 반값의 노동력으로 채용되고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영양사·조리사·조리실무사, 사서, 교무·행정·과학·전산실무사, 특수교육실무사, 돌봄전담사, 야간당직기사 등 단 하나도 필요하지 않은 직종이 없지만, 공무원이 아니고 교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학교에선 이른바 '최하위 계층'이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가장 큰 요구는 오래 일할수록 차별이 커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호봉제, 정근수당 및 정근수당가산금제도에서 제외되고, 정액급식비, 상여금, 명절휴가비 등 주요 수당에서 차별을 받다 보니 근속 년수가 늘어남에 따라 교사·공무원과의 임금 격차가 점점 더 커지는 것이다. 정규직인 교원·공무원에 비해 평균 6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임금 수준을 바꾸기 위해서는 임금체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학교비정규직노동자의 경우 1년을 일하든 10년을 일하든 같은 기본급을 받는 데다, 근속 년수에 따른 수당가산금 등도 전혀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승진제도가 없는 비정규직의 특성까지 더해지니 박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같은 공공기관인 기획재정부의 기간제·무기계약직원들이 정규직 대비 88%의 임금을 받는 것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있다. 실무사 기준으로 시급은 6366원으로 최저임금보다 겨우 336원 높은 수준이다. 월급제 시행 이후 방학 중에는 아예 월급이 나오지 않는 직종들도 많다.

"요즘은 많이들 알게 됐지만 예전에는 학교에서 일하면 다 공무원인줄 알았어요. 그래서 내 월급이 얼마라고 말도 못했었죠. 영양사로 10년을 일했는데, 똑같이 10년 일한 정규직 영양교사와 우리 월급을 비교하면 정말 딱 절반 수준이거든요. 우리도 학생들 급식을 책임지는 사람들인데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커요."

"2012년도였나, 처음으로 월급 명세서 앞자리에 1이 붙었어요. 학교 다니면 다들 좋은 직장 다닌다고 그러는데, 최저임금도 못 받는 수준이었죠. 작년까지는 밥값도 못 받았고요. 물론 지금도 정규직만큼 받는 건 아니지만."

높은 노동강도와 인력부족으로 학교급식실 노동자의 95%가 골병이라 불리는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천장 및 후드청소를 할 때는 제대로 된 장비가 없어서 급식노동자들이 마치 곡예사처럼 위험천만의 작업을 하고 있다.
▲ 아슬아슬한 청소 높은 노동강도와 인력부족으로 학교급식실 노동자의 95%가 골병이라 불리는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천장 및 후드청소를 할 때는 제대로 된 장비가 없어서 급식노동자들이 마치 곡예사처럼 위험천만의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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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을 향한 '차별과 배제'... 언제까지 참아야 할까

말뿐인 정규직 전환대책도 답답한 일이다. 흔히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와 동일한 처우를 받는다는 점에서 '무기한 비정규직'에 불과하다.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신분이 바뀐다고 해서 임금이 오른다든가, 정규직과 동일한 승급·승진제도를 적용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이러한 반쪽짜리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조차 되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2014년 교육부는 상시지속업무에 1년 이상 근무한 경우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고, 해당 업무에 결원 발생 시 최초 채용 시부터 무기계약으로 채용하라는 채용원칙을 정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1년 또는 2년마다 기간제로 교체 채용하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1년 근무자 1만286명 중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된 경우는 4457명으로 43.3%밖에 되지 않는다. 2년 근무자의 경우도 절반을 조금 넘는 61.3%만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신규 채용자 중 무기계약으로 채용된 인원은 전체 2만745명 중 9.8%에 해당하는 2041명뿐이다. 교육부의 지침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 자체가 되지 않는 '제외된 직종'들은 더 막막하다.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계약자, 간접고용 노동자, 강사직종 노동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상시지속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간제법상 제외사유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매년 재계약이라는 시험대에 놓인다. 올해에는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조마조마한 삶의 줄타기가 서럽다.

차별은 임금과 고용문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무리한 업무지시와 차 심부름, 교직원회식과 스승의날 행사에서의 제외, 00보조·00여사님이라는 부적절한 호칭 등 구체적인 관계에서 드러나는 일이 많다. 말로는 교육가족이지만 바라보는 시선은 평등하지 않다. 비정규직이라는 위치로 인한 차별과 배제는 일터에서 노동자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있다.

"교장 선생님께서 오신 이후로 계속 밖에서 나무며 운동장이며 가꾸시는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행정실에서 음료를 계속 챙겨드렸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교무실이 1층이다 보니 교무실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선생님들 있으신 자리에서 '내가 일을 할 때 음료를 가져다 달라고 이야길 했다. 그것은 그 시간에 계속 매번 가져다 달란 이야기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제 얘길) 하셨다는 겁니다. 하지만, 저희가 주스를 가져다주는 일을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엄밀히 따져서요."

"차별을 느낄 때요? 아이들이야 그렇다 쳐도, 선생님들이 가끔 '아줌마!'라고 부르실 때는 얼굴이 화끈거려요. 스승의 날 따로 돈을 주면서, 선생님들을 위한 삼계탕을 끓이라고 했을 때도 소외받는 기분이었죠.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닥치면 이야기하기는 어려워요."

이러한 이야기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이 교사와 관리직 공무원을 제외한 '나머지'로 규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노동자들을 분할하여 관리하는 신자유주의가 학교 질서 내에 자리 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 특유의 수직적 인간관계와 맞물리며 더욱 경직된 형태로 차별과 배제가 나타나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필요한 일이면 존중을 해줘야죠" 열악한 노동환경

조희연 교육감이 취임2년을 맞은 7.1. 서울교육청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육청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 단식 농성 돌입 조희연 교육감이 취임2년을 맞은 7.1. 서울교육청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육청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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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노동안전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2014년 서울의 한 학교에서 일하던 조리실무사가 급식실에서 화상을 입고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사건이 있었다. 적정인력 배치와 급식시설 현대화 등 노동자 안전을 위한 노력이 있었다면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학교 급식실은 전쟁터라고 얘기될 만큼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노동 강도가 높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2012년 조사결과에 의하면, 허리, 손목, 목 등 근골격계 통증을 느끼고 있는 학교급식노동자가 95.8%에 달하지만 병원치료를 받거나(51.7%), 휴가를 쓰는 비율(휴가사용경험 없음 67.7%)은 현저하게 낮다.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학교 단위 고용으로 인하여 대체인력이 없거나"(78%), "관리자의 눈치가 보여서"(18%)이다. 산재신청을 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일방적인 직종통합과 부당한 지시, 온갖 잡무 처리 요구로 인해 정신적 괴로움을 겪고 있는 사무직노동자들과 최소한의 휴일도 보장받지 못하는 야간당직기사들의 현실도 만만치 않다. 하루 16시간, 토요일과 공휴일 24시간 학교를 지키는 것도 모자라 명절에는 7박 8일을 학교에 있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도 위험한 물질을 다루는 과학실무사, 잦은 사고에 대한 대처가 필요한 특수교육관련 직종,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보아야 하는 돌봄전담사 등의 노동 환경은 학생들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사회적으로 안전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에서 적절한 유해·위험요인 실태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재해 발생 시 대응체계도 구축되어 있지 않다.

"가르치는 일은 교사가 하고 나머지는 교육에 꼭 필요한 일인데도 천대하는 문화가 있어요. 필요한 일이면 존중을 해줘야죠. 밥하는 사람은 몸의 양식을 만들고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은 영의 양식을 만드는 거잖아요. 내가 하는 일이 존중받지 못하고, 아이가 커가면서 나의 일을 자존심 상하는 일로 생각하는 것이 가슴이 아파요... 학교에서는 물질과 학력으로 차별을 가르치고 있어요.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돼' 이렇게 말하는 부모도 있어요. 교실에서 내 직업을 설명하는 날이 오길 바라죠. 옛날에 우리 할머니가 얘기하신 게, '책만 알아가지고 무얼 해 먹어'였어요."

학교는 비정규직의 종합백화점이라 불릴 정도로 공공부문 중 가장 많은 비정규직이 일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촉구하는 국회앞 농성에 돌입한 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재까지 국회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 "학교, 비정규직 종합백화점 국회 뭐하나" 학교는 비정규직의 종합백화점이라 불릴 정도로 공공부문 중 가장 많은 비정규직이 일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촉구하는 국회앞 농성에 돌입한 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재까지 국회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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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외 다양한 영역에서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노동자들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문제는 그들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라는 것이다. 똑같은 공간에서 똑같이 노동을 하는데, 어떤 노동은 '정규직'으로, 어떤 노동은 '비정규직'으로 나뉜다. 하기에 노동조합을 만들고, 함께 뭉쳐 조금이라도 나은 일자리를 만들어보려는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노력은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노동 교육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학교라는 공간이기에 더 절실한 일이다. 자신의 노동으로 공동체에 이바지하는 모든 이들이 행복한 사회. 학생들이 자유롭게 꿈과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정규직 되는 것이 유일한 꿈이 되어버리는 사회, 그러나 그 꿈마저 이루기 어려운 사회, '헬조선'을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을 먼저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미래는 두려운 일일 뿐이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은 학교부터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학교 구성원들 간 이해와 협력, 학부모와 시민사회의 관심과 연대로 비정규직 차별 없는 학교를 만들자고 손을 내민다. 자신들의 투쟁이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하게 일하는 세상의 시작일 것이라고,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세상을 만드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믿으며 싸우고 있다. 나도 그렇게 믿는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을 힘껏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채려목씨는 사회진보연대 정책국장입니다



태그:#학교비정규직, #두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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