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

KT 조동현 감독이 16일 모비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KT는 2윌 16일 모비스와의 경기 전까지 10승 28패로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9위 KCC와의 승차도 2.5경기차다. KCC보다 세 경기를 덜 치렀지만, 시즌 승률(0.263)을 감안하면 '탈꼴찌'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생사 '만약'이라는 가정이 무의미하지만 KT에게도 '만약'이라는 법칙이 적용된다면 결코 만만한 팀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올 시즌을 앞둔 비시즌부터 선수들이 부상 악령에 시달리면서 시즌 중반까지도 제대로 된 선수단을 구성하기도 힘들었기 때문.

외국인 선수 1순위였던 크리스 다니엘스를 시작으로 김우람, 김현민, 박철호, 박상오, 조성민(현 LG) 등 팀의 선수 중 부상을 당하지 않은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부상 선수가 많았다. 당연히 제대로 된 전력으로 경기에 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KT는 3라운드 이후 선수들이 속속 복귀하면서 올해 들어 경기력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특히 1월 열린 홈 경기에서는 4승1패라는 돋보이는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분명 시즌 중반까지 이어지던 무기력한 모습은 사라졌다.

KT는 올 시즌 악전고투를 거듭하고 있지만, 앞으로 웃을 수 있는 요인도 분명 있다. 우선 팀의 미래를 책임져줄 이재도와 김우람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는 것이다. KT는 두 선수가 앞선에서 중심을 잡아주면서 확실히 안정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코트에 쓰러진 김우람(가운데)을 김현민이 부축하고 있다.

코트에 쓰러진 김우람(가운데)을 김현민이 부축하고 있다. ⓒ 서민석


경기 전 조동현 감독도 "분명 리빌딩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재도나 김우람은 확실히 팀의 중심으로 거듭난 것 같다"며 두 선수의 올 시즌 활약을 높게 평가했다. 이재도(10.8점 5.6 어시스트)나 김우람(9.3점 3.4 어시스트)의 기록은 분명 이전 시즌에 비해서는 향상된 성적이다.

이재도는 좀처럼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던 조성민이 LG로 이적하면서 본인의 득점 본능은 더 살아나고 있다. 8점 9어시스트를 기록한 이날 에서도 팀 공격이 막힐 때 마다 과감하게 골밑을 파고드는 모습을 선보였다. 그리고 어시스트나 팀 동료의 찬스를 봐주는 노력도 소흘하지 않았다.

김우람(15점 3점슛 2개)도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특히 32.8초를 남기고 우측 사이드에서 결정적인 미드 레인지 점퍼를 성공시켰고 7.5초를 남기고 얻은 자유투 두 개도 성공시키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모비스의 추격이 거센 장면에서 가장 먼저 패스를 받을 선수로 택한 이유를 정확한 자유투로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김현민 역시 리빌딩의 중심이다. 비록 출전 시간(17분 23초)가 아쉬움이 남지만, 7.5점 3.0리바운드라는 기록은 팀내 포워드 중에서는 박상오(8.6점 3.9리바운드)에 이은 두 번째 성적이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기록보다도 탄력을 앞세운 수비에서 더욱더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김현민(14점 8리바운드)도 이날 모비스 전에서도 4쿼터에 10점을 몰아치는 맹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우람(가운데)이 김효범의 충돌 후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김우람(가운데)이 김효범의 충돌 후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 서민석


KT도 조 감독이 경기전 '리빌딩의 중심'으로 언급했던 선수들의 활약을 앞세워 83-78로 모비스전 첫 승을 거뒀다. 경기후 인터뷰에서도 조동현 감독은 "선수들이 한 번도 못 이긴 모비스에게 이기려는 의지가 강했다. 특히 이재도-김우람-김현민이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승리 수훈 선수로 들어온 김현민도 "감독님이 연습할 때에도 노트북을 갖고 오셔서 선수들에게 맞춤형 지도를 해주신다. 경기 전에도 '누가 해주는 게 아니고 요행을 바라지 마라. 우리가 잘해야 이길 수 있다.'는 말씀도 많이 해주신다"고 말했다.

순위는 최하위로 쳐져 있지만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하나되어 단결하는 분위기만큼은 KT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요인임도 알 수 있었던 모비스전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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