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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나라'에 대해 이야기할 때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내가 살고 싶은 나라, 내가 꿈꾸는 국가'에 대한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대선 기획 '100인의 편지'를 통해 전하고자 합니다.

이번 기획은 '열린 기획'으로 시민기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차기 정권에 하고 싶은 말, 바라는 바에 대해 적어 기사로 보내주세요. '이게 나라냐'는 탄식을 넘어 '이게 나라다'라는 새로운 지향점을 여러분과 함께 열어나가겠습니다. [편집자말]


지금 경비원으로 일하는 곳에서 야근을 할 경우, 통상 전날 오후 5시까지 들어와서 이튿날 오전 7시에 퇴근한다. 따라서 14시간을 근무하는 셈이다. 야근 중에 딱히 애로사항은 없지만 역시나 가장 힘든 건 바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는 사실이다. 경비원들 중에는 심한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야간 경비는 두 명이 선다. 안내 데스크와 경비실 두 군데에서 일하게 된다. 안내 데스크에 있던 내가 건물 순찰을 나가면, 경비실에서 차량 관리 등을 맡던 동료가 올라와서 잠시 안내 데스크를 맡는다. 이런식으로 새벽마다 근무자들끼리 교대를 한다.

지하 1층에 있는 경비실에 있더라도 마냥 편하지는 않다. 지하 5층까지 이어지는 주차장의 초입에 위치한다. 따라서 무시로 차량들이 들락거린다. 밑에서부터 박차고 올라오는 차량들의 굉음을 듣는 순간이면 피곤한 상태지만 잠이 오려야 올 수가 없다. 별일이 없을 것 같지만, 가끔 긴장할 일도 있다. 하루는 음주운전자가 주차장의 셔터를 들이박는 바람에 상부에 보고를 하고 뒤처리를 해야하는 등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일 끝난뒤 잠 못 자고 또 알바하러... 경비원의 현실

경비 노동자는 박봉과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경비 노동자는 박봉과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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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가 끝나가는 6시, 교대를 하면서 동료가 물었다.

"오늘은 쉬는 날인데 날도 좋으니 산이라도 가시죠?"
"팔자 좋은 소리 하시네요. 사는 게 힘들어서 오늘도 알바 나가야 합니다!"

이에 금세 그의 동조(同調)가 이어졌다.

"하긴 저도 알바를 하지 않으면 이 박봉으론 도저히 살아나갈 방도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대학생 자식까지 있는 까닭에..."

그에 비해 나는 두 아이가 대학을 마치고 직장까지 다니고 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긴 하지만 그건 고작 정서적 입장의 접근이고, 현실적 관점에서 보자면 여전히 험준한 '보릿고개'나 다름 아니다.

알바를 가기 전, 퇴근하는 즉시 잠을 청해보지만 숙면을 취하기가 힘들다. 사방이 훤하거늘 어찌 그리 잠이 쉬 올 수 있단 말인가.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다가 겨우 두어 시간 눈을 붙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경비원의 고충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1년 단위의 계약직인 까닭에 고용불안의 먹구름은 늘 그렇게 밧줄처럼 전신을 친친 동여매고 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문제는 '박봉'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사실상 '최저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그야말로 조족지혈인지라 매달 적자다.

더욱이 나처럼 외벌이 남편과 가장의 경우 그 생활고는 이루 말할 나위조차 없다. 연봉이 2천만 원에도 못 미친다. 때문에 쉬는 날엔 알바와 투잡까지 병행하는 중이다. 요즘 내가 주로 하는 알바는 선배의 사무실에 나가 잔무를 도와주는 것이고, 나름의 '투잡'은 여기저기에 글을 쓰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가외로 버는 돈(원고료 포함)은 월 평균 20~40만 원 안팎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형편이 당최 개선되지 않는 건 작금 우리나라의 경제가 가히 전방위적으로 위기 상황인 까닭인 것도 한몫하지 싶다.

주지하듯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가뜩이나 침체일로였던 국내경기를 불황의 터널로 밀어 넣는 악재로 작용했다. 취임 초기 박근혜 대통령은 여타의 역대 대통령들처럼 국민의 편안한 삶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경험해보니 그건 말짱 거짓말이었고 되레 서민의 삶만 더욱 궁핍하게 만들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담배 한 갑 당 500원 인상계획에 펄쩍 뛰며 반대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선거가 없는 해를 골라 무려 2000원씩이나 올렸다. 이걸 보며 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솔직히 '일구이언'의 못 믿을 인물이라며 혀를 내두른 바 있다.

어쨌든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준엄한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하였고 내처 대선 일자마저 확정되기에 이르렀다. 대선이 5월 9일로 가시화되면서 여아를 막론하고 군웅할거의 대선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는 모양새다.

5월 9일에 누가 대통령이 되었든 간에 우리네 국민들이 바라는 바는 한결같다. 그건 바로 지금의 '간난신고(艱難辛苦)'의 삶을 조금이나마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비 노동자가 차를 미는 모습(자료 사진)
 경비 노동자가 차를 미는 모습(자료 사진)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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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월급으로 안정된 생활할 수 있어야

따라서 모 대선후보의 주장처럼 직장인의 급여가 월 300만 원은 되어야 비로소 그동안 쑥 빠졌던 어깨가 그나마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가난에 허덕이며, 힘들게 대학을 나왔어도 취업이 안 돼 알바로 전전하는 젊은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구호를 무색게 하는, 그야말로 무늬만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최순실씨가 그동안 뒤로 빼돌린 돈을 회수하여 가난한 사람과 직장을 구하지 못한 이들에게 일정 기간 지원하는 아이디어도 대선주자들에게 주문하고픈 심정이다. 이처럼 사회를 완전히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이전 정부보다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정부가 되어야 비로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이 출범하는 정부는 '개혁'을 향한 초지일관의 마음가짐을 가짐으로써, 국민들에게 부디 희망과 저녁이 있는 삶을 선물로 주길 바란다.

특히 나의 소망을 말하자면, 도무지 안정된 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경비원 급여의 현실화'다. 경비원도 사람이다.


태그:#100인의편지, #경비노동자, #야근, #저녁이있는삶, #경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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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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