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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개헌 이후 31년 만에 다시 개헌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개헌은 생각보다 훨씬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내가 열심히 일한 만큼 공정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지, 한 사람의 국민으로 언제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사랑하는 사람과 걱정없는 삶을 꿈꿀 수 있는지 개헌은 이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칩니다. <오마이뉴스>는 '내가 만드는 헌법'이라는 기획을 통해 여러분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고자 합니다. 장애인, 농민, 노동자, 성소수자, 사법피해자, 취준생 등 각자의 위치에서 '내가 생각하는 헌법, 내가 바라는 개헌의 방향'에 대해 자유롭게 기사로 써서 보내주세요. '내가 만드는 개헌'은 열린 기획으로 시민기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장애인 시민단체에서는 유엔이 정한 장애인 권리 협약을 헌법에 명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정, 시혜에서 벗어나 권리로써 보장받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중학교 2학년 때이다. 무슨 수업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다들 꿈을 얘기해보라고 말했다. 친구들은 난감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시각장애인들은 맹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안마사 또는 침사, 잘 되면 교사, 목사 정도의 직업을 갖는다. 열 손가락에 꼽을 수도 없는 그런 직업군이다.

이미 시각장애인은 사회로부터 격리되었고 그러다보니 꿈을 갖는다는 것은 과분한 일이다. 필자는 맹학교 시절, 심리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아이들과 담임선생님 모두 매우 놀랐다. 시각장애인 심리학자가 있지도 않을뿐더러, 사회에서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필자도 학교를 졸업해보고 깨달았다. 사회는 냉정했다. 똑같은 조건에서도 비장애인에 비해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허다했고 어떤 주장을 하면 그 주장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좌절되곤 했다. 언젠가 기상청, 문화재청에서 장애인 공무원을 채용하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기쁜 마음에 필자도 채용에 지원했지만 시각장애인은 채용되지 않았다. 좌절이 생활이고 그 자체인 삶이다.

장애인들에게 일자리 대신 돈 몇 푼 쥐어주는 사회

헌법 개정안에는 UN의 장애인 권리 협약과 우리나라의 장애인 차별 금지법을 종합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헌법 개정안에는 UN의 장애인 권리 협약과 우리나라의 장애인 차별 금지법을 종합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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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부분의 중증 시각장애인 및 지체 장애인들은 일정한 직업 없이 기초생활수급으로 살아가고 있다. 국가는 장애인의 능력을 계발하고 그에 걸맞은 일자리를 주기보다는 몇 푼의 수급비로 장애인들을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물론 과거보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인식도 많이 개선되었고 직업군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소수에 그친다. 취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계약기간 만료시점인 1년 혹은 2년 이내에 나와야 하고, 장애인의 평균임금 수준도 140만~150만 원(4대 보험 포함)에 그치고 있다. 일을 하는 것이나 하지 않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필자는 모 항공사 주주총회를 간 적이 있었다. 400~500명의 주주들 가운데 시각장애인은 필자 혼자였다. 주주총회에서 제공한 영업보고서, 회순, 의안설명서 등은 점자로 제공되지 않았다. 빔 프로젝터를 이용해 주주총회는 진행되었지만, 필자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점자 자료가 없으니 몸만 있을 뿐 전체 내용을 알 수가 없었다.

다음 날 해당 항공사에 전화를 하여 점자 자료를 요청했다. 항공사 측은 주주총회 실황 녹음테이프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녹음테이프는 이미 방문했기에 들을 필요가 없다는 말을 전했지만 점자로 된 자료는 끝내 제공하지 않았다. 항공사는 끝까지 필자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은 셈이었다.

곧바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었고, 얼마 뒤 점자 자료 제공에 대한 권고 조치가 났다. 항공사는 그 이후에도 점자 자료를 거부해 왔지만 이후 여러 언론에서 이 사건을 보도하자 압박을 느꼈는지 결국 점자 자료를 제공했다. 이 같은 권고 조치의 중요 근거 사항은 장애인 권리 협약 2조에 근거하여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제는 장애인도 활발한 사회참여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 장애인 역시 틀에 박힌 일자리를 찾는 것보다 독자적인 본인만의 개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본인의 능력에 맞게 자존감을 높이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번 헌법 개정안에는 UN의 장애인 권리 협약과 우리나라의 장애인 차별 금지법을 종합한 내용을 삽입해 장애인이 모든 영역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장애인도 활발한 사회참여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
 이제는 장애인도 활발한 사회참여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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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개헌, #내가만드는개헌, #장애인권리, #헌법,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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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둠 속에서도 색채있는 삶을 살아온 시각장애인이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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