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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 소성리 진밭교에서 있었던 일
▲ 사드기지 공사에 반대하며 진밭교에서 저항하는 주민과 시민들 4월 12일 소성리 진밭교에서 있었던 일
ⓒ 박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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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경찰 4천여명 동원해 내일 새벽 사드기지 공사 위한 장비 반입 예상, 가능한 단위는 소성리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

소성리 상황실로부터 긴급히 타전되는 내용이었다. 예정되어 있던 일정을 조정하고 집으로 향했다. 소성리는 지낼 곳이 마땅찮다. 노숙을 하거나 차에서 잠을 자야 할 수도 있다. 옷가지와 이불 등을 챙기며 마음이 어지러웠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정상회담을 코 앞에 두고 사드기지 공사 강행이라니...'

밤 늦게 도착한 소성리의 공기는 차가웠다. 상황실에 들러 새벽 1시에 사드기지로 통하는 길목인 진밭교에서 저지행동이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마을회관 앞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의 수는 채 100여명이 되지 않아 보였다.

막을 수 있을까?

사드기지 공사 반대 현장사진
▲ 소성리 진밭교를 포위한 수천여명의 경찰들 사드기지 공사 반대 현장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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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 작년 9월, 사드 장비 추가 반입때 상황이 떠올랐다. 8천여명의 경찰에 맞서 4백여명의 소성리 주민 및 시민들과 9시간에 걸쳐 온 힘을 다했으나 막지 못했던 기억.

새벽 1시, 사람들과 커다란 사다리처럼 보이는 철제 구조물을 들고 진밭교로 향했다. 100여명의 사람들이 수십 배에 달하는 경찰에 맞서 저항하기 위한 도구였다. 진밭교 중간에 120여개의 칸으로 구성된 철제 구조물이 놓여지고 그 칸 하나하나에 사람들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일부는 원통형으로 된 강관에 팔을 넣어 옆 사람과 서로를 연결하기도 했다.

강관 속에서 손을 맞잡은 사람들은 비너(산을 오를 때 로프를 넣어 암벽 등에 박은 못과 사람을 연결하는 도구)로 서로를 연결해 스스로 풀지 않으면 강관을 뺄 수 없다. 2012년 제주해군기지 공사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PVC관으로 서로를 연결한 사람들에 대해 당시 경찰은 망치를 들고와 깨버리고 저항자들의 연결을 해체해버린 경우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은 경찰이 망치로 PVC를 내리친 충격으로 손과 팔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저항을 하냐고?

사드기지 공사 반대 현장 사진
▲ 저항하는 주민을 끌어내는 경찰들 사드기지 공사 반대 현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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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은 이를 극렬시위라며 비난한다. 그럼 말해보라. 어떻게 저항하면 좋을지. 국가권력이 정당하지 않은 일을 공권력이라는 거대한 힘으로 밀어부칠 때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어떤 방법으로 저항할 수 있을 것인가. 대화는 단절되거나 요식행위가 되고 시민들의 목소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말이다.

서로를 연결한 사람들은 모두 성인용 패드를 차고 열시간이 넘도록 불가피한 생리현상을 참아내며 이 행동을 했다. 좋아서 하겠는가. 그렇게까지 해야하는 절박함의 이유를 살펴볼 생각은 없는가. 오히려 스스로의 몸에 가해지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을 피하는 평화로운 방법의 저항이 아닌가. 서로의 팔이 연결된 사람들이 경찰에게 물리력을 행사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오전 6시 경, 사드기지와 외부에서 몰려 온 경찰들이 진밭교를 위, 아래로 포위했다. 상황을 파악한 경찰들은 9시 반 경 철제 칸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한 사람에게 대여섯명씩의 경찰들이 달려들어 끌어내려 했으나 사람들은 완강히 저항했다. 철제로 된 격자는 경찰의 완력으로부터 그 안에 있는 사람을 버티게 해주는데 유용했다. 경찰들이 무리하게 힘을 쓰자 사람들이 다치기 시작했다. 소성리 마을 부녀회장은 그 과정에서 갈빗뼈에 금이 갔다.

저항하는 소성리 주민과 연대하는 시민들을 해산하는 것이 쉽지않자 경찰은 협상을 제안했다. 한 차례 협상이 결렬되기도 했지만 이날은 공사장비를 넣지 않고 대신 사드기지 안의 장비들을 철수하는 것으로 합의가 되었다.

"이겼다!"

사드기지 공사 반대 현장 사진
▲ 경찰이 물러간다는 소식에 환호하는 주민과 연대한 시민들 사드기지 공사 반대 현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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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경, 진밭교에서 저항하던 사람들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13시간 동안의 저항이었다.

16일부터 국방부와 소성리 마을회는 이후 공사와 관련한 협상을 다시 시작한다. 국방부는 이번 공사가 생활관의 지붕 방수공사나 오폐수 처리시설 공사 등 주둔 군인의 생활여건 공사이니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사드기지를 정상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공사의 한 부분임이 분명하다.

사드기지를 완성하기 위한 공사를 진행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작년 7월 문재인정부는 사드 임시배치를 결정하며 사드기지와 관련한 일반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보고 완전배치를 판단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그 일반환경영향평가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국방부에 따르면,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시작하려면 미군의 사드기지 관련 사업계획서를 국방부가 받아야 하는데 미군이 아직 사업계획서를 완성하지 못한 것이 주된 이유라고 한다. 이번 사드기지 공사가 문재인정부가 약속한 일반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무력화하고 사드기지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이라는 의혹이 드는 이유다.

소성리의 사드기지는 절차적 문제 뿐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효용성 측면에서도 한미 당국은 합리적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더구나 남북간의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고 정상회담을 보름 남짓 앞 둔 상황에서 사드기지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어떻게 보아도 적절하지 않다. 작년 말, 중국 시진핑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문제가 잘 해결되면 사드도 필요없어질 것이라며 사드를 통해 악화된 한중관계를 풀자고 제안한 바도 있다.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가는 중요한 시점에 사드기지를 완성하기 위한 공사를 시작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시주석에게 했던 말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남북정상회담 앞둔 시점서 사드기지 공사 강행 하지 말아야

사드기지 공사 반대 현장사진
▲ 연대한 시민들에게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는 소성리 할머니 사드기지 공사 반대 현장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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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점에 문재인 정부가 사드기지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 미국의 압력에 의한 것임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미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사드기지 공사가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 한국정부를 향해 여러차례 불만을 터트린 바 있고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수십년동안 노려 온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한반도 배치가 남북관계의 해빙으로 흔들리는 상황을 용인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1일부터 12일까지 양일간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2차 회의에서 사드 유지비용을 방위비 분담금의 군수지원비 명목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언급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드 운용비를 한국에 부담토록 함으로써 미국은 비용 절감은 물론 사드기지의 장기적인 운용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2016년 사드 배치를 결정하며 한미 당국이 합의한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당시 한미 사드배치 공동실무단 구성 때 양국은 사드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측이 부담한다는 약정에 서명한 바도 있다.

한미동맹이 중요해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고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라면 의미가 없다. 오히려 우리 국민에게 왜 한미동맹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만을 남길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기지 공사를 중단하고 소성리 진밭교에서 보여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군대를 보는 시민의 눈,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의 주간 뉴스레터 'watch M' 제136호에 실린 칼럼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태그:#소성리, #진밭교, #사드, #군대를 보는 시민의 눈,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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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제언'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Civilian Military Watch)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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