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녹색전환연구소(www.igt.or.kr)는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녹색 전환의 다양한 상을 그려보고자 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녹색의 시각으로 새롭게 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전환하고자 노력하는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 기자 말

봄과 함께 6.13 지방선거가 성큼 다가왔다. 2017년 조기 대선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선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고, 야당이었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대통령이 바뀐 것은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정치 현안을 모두 바꿀 수 없다. 지방 선거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이번 지방 선거의 특징 중 하나는 청년 후보가 예전에 비해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에 출사표를 던진 녹색당 후보 3명도 평균 나이 28.5세의 청년 후보들이다. 거기다 이 세 후보는 여성이라는 젠더, 어린 시절부터 토박이로 살아온 지역구에 대한 애정 등 나이 이외에도 공통점이 많았다.

경기도 시흥시의회 예비후보로 출마한 안소정 후보는 "시민이 직접 정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1년 넘게 이어진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집회는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고 국민들에게 정치적인 힘이 발휘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힘을 6.13 지방선거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을 대표할 적합한 시민 후보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10대 시절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라는 송혜성 후보는 이번 지방 선거에서 경기도 파주시의회 예비후보로 출마했다. 독일 녹색당 연방의원과 일한 적 있는 그는 한국에서 이어진 이번 행보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공익을 직접 실현하는 길을 모색 중이다.

경기도 수원시의회 예비후보인 한진희 후보는 출마하기 전까지 경기녹색당 사무처의 상근 활동가였다. 그는 후보 개인에게 짐 지우지 않고 당원 모두가 후보가 되는 녹색당의 선거 문화 덕분에 출마를 결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정치의 핵심은 어떤 목소리를 대변하는가에 있다"라고 말하는 그는 지금 정치가 대변하지 못하는 다양한 존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물들이 정치의 영역에 함께하길 바랐다.

지난 4월 3일, 이들을 만나 후보로 출마하게 된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를 통해서 정치계에 부는 녹색전환의 가능성을 만날 수 있었다.

좌로부터 파주시의회 예비후보 송혜성, 시흥시의회 예비후보 안소정, 수원시의회 예비후보 한진희
 좌로부터 파주시의회 예비후보 송혜성, 시흥시의회 예비후보 안소정, 수원시의회 예비후보 한진희
ⓒ 녹색전환연구소

관련사진보기


"시민이 직접 정치하기 위해"

- 한국 사회에서는 선거에 출마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돈도 많이 들고, 사회적으로도 지위와 명성이 있어야지만 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방 의회의 시의원으로 출마하는 것 또한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다.

한진희 : "물론 많은 고민이 있었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보통 후보를 결심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들이 있다. 선거 비용에 대한 부담이나 주변의 지지라거나. 나는 이 둘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왜냐면 녹색당에선 후보 개인에게 짐 지우지 않는 선거 문화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원들의 십시일반으로 선거기금을 모으고 이 기금으로 후보자 등록 기탁금과 선거운동비용을 지원받고 있다.

또 후보로 활동하는 기간 동안 후보자들을 위한 기본소득 40만 원이 매월 지급된다. 만약 기존의 선거 운동 방식을 답습한다면 이 정도로 후보 유세를 한다는 것이 말도 안됐을 거다. 하지만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도 정치를 잘 할 수 있다는 걸 녹색당에서 배웠다. 그 힘이 나를 후보로 출마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송혜성 : "녹색당 내부에 워낙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이들이 많고 정당이 가진 정책이 확실히 준비돼 있다 보니 오히려 내 개인의 역량 부족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녹색당의 선거운동 모토가 후보 개인의 선거가 아닌 당원 모두의 선거인 것처럼 나의 부족함을 녹색당에서 채워줄 거란 믿음이 있었다. 파주 선거본부에 나를 전폭 지지하는 당원들이 있다. 그분들은 송혜성의 선거가 아니라 파주녹색당의 선거, 그들 자신의 선거라고 말씀하신다."

안소정 : "대학원에서 노동운동과 관련한 논문을 쓰면서 사회적으로 점차 고립돼 가는 노동운동의 현실에 무력감을 느꼈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앞두고 노동자로 행복하게 살 수 없는 사회에 대한 나 자신의 고민으로 시작한 공부였는데, 결국 나처럼 평범한 시민이 직접 정치를 해서 사회권력이 재편되어야 이런 문제들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겠다는 결론이 났다.

그리고 그 첫걸음으로 녹색당에 가입했다. 정당 가입이 내겐 정치계 입문이었던 셈이다. 이번에 후보로 나가게 된 것은 나 자신의 역량이 많아서가 아니다. 내가 출마함으로서 나와 함께 활동하던, 혹은 나를 지켜보던 지역의 청년과 시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장벽을 낮추는 것이 큰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시민이 직접 정치를 하기 위해 결심을 굳히게 됐다."

안소정(28) 녹색당 시흥시의원 가선거구 예비후보
 안소정(28) 녹색당 시흥시의원 가선거구 예비후보
ⓒ 녹색전환연구소

관련사진보기


"내 목소리, 행동 하나하나가 정치"

- 그럼 혹시 자신이 후보로 출마할 거라고 예상한 적 있는가?

송혜성 : "어릴 때부터 공공의 삶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 시기에 광우병 소고기 파동이 있었고 그때 'PD수첩'을 보면서 기자를 꿈꾸기 시작했다. 기자라는 직업이 사회의 진실을 파헤쳐서 공익에 헌신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6년 총선 때 녹색당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기사를 쓰는 일보다 정치 활동이 훨씬 더 공익적이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때부터 직업 정치인이 되고 싶은 마음도 생겨났던 것 같다.

공익이라는 게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내 주변의 삶부터 바꿔가는 것이 바로 공익이라고 생각한다. <밀양아리랑>이라는 밀양송전탑 반대운동 다큐멘터리를 봤을 때도 그게 가장 와 닿았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열심히 싸웠던 할머니들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처음엔 내 문제였던 것이 점차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고. 나의 행동강령은 가까운 부분부터 살피고 가까운 곳부터 바꾸자는 거다. 내 주변엔 특권층도 돈 있는 사람들도 없다. 이런 보통 시민들의 삶부터 공익은 시작한다.

사회 권력은 특정 대상이나 집단에 집중돼선 안 된다. 그것을 분산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시민을 대표하는 자가 정치를 하는 거다. 시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은 시민의 실정을 잘 알고 역시 그 또한 그런 삶을 같이 살아갈 그 사회와 공동체의 일원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역 시의회에서 일할 시의원을 뽑을 때는 더욱 그런 후보가 필요하다.

2017년에 7개월 정도 독일 녹색당의 3선 연방의원이었던 베어벨호엔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적 있다. 그때 베어벨호엔 의원의 평범하고 성실한 모습에 감동해서 깊이 존경하게 되었다. 이분은 항상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길에서 만난 시민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나누곤 했다. 심지어 베를린의 자신의 국회 사무실 옆 야외 공간에서 직접 양봉도 했다. 생산자로서 자신을 정체화 하는 경험을 통해 농민들의 삶, 더 나아가 생명을 키우고 돌보는 생명순환고리에 참여하는 것을 기꺼이 하고자 했다. 그런 모습을 통해 저런 정치인도 가능하구나, 우리 사회라고 못할 것이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안소정 : "정당 활동의 귀결점을 직업 정치인으로 생각한 건 아니었다. 녹색당에 들어오기 전에 했던 가장 큰 고민은 도대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노동자로 살아가야만 하는데 이 사회에서는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 힘들다. 항상 주어진 일을 복종하고 수행해야 하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면 그 일을 하면서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는가?

처음에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는 제도를 바꾸는 걸로 이런 수직적인 위계 구조를 바꿀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단순히 제도를 바꾸면 될 문제가 아니란 걸 알게 됐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제도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법 체계가 문제였고 이들을 조직적으로 비호하고 있는 행정부와 언론들도 다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자본과 기업 중심의 사회권력이 유기적으로 얽혀서 노동운동의 거대한 무덤을 만들고 있었다.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곳에 노동운동이 변화를 이끌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찾아 보았지만 그 결론은 운동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종착한 지점이 정치였다. 그래서 나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정치를 하기 위해 녹색당에 가입했다. 나 자신은 한낱 개인이지만 이런 개인들이 모여 힘을 이루면 거대한 사회권력에 대항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민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정치를 하자. 그 마음이 지금 후보 출마까지 이어진 것 같다."

한진희(29) 녹색당 수원시 사선거구 예비후보
 한진희(29) 녹색당 수원시 자선거구 예비후보
ⓒ 녹색전환연구소

관련사진보기


한진희 : "시의원 후보로 나서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웃음) 대학 다닐 때 정치외교 쪽으로 공부를 하긴 했지만 우리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만 했다. 현실 정치는 다 똑같고 밥그릇 싸움하는 것에 불과하다 싶어서 불만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역시 정치가 중요하단 생각을 하긴 했다. 하지만 당장 행동으로 이어지진 못하다가 대학 졸업 후에 국제개발 NGO 활동을 하게 됐고 키르기즈스탄에 자원활동을 갔었다. 그곳에 있을 때 마침 세월호 사고가 있었다. 숙소에 있는 작은 흑백 TV로 그 상황을 보면서 망연자실하던 기억이 난다.

그 후 1년이 지나 한국으로 왔는데 유가족들은 여전히 길에서 외면당하고 진실규명은 시작되지도 않은 현실에 참담했다. 그 분노로 세월호 촛불집회에 계속 참여했고 촛불집회를 막는 견고한 경찰차벽 앞에서 번번히 무력감을 느끼면서 이 차벽을 치우기 위해서는 조직된 시민의 힘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집회에서 외치는 구호들을 들으며 어떤 목소리를 대변할 것이냐는 선택이 바로 정치라는 것을 깨달았다.

녹색당은 약자, 소수자의 편이다. 소리 없는 무생물들의 삶도 이야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녹색당 활동을 통해 배웠다. 내 목소리, 행동 하나하나가 정치라는 사실을 깨달아 가면서 시민이자 정치인으로 성장한 것 같다."

"여성청년후보"는 지금 시대에 대한 응답

- 세 분을 공통으로 묶는 말로 '여성청년후보'라는 단어가 있다. 그런데 최근에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배현진 아나운서도 단순히 여성이자 나이가 젊은 후보들을 지칭하는 뜻으로는 여성청년정치인에 포함될 수 있다. 이런 구분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진희 : " '청년후보'나 '여성후보'라고 명명되는 게 불편한 감이 있기도 하다. 특정 세대와 성별을 대상화 시키는 느낌이 들기도 하니까. 하지만 당장 눈으로 보여지는 것들이 그렇다 보니 자꾸 쓰게 된다. 하지만 전국에서 청년(39세 이하) 비율이 서울보다도 높은 수원이 청년 시의원이 단 1명도 없다는 사실만 봐도 '청년후보'라는 이름을 걸고 그 필요성을 알리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다."

송혜성 : "나는 이것이 우리의 약자성을 대변하는 부분이라고 보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이때까지 없던 분류니까. 파주시의회 구성을 봐도 만 나이로 치면 30대가 딱 한명 있다. 지금 시의회 구성에 청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여성도 마찬가지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사람들이 여성 대통령을 바라고 뽑았다기보다 권력자 박정희의 딸이었기 때문에 뽑은 거였다. 그 사람이 수행하는 역할이 우리 사회 안에서 여성이라는 젠더가 겪는 위치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단순히 성별만 같다는 이유로 여성 정치인이라고 할 수 없다. 배현진 아나운서도 마찬가지다. 여성과 청년들이 그를 자신들을 대표할 수 있는 '여성청년후보'라고 인식할까? 지금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을 의미하는 자유한국당의 상징적인 인물로 여길 뿐이라고 생각한다."

송혜성(28) 녹색당 파주시 다선거구 예비후보
 송혜성(28) 녹색당 파주시 다선거구 예비후보
ⓒ 녹색전환연구소

관련사진보기


안소정 : "'여성청년후보'는 바로 시대가 불러낸 후보라고 생각한다. 지금 사회에서 벌어지는 미투운동도 시대가 불러낸 것이고, 이번 지방 선거에 불고 있는 청년후보의 흐름도 이 시대의 현상이라고 본다. 많은 청년후보들이 전국적으로 출마하는 이유는, 주어진 사회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여성들도 남성 중심의 위계질서 속에서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의미로 미투운동을 하는 거고. 지금 청년들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할 거란 인식 속에서 계속 기회와 자원이 차단당해 왔고 많은 부침을 겪어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성청년후보라는 그 자체가 시대정신을 대변한 것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이와 다르게 '남성중년후보' '남성노년후보'라는 말은 안 쓰지 않나? 궁극적으로는 여성청년후보가 아닌 녹색당 시흥시의원 후보 안소정으로 명명되고 싶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이렇게 정치계에 도전한 것이기도 하다."

결혼도 하고 사업도 하는 나이, 정치라고 못할까

- 사람들의 인식 속에 중장년 남성 후보에 비해 여성이거나 청년인 후보는 사회 경험이 부족할 거란 편견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정치를 잘 할 것 같은 '경험'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경험인 것인 것 의심해 보게 된다. 많은 정치인들이 법조계에 몸 담았던 이력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그들이 모두 정치를 잘 했다고는 볼 수 없다.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누구나 자신의 삶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것을 통해 성찰과 변화를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 이후에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는 중요시하지 않고, 당사자의 젠더나 나이를 이유로 그들의 경험을 평가절하 한다면 정치인에게 필요한 경험이란 매우 한정적이고 불평등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안소정 : "지역에서 세월호 촛불을 함께 드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 활동을 하면서 정치를 하면 정말 잘 할 것 같은 청년들을 많이 만났었다. 지역 현안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에서 만났던 이들이었는데, 정치가 결국 더 나은 일상과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그걸 관철시키는 것이라면 바로 이들이야말로 적합한 인물이 아닌가 싶었다. 이번에 출마하는 우리 셋 외에도 지역에 이런 정치하기 좋은 청년들이 참 많다. 그들의 활동이 지역 정치계에서도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냈으면 좋겠다."

한진희 : "내가 출마한 지역은 수원시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이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몇살이야?' '어린 것이' '결혼했어?' 이런 나이와 관련된 것이었다. 학교도 사회화의 경험이고 과정인 건데, 그 안에서 겪는 다양한 변화와 성장은 무시하고 학생들에게는 마치 정치적인 생각이 없는 것처럼 말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안소정 : "우리 선거본부에서 개소식 때 쓴 팻말이 있다. '어리다고 놀라지 마세요. 변화를 이끌 후보인지 확인해주세요.' 후보 명함을 돌려보니 정말 많이 듣는 게 '정말 젊네요. 몇 살이에요?'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이렇게 답한다. '결혼도 하고 사업도 하는 나이인데 정치라고 못하겠어요?' 서른에 결혼했다고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기존의 정치를 누가 하고 있는지가 일반적인 이미지로 박혀있다 보니 그 틀을 뛰어넘는 후보에 대해 상상을 못하는 것 같다. 이런 편견을 깨는 것 자체도 또 하나의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기존과 다른 새로운 선거운동을 만들어가며

- 새로운 후보들에게 거는 기대가 있는데 선거운동을 하는 색다른 전략이 있는지 궁금하다.

한진희 : "나는 선거 명함이 두 가지 버전이다. 처음엔 평소 모습 그대로 만든 명함이고, 그 다음엔 너무 어려 보이지 않게 앞머리를 없애고 머리도 단발로 단정하게 자른 후 만든 명함이다. 어느 정도 기존의 문법을 가져오되 그 안에서 최대한 녹색당스럽게 하고자 한다.

사실 짧은 선거기간 동안 거리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녹색당의 가치를 제대로 알려내기는 어렵다. 기존의 선거방식을 그대로 따라야 할까 매번 고민하지만 선거법 자체에 제한이 많아 기존의 문법을 어느 정도 따를 수 밖에 없는 부분도 있다. 지금 예비후보 기간에는 특히나 더한데, 다양한 선거운동이 허용되는 본 선거 기간에는 복장에서든, 선거운동원 표정에서든, 거리유세 방법에서든 녹색당스러움이 자연스레 묻어나게 될 것 같다."

안소정 : "시간은 후보에게도 필요하지만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하다. 실은 유권자들이 자기 일상이 너무 각박하기 때문에 정치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나마 딱 선거 기간 동안에 잠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정당이 출마한 과정을 마주보는 시간을 갖는 셈이다. 우리 모두가 장시간 저임금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정치발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선거운동 자체도 선거법에서 너무 많은 제한을 두고 있어서 정말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문법을 따르지 않고서는 한계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기존의 문법을 취하되 다른 태도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녹색당의 가치를 유지하려고 한다. 비록 선거 복장은 다른 정당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도 다른 태도를 보여줄 수 있다면 유권자들에게 다른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송혜성 : "흔히 거대 정당들이 하는 선거운동 방식이 있다. 이름이 크게 박힌 잠바를 입는다거나, 소리 나는 대형 PDP를 실은 트럭을 타고 이동한다거나. 나는 그런 것을 하고 싶지 않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거대 정당이 그렇게 하는 이유가 분명 있고 우리도 후보 선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존의 방식을 따라가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다. 정형화된 선거전략에 질렸고 이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음에도 이런 방식 외에 사람들에게 후보를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기존과 다른 방식의 새로운 선거운동을 한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고민될 때가 많다.

우리 셋이 출마하는 수원, 파주, 시흥 이 곳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서울의 위성도시로서 기능한다는 점이다. 내가 만나서 어필하고 싶은 유권자들은 다 아침 일찍 가서 저녁 늦게 파주로 들어온다. 선거사무소에 초대해서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듣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거기다 여성 후보로서 위험성도 안고 있다.

얼마 전에 매일 저녁 같은 시간에 선거유세용으로 쓰는 휴대전화로 전화가 왔다. 처음에는 문자로 몇 살이냐고 막 묻더니 나중엔 같은 시간에 계속 전화를 하는 거다. 어떤 남자였다. 나는 그 사람을 모르지만 그 사람은 나를 알고 있다는 이 상황 자체가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후보이기 때문에 시민들과 직접적으로 스킨쉽을 해야 하는 과정에서 여성으로서, 또 청년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위험한 일들이 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겪은 우리 셋의 이야기만 합쳐도 아마 책 한 권은 나오지 않을까?"

인터뷰 중인 안소정 후보와 한진희 후보
 인터뷰 중인 안소정 후보와 한진희 후보
ⓒ 녹색전환연구소

관련사진보기


- 시의원 후보로 활동해 본 경험이 앞으로 여러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하는지 궁금하다. 

송혜성 : "이번 선거를 통해서 생애 첨으로 내가 나를 오롯이 책임지는 시간들을 만나고 있다. 후보로 지내면서 나의 삶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도 많은 생각을 하는 중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시의원 도전한다고 대단하다 칭찬해주니까 자존감도 높아지고, 나의 언어로 녹색당을 설명할 수 있게 되면서 마음도 풍족해지는 느낌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를 필두로 앞으로 파주시의회에 다른 출마자들도 나올 수 있겠다 싶은 용기를 얻지 않을까. 우리 셋 모두 이번이 처음 후보로 나선 선거이다 보니 거의 모든 게 처음이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선거를 이어가고 이런 경험들을 매뉴얼로 만드는 것이 다음 선거를 위해서도 중요할 것 같다."

한진희 : "2016년 지방 선거 때 과천의왕시의회에 출마한 녹색당 홍지숙 후보의 선거본부에 같이 있었다. 그 때 홍지숙 후보가 선거과정을 통해서 단단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기의 경계를 확인하고 그 경계가 확장된다는 느낌도 받았다. 지금은 내가 그런 상태인 것 같다. 선거를 통해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 내 삶의 이유가 내 언어로 정리되고 있다. 이렇게 집중적으로 나의 언어를 발언해야 했던 적이 이전에는 없었으니까. 누군가는 또 나를 옆에서 보면서 단단해지는 시기라고 여길 지 모르겠다."

안소정 : "나의 한계를 집약적으로 경험 중이다. 선거가 아니면 이렇게 집약적으로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의 활동에 있어 인적 자산을 많이 축적하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지역의 면면을 바라본다는 측면에서도 많은 공부가 됐다.

당선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고 그 성과가 측정되는 과정이 선거이다 보니 사람들간의 관계나 선거본부 꾸리고 운영하는 모든 후보 활동에서 평가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내가 가진 한계 혹은 특성을 자주 발견하게 될 거고 그걸 해결하거나 발전시키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므로 이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변화를 넘어서 전환으로, 지금 우리가 가는 길

- 녹색전환연구소에서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변화를 '녹색전환'으로 일컫고 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녹색전환'은 무엇인가?

한진희 :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녹색'은 생태적 가치인 거고, '전환'은 삶의 태도나 인식의 변화를 일컫는 것 같다. 단순히 변화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닌 전환까지 가고자 한다면 성장만능주의, 자본주의 이런 것들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안소정 : "'녹색전환'이란 말과 가장 맞닿아 있는 건 생태민주주의, 에코페미니즘일 것 같다. 또 다른 언어로 설명하자면 차별과 폭력이 없는, 다양성이 보장되는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다. 이때 생태계는 꼭 자연 생태계 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정치, 사회 모든 것이 포함된다고 본다. 정치적으로 보자면 녹색당이 제도 정치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다양성을 상징하는 부분이 될 거다. 다양성을 통해 착취와 소비 고리를 순환과 자립의 고리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 녹색전환인 것 같다."

송혜성 : "모든 것에 생명이 있다는 걸 인지해 가는 과정 자체가 녹색전환인 것 같다. 에전엔 동물권에 무지해서 동물도 당연히 생명이고 행복한 삶에 대해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하지만 A4 용지 크기의 우리에 갇혀 평생을 살아가는 닭들을 본 이후로 닭고기를 먹을 수가 없었다. 아, 저기도 생명이 있구나 라는 깨달음에서부터 공장식 축산을 반대하게 되고 채식으로 삶이 전환되었다. 지금 우리가 가는 길도 정치에 새로운 변화가 가능하다는 믿음에서 시작된 거다. 이런 발걸음들이 우리 사회를 녹색으로 전환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박이상 시민기자는 녹색전환연구소 편집위원입니다. 이 글은 '녹색전환연구소' 사이트(www.igt.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녹색전환연구소, #송혜성 후보, #안소정 후보, #한진희 후보, #여성청년후보
댓글

녹색전환연구소는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서 생태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공동으로 만드는 민간연구소입니다. 내 삶과 가족, 이웃, 지구와 생명을 지키고 함께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길 - 우정과 즐거움으로 잇는 녹색전환의 길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http://www.igt.or.kr)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