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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모처에서 만난 이은영 전무. 이 전무의 이야기는 꿈을 꾸는 여러 청년들에게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낼 만하다
 광화문 모처에서 만난 이은영 전무. 이 전무의 이야기는 꿈을 꾸는 여러 청년들에게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낼 만하다
ⓒ 김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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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꿈을 먹고 사는 존재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먹어야 하지만,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인간의 특성을 감안해 본다면, '꿈'이 없는 삶은 삭막하기 이를 데 없다. 미국의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우는 욕구 5단계설을 통하여 '자아 실현(Self-esteem)의 욕구'를 인간이 지닌 최상의 욕구라는 주장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꿈을 먹고 사는 인간들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자신들이 아는 정보' 내에서만 움직이려고 한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정보가 100이라고 했을 때 자신이 아는 것이 1이라면 그 1 안에서만 움직인다. 99라는 큰 시장이 있지만, 이것에 대해서 모르기에 움직이기를 주저한다. 그래서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대해 과감하게 도전하는 이에 대해 사람들은 '선구자/개척차(pioneer)'라고 한다.

<골드만삭스를 신고 차이나를 걷는 여자>라는 독특한 제목의 서적을 낸 이은영 전무이사(현 회사 직책 기준)도 딱 그러하다. 연세대학교 영문과 졸업 이후 전액 장학금을 받고 미국 코넬대학교 언어학과 대학원에 진학, 만 27세에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정작 그녀가 뛰어 든 곳은 '맥킨지 코리아'였다. 영문과와 언어학을 전공한 그녀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공부가 가장 쉬웠던 그녀에게 컨설팅(consulting)은 또 다른 호기심을 자극하는 분야였다. 그렇게 한 번 발을 들여 놓았던 미지의 분야는 현재 이은영 전무가 지닌 최고의 무기가 됐다. 어찌 보면, 본인이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여 성과를 창출한 사례를 스스로 만들어 낸 셈이다. 지난 6월 30일 그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골드만삭스를 신고 차이나를 걷기까지

1997년 맥킨지, 2000년 골드만삭스, 2003년 리먼 브라더스. 2009년 SK 그룹, 2015년 중국 안방보험까지. 그동안 그녀가 몸담았던 회사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녀가 한국과 미국, 중국의 주요 회사들을 거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하면서 각국 기업의 특성과 문화를 터득했고, 본인이 잘 몰랐던 분야에 대해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골드만삭스를 신고 차이나를 걷는 여자>도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사실 출판사에서 처음으로 제안했던 제목은 '어떻게 커리어(Career)를 얻는가?'였다. 다만, 커리어도 커리어지만, 나를 베이스로 하여 젊은이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또한, 미국과 중국 자본시장에서 일한 것이 상당히 특별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극과 극, 끝과 끝에 놓인 두 국가를 경험했고, 가장 대비가 되는 두 회사에 대한 경험을 합치고(combine) 싶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뚫고 갈 수 있는 요소를 전달하고 싶어서 책 제목도 '뛰는'이 아닌 '걷는'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는 한편, 본 서적이 20~30대 여성이 타킷이 되는 것은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대학생부터 대학생~30대 초반, 사회 초년생, 사회생활한 지 얼마 안 된 회사원들이 이 책을 읽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막상 책이 나온 다음의 반응을 보니, 30대 대리/과장 및 50대 부장급들도 공감을 많이 하셨음을 느꼈다고 한다.

"우리 세상은 '노력'이라는 가치가 상당히 저평가(under-value)되지 않는가. 그것이 억울하게 받아들여지는 세상 속에서 '나만 그런가?'라는 생각을 지닌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고, 또 공감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노력을 하는 것이 가치가 있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에서 본 서적을 집필했다.

다만, 누구든 책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어떠한 구절에 영감을 받건 독자들께서 어떠한 액션을 취했으면 하는 작은 희망을 지니고 있다. 여러 가지 액션을 취하면 변화를 하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것을 해도 될까, 실제로 이렇게 액션을 취할 수 있구나, 나도 무엇을 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고 싶다."

최고의 커리어를 얻는 방법은 단순하다. 노력하다보면 적어도 크게 실패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최고의 커리어를 얻는 방법은 단순하다. 노력하다보면 적어도 크게 실패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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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의 마스터, 전 세계를 누비는 M&A 전문가로 성장하다

사실 지금은 기업 컨설팅이 활성화되어 있지만, 이은영 전무가 입사했던 1997년에는 컨설팅이라는 것이 경영학과생들도 잘 몰랐을 시기다. 국내에서 영문과를 전공하고, 미국에서도 언어학을 전공한 이은영 전무도 말할 것 없었다. 특히,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 입사한 맥킨지에는 입사 동기들 전원 교포이거나 외국에서 학부 과정부터 공부한 수재들이었다.

"컨설팅은 미지의 영역이지만, 회사 체계를 잡아가고, 회사의 어려운 숙제를 대신 해주면서 해당 회사에 대해 알게 되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1990년대 후반의 IMF는 그다지 체계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맞이한 것이라 본다.

20년 이상 지나와 보니, 글로벌화 된 모습으로 변화하여 컨설팅으로 한국 기업에 공헌한 바가 많다고 자부한다.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되고 싶어 하는 기업들이 많지만, 아직도 국내 지역화(Local)된 회사들이 많다. 하지만, 20년 전 컨설팅을 통해서 Local한 회사가 Global화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컨설팅이 정말 가치(value)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클라이언트(Client)에게 머리채가 잡힌 채 술자리를 강행해야 했던, 웃지 못했던 에피소드도 있다. 그때를 생각하면, 이은영 전무는 오래 전 일이지만 늘 가슴 한 쪽이 시려 온다.

"사실 프롤로그에도 언급했지만, 처음에는 감정과 디테일한 상황이 더 잘 묘사됐었는데, 너무 길어지면 안 읽혀질까 봐 실제 일어난 에피소드에서 1/3로 줄여 아주 간략하게만 적었다. 정말 문자 그대로 머리채를 세게 잡혀서 택시에 태워졌는데, 아무도 말리지 않더라. 택시 안에서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그때는 무서웠다고만 생각했다. 물론, 우리는 클라이언트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원칙대로 한다는 교육을 받았는데, 그러지 못하여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그나마 요즘에는 이러한 상황이 많이 개선되는 듯하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가슴 먹먹했던 옛 이야기를 뒤로 하더라도 이 전무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금융 위기를 자주 겪었다. IMF가 그러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닷컴 버블 등이 그러했다. 이러한 굵직한 이벤트 속에서 이 전무는 꾸준히 자신의 몫을 다 했다.

"금융업계는 절대적으로 시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장(場)이 좋을 때 있으면 실적을 잘 쌓을 수 있다. 주가가 좋을 때에는 비싸게 사고 팔 수 있어서 M&A 딜(deal)도 많이 일어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완전히 모순되는 일이 일어난다. 실적이 잘 안 나오게 된다. IMF, 닷컴 버블을 경험하면서 계속 바닥을 쳐 오는 모습도 보고, 해고 통보가 계속되어 불안감이 쌓이면서 일을 하는 시간도 많아졌던 일도 있었다. 한때 140시간 일한 일도 있었다. 2005~20066년 리먼 브라더스 호황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에는 정말 최악이었다. 앞으로도 세계 금융 시장에서 이 정도 되는 일이 터질까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최악의 경험을 했기에, 오히려 두려움이 없어졌다. 그것이 두려워 아무것도 못하면, 그것도 너무 아까운 일 아닐까? 능력이 충분히 있는데, 내가 더 많이 하면 더 많이 알고 더 많은 경험을 쌓게 된다. 그래서 더 일하는 것이 억울해서, 무서워서 안 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솔직히 아쉽다. 그렇게 함으로써 무엇인가 더 좋은 것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셈(you never know)이다. 그것을 믿으면 된다. 자신의 의지를 믿었으면 한다."

자존심이라는 것

결국 자신이 더 많은 일을 했다고 해서 꼭 억울해 할 필요가 없다. 그 안에서 무엇이든 얻는 것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라도 깨닫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얻어갈 수 있는 무엇'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를 수 있다는 이야기는 깊이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러는 한편, 사회(회사) 생활을 함에 있어서 자존심이라는 것을 지켜야 하는지, 바닥에 놓아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올 수 있다. 이은영 전무도 중국 안방보험에서 일하면서 자존심이라는 단어를 경험했다.

"솔직히 미국 회사(골드만삭스, 매킨지)는 자존심 세우고 실적 세우면 그만이었다. 투명하게 시스템대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좋다. 내 의지와 주관을 갖고 밀어붙이면 끝이다. 그러나, 중국은 자존심으로 시작해서 자존심으로 끝난다. 그것이 전부(everything)다. 밖에 있을 때에는 잘 몰랐지만, 그 안에 있으니 그것을 많이 느꼈다.

당시 내가 유일한 외국인이어서 무시를 당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한국에서 딜(deal)을 마무리했지만, 결국은 외국인이기 때문에 인수한 회사에 중국인을 파견하는 일이 일상었다. 나를 도와서 딜을 했던 중국인이 내 커리어를 빼앗아가는데, 그것이 정말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그것을 참고 지내야 하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과 인맥을 쌓고, 기회를 찾아가야 하는 과정이 너무 힘겨웠다. 내가 끝낸 일인데, 스스로 마무리를 못한다.

그런데, 자존심 상하는 와중에도 마무리를 하는 자리에 나가서 자존심을 굽힌다. 그 안에서 더 좋은 딜을 하고, 인간관계를 더 좋게 한다. 또한, 한국을 변방으로 생각하는 그들 입장에서 유일한 외국인으로서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알게 하고픈 욕심도 생겼다."

그러는 한편, 중국에서 인생을 배워 온 이 전무는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한 가지 팁(tip)을 건네기도 했다.

"스스로도 중국과 일을 할 때 너무 순진하게 했다. 무엇을 얻어내고 싶은가,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파악(Figure Out)을 해야 한다. 내가 사업을 하건, 회사를 다니건 간에 중국과의 관계에서 이러한 점은 필요하다. 이것이 커리어(Career)의 전부(everything)다. 그것이 진짜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M&A 업계 자체도 마찬가지다. 커리어가 안 되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 자존심 상하지만, 억울해 하고만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그 자체를 인정하고 누구도 못 하는 것을 해야 한다. 그것으로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세상의 유용한 정보가 100이라면, 자신이 일고 있는 정보는 1 정도일 것이다. 그 알고 있는 1의 정보보다 모르는 99의 정보에 대해 뛰어들었으면 하는 것, 이은영 전무가 청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세상의 유용한 정보가 100이라면, 자신이 일고 있는 정보는 1 정도일 것이다. 그 알고 있는 1의 정보보다 모르는 99의 정보에 대해 뛰어들었으면 하는 것, 이은영 전무가 청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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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앞서 언급했지만, 이은영 전무는 본인의 전공과는 크게 관계 없는 분야에 뛰어 들어 성공 가도를 달렸다. 어찌 보면 본인이 알고 있는 길과는 거리가 먼, 모르는 분야를 개척하여 용감하게 뛰어 든 결과였다.

"솔직히 지금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 누구나 잘 알고 다 나와 있는 것(회사 공채 등)만 하려고 한다. 이해는 하지만, 그 이외의 것을 어떻게 하는지 너무 모르고, 너무 무서워만 하는 것 같다. 방법이 안 나와 있는 것은 본인이 '그냥' 찾아야 한다. 누구를 만나건, 본인이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적극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도 많은 것을 안다. 어찌 보면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도 이것을 일깨워 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서였을 것이다.

어렸을 때에는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만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내가 아는 부분이 너무 적은데, 그 안에서 잘할 수 있을지 정하는 것도 많이 아쉬운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나도 적극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낯가림도 심할 정도로 내성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 앞에서 강의도 못 한다. 게다가 일을 많이 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거의 먹지 않을 정도로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겉으로는 아닌 척 하는 것을 요구하지만, 불안해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나도 책을 쓰는 것이 큰 도전(Challenge) 중 하나였다. 개인적인(Private) 나로부터 대중적인(Public) 나로 전환해보고 싶었다. 매일 성장하는 인간,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 그래서 나의 모토이기도 하다. 흘러간 과거에 목메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미래를 꿈꾸었으면 좋겠다."


골드만삭스를 신고 차이나를 걷는 여자 - 어떻게 최고의 커리어를 얻는가

이은영 지음, 알에이치코리아(RHK)(2018)


태그:#이은영, #골드만삭스를신고차이나를걷는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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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데일리안, 마니아리포트를 거쳐 문화뉴스에서 스포테인먼트 팀장을 역임한 김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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