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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련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위원장이 6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실 앞을 지나고 있다.
 백혜련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위원장이 6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실 앞을 지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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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오후 4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를 일으킨 법인의 벌금 하한선 폐지, 경영 책임자의 징역형 하한선 완화(징역 2년 이상 → 1년 이상)
[1월 5일 저녁 7시] 공무원 처벌 조항 폐지 가닥
[1월 5일 밤 11시] 징벌적 손해배상제 하한선 폐지
[1월 6일 낮 12시] 소상공인·넓이 1000 제곱미터 이하 영업장·학교에서 일어나는 중대재해 처벌 제외
[1월 6일 오후 4시 40분] 5인 미만 사업장 처벌 제외
[1월 6일 저녁 7시 50분] 경영책임자의 정의가 '대표이사 및 안전담당 이사'가 아닌 '대표이사 또는 안전담당 이사'로 후퇴, 공무원 처벌 조항 폐지 확정, 발주처 처벌 조항 폐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백혜련 위원장)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한 지난 이틀간의 '후퇴 일지'다.

처벌 대상이 되는 경영 책임자의 범위, 공무원 처벌 여부, 징벌적 손해배상제, 경영 책임자와 법인에 대한 처벌 수준 등 사실상 쟁점이 됐던 모든 부분이 아예 빠지거나 후퇴했다. 특히 6일 여야는 기존 여당 법안엔 있지도 않았던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처벌 제외'까지 갑작스레 끼워넣었다. 막판 법안심사 과정을 현장에서 모두 지켜본 정의당은 결국 "개악"이라고 결론 내리며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공무원 처벌·발주처 책임까지 제외… 구멍 숭숭
  
백혜련 법안심사소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백혜련 법안심사소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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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이자 법안심사 제1소위원장인 백혜련 의원은 이날 저녁 7시 50분께 소위 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중 공무원 처벌 규정·발주처 책임 규정·인과관계 추정 규정이 모두 빠지게 됐다고 밝혔다. 처벌 범위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경영책임자 등'의 정의를 놓고는 노동계의 요구인 '대표이사 및 안전담당 이사'가 아닌 '대표이사 또는 안전담당 이사'로 확정했다고 전했다. 대표이사 등 최고 책임자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것이다.

백 의원은 "경영 책임자는 '또는'으로 정리됐다"라며 "공무원 처벌도 빠졌다"라고 발표했다. 백 의원은 "(경영 책임자 범위 조항을)'또는'으로 하더라도 실제 경영 책임자의 책임을 면하지 않는다는 데에 공감했다"라며 "'및'으로 할 경우 두 사람(대표이사와 안전담당 이사)이 모두 처벌받게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백 의원은 공무원 처벌 조항이 빠지게 된 데 대해선 "공무원의 인허가 감독 행위와 중대재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됐다"고 했다.

백 의원은 "발주처(처벌 규정)도 빠졌다"고도 밝혔다. 백 의원은 "발주는 (기존의)'도급'이란 개념에 다 포섭되고 실제 법안에 넣어도 실익이 별로 없다고 논의됐다"고 했다. 이대로라면 발주처가 무리하게 공사기간 단축을 요구하다 38명의 사망자를 낸 2020년 4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같은 중대재해가 일어나도 이 법으로는 발주처를 처벌할 수 없다.

결국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의 '유예기간'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든 쟁점 사안들이 크게 후퇴한 꼴이다. 법안심사소위는 유예기간에 대해선 이날 결론짓지 못하고 7일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지만, 그마저도 백 의원은 노동계의 비판을 받고 있는 '50인 미만 사업장 4년 유예·50~100인 미만 사업장 2년 유예'의 정부안을 그대로 강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백 의원은 "유예기간을 두는 것에 대해선 다들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야당 쪽 의원들은 정부안으로 가자고 많이 얘기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에 앞선 법안소위 과정에서도 이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던 상황이었다. 사망사고 발생시 경영 책임자의 징역형 하한선을 당초 '2년 이상'에서 '1년 이상'으로 낮추고, 법인의 경우엔 사망시 '50억원 이하'라고만 했을 뿐 하한선을 아예 없애 버렸다. 징벌적 손해배상도 '손해액의 5배 이하'라고만 해놨을 뿐 하한선을 없애 기존 박주민 의원 안(손해액의 5배 이상)보다 크게 퇴색됐다. 소상공인·학교에서 일어나는 중대재해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을 뿐만 아니라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처벌까지 갑작스럽게 빠졌다. '5인 미만 사업장 제외' 부분은 기존에 논의조차 되지 않던 내용이었다.

"개악" 즉각 반발한 정의당… "중대재해법 죽었다" 눈물까지
   
백혜련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 위원장(오른쪽부터)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참석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이사장, 고 이한빛PD 아버지 이용관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혜련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 위원장(오른쪽부터)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참석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이사장, 고 이한빛PD 아버지 이용관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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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정의당 대표 : "백 의원님, 정의당 대표로서 굉장히 유감입니다. 이렇게 하면 결국 안전담당 이사만 처벌받고 대표이사는 처벌에서 빠지게 됩니다.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도 큰 문제입니다. 이제 5인 미만 사업장에 있는 노동자들은 이 법 내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실제 사망 사고로 돌아가시는 분들의 30% 이상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옵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 "오늘의 법안소위는 국민들을 배반했습니다. 국회가 국민들의 죽음을 방조한 거나 다름 없습니다. 지금도 국회 앞 천막에서 농성하는 유가족들(故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故 이한빛씨 아버지 이용관씨) 앞에서 도대체 뭐라고 말씀 드려야 할지 너무나 죄송스럽습니다.
"

법사위 소위 회의장 앞에서 소위 심사를 기다리던 정의당은 백 의원 브리핑을 듣고 난 뒤 그 자리에서 즉각 반발했다. 국회 본관 앞에서 3일째 단식 농성 중인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직접 법사위 소위 회의장을 방문해 백 의원에 항의했다. 김 대표는 "예상치 못한 개악"이라고 했다. 법안 심사 과정을 참관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오늘 죽었다"라며 눈물까지 보였다.

장혜영 의원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 법에 대해 산재 피해자들, 유족들의 눈이 아니라 재계의 눈, 정부부처의 눈으로만 사안을 살폈다"라며 "도대체 양당은 왜 이 법안을 발의한 거냐. 국민을 우롱한 거냐"라고 따졌다.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핵심은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경영 책임자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었지만, 안전담당 이사를 둬서 안전담당을 또다시 외주화할 수 있는 길을 남겼다"라고 꼬집었다. 또 "산재 대부분이 영세 사업장에서 집중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적용 대상에서 발주처가 삭제됐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이로써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어떤 국민을 대변하는지 오늘 똑똑히 드러났다"라며 "죽어가는 국민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죽는 시늉, 앓는 소리만 해대는 재계만 대변하는 양당이라는 게 드러났다"고 했다. 장 의원은 "국민 여러분의 안전과 생명 대신 재계의 이윤과 재계의 안전을 지키는 일을 선택한 정부와 거대 양당을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경영자 책임과 공무원 책임을 묻는 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핵심인데 경영자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주고 공무원 처벌은 아예 삭제했다"라며 "차 떼고 포 떼고 도대체 뭘 갖고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거냐"라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여당이 중소벤처기업부 등 각 정부 부처를 통해 마치 재계의 소원수리를 접수하는 식으로 법안을 심의한 데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관련 기사]
중대재해법 설전, 백혜련 "5인미만 제외" vs 류호정 "목숨 똑같은데!" http://omn.kr/1ra5s
중대재해법 대상에서 소상공인·학교 제외키로 http://omn.kr/1r9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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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사망시 '징역 1년 이상 벌금 10억 이하'로 합의 http://omn.kr/1r9l7

태그:#중대재해기업처벌법, #법사위, #백혜련, #민주당,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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