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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부 시절 나온 고교<역사> 교과서 내용.
 전두환 정부 시절 나온 고교<역사> 교과서 내용.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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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자유민주공화국인가? 헌법 제1조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 교육부가 교과서에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 표기 시도에 다시 나섰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두 번째 시도다.

'자유민주' 표기가 헌법 정신?

지난 8월 31일 오후 교육부는 예정에도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기본 상식"이라면서 "교육부는 미래세대의 균형 있는 역사관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헌법정신에 입각한 역사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2022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표기에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고쳐서 쓰겠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지난 8월 30일에 공개한 '2022 역사과 교육과정(안)' 내용을 하루만에 뒤집은 것이다.

교육부는 '자유민주' 표기를 내세운 근거로 헌법을 내세웠다. 하지만 우리나라 헌법은 '민주(주의)'는 9번 나온 반면, '자유민주'는 2번 나온다.

헌법에서 '민주가 나온 대목은 상당수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제1조1항),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에 입각하여'(전문)라는 표현처럼 일반적인 뜻으로 쓰였다.

반면 '자유민주'는 '기본질서'를 꾸며주는 말로 다음처럼 제한적으로 사용됐을 뿐이다.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에 입각하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전문)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제4조)


우리 헌법 전문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말은 1972년 박정희의 유신헌법에서 처음 등장해 오늘에 이른다.

문지영 숭실대 사회과학연구소 교수는 2019년 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한국의 헌법 이념: 헌법 전문 개정의 쟁점을 중심으로>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우리 헌법에 등장한 역사적 맥락을 살펴볼 때, 그것이 제헌헌법 이래 명시되어온 '민주주의 제도 수립'에 비해 내용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인다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오히려 (이 용어가) '평화통일의 역사적 사명'과 결부되어 유신독재의 반자유민주적 현실을 지지하는 명분이 되거나, '평화통일 정책'의 단서가 되면서 ('민주적 기본질서'에 비해) 협의로 해석될 여지를 키우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역사교과서 '민주주의' 서술 단원명 조사표.
 역사교과서 "민주주의" 서술 단원명 조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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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역대 정부에서 나온 역사 교과서는 어땠을까?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등 민주 정부는 물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 보수 정부까지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썼다. 오로지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 때 나온 교과서에서만 '자유민주주의'란 용어가 등장했을 뿐이다. <오마이뉴스>가 40여 년간 나온 우리나라 역사교과서를 2018년에 분석한 결과다(관련기사 [단독] 노무현 정부만? 박정희 때도 교과서에서 '자유' 뺐다 http://omn.kr/pma0 ).
 
교육부가 만든 '외국교과서의 민주주의 용어 서술 현황' 문서.
 교육부가 만든 "외국교과서의 민주주의 용어 서술 현황"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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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교육부가 만든 '외국교과서의 민주주의 용어 서술 현황'을 보면 '민주주의 지수' 상위 6개국인 뉴질랜드, 호주, 독일, 영국, 미국, 일본 모두 중·고교 역사교과서 등에 자국의 체제에 대해 '민주주의'(Democracy)'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독일의 경우 다수는 '민주주의'라 표기했지만 일부 '자유민주주의' 표기도 있었다.

또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만든 '대한민국에 대한 OECD 역사와 사회 교과서의 (자유)민주주의 기술 현황' 자료를 보면 조사 대상 34개국 가운데 한국의 정치체제를 '자유민주주의'로 표기한 나라는 한 군데도 없었다(관련기사 "미·영·일 역사교과서에도 '자유민주주의'는 없었다" http://omn.kr/s23u ).

선진국은 '민주'로 표기하는데... 한국만 '국제 왕따'인 격

자신들의 역사교과서 등에서 한국을 '민주주의'라고 서술한 나라는 20개국이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미국, 캐나다, 멕시코, 호주 등이 모두 이렇게 표현했다. 20개국을 제외한 14개국의 역사교과서엔 한국 체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세계의 교과서는 대부분 자국체제에 대해 '민주주의'라고 표기하고, 한국에 대해서도 '민주주의 국가'라고 표기하는데 한국만 '자유민주주의'라고 표기하면 '국제 왕따' 신세가 되는 셈이다. 학생들이 국제교류를 하거나 국제적인 논문을 발표할 때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태그:#역사 교과서, #민주주의 , #자유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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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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