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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해 창간 1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2000년 2월 22일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창간한 뒤, 보수일변도의 언론지형에서 '열린 진보'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습니다. 여기 <오마이뉴스>와 나이가 같은 닮은꼴이 있습니다. 바로 혁신학교입니다. 2000년 남한산초등학교에서 시작된 학교 개혁 운동은 2009년 혁신학교이라는 이름으로 제도화된 뒤, 전국으로 확산됐습니다. 혁신학교는 무너진 공교육을 되살리는 행복한 학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여러분들을 행복한 학교에 초대합니다. [편집자말]
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에서 열린 제68회 졸업식장에 졸업생이 선생님에게 쓴 감사의 편지가 걸려있다.
 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에서 열린 제68회 졸업식장에 졸업생이 선생님에게 쓴 감사의 편지가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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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에서 열린 제68회 졸업식장에 졸업생이 쓴 감사의 편지가 걸려있다.
글을 쓴 학생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는 학생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끌어주신 선생님에게 감사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에서 열린 제68회 졸업식장에 졸업생이 쓴 감사의 편지가 걸려있다. 글을 쓴 학생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는 학생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끌어주신 선생님에게 감사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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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도 많이 치고 장난도 많이 치고 양심도 없었지만, 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끌어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 졸업식장. 이곳에 졸업생 52명의 편지가 내걸렸다. 그 중에서 김정민(13, 가명)군이 쓴 편지가 눈에 띄었다. 정민군의 어머니 최미진(42)씨는 "이 편지에 저도 감동을 받았다"라면서 "아이가 조현초에서 보낸 시간은 인생의 큰 디딤돌이자 큰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군은 2학년 때인 2010년 서울에서 이곳으로 왔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는 정민군의 서울 학교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수업시간에 앉아 있지 못하고 산만한 행동을 보이자, 교사들은 정민군에게 고함을 치거나 무시로 일관했다. 최미진씨는 "학교에서 매일 전화가 왔다"라면서 "선생님은 부모 책임이라며, 아이에게 약을 먹이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반면, 조현초 교사들은 정민군에게 약을 끊으라고 했다. 정민군은 "제가 산만한 행동을 하면, 선생님들은 수업을 멈추고 저에게 신경을 써주셨다"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주말에도 정민군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최미진씨는 "선생님들이 제 수고의 절반을 짊어졌다"라면서 "결국 아이는 약을 끊었고 자기 조절이 가능할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라고 전했다.

담임인 김성환 교사는 "약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정민이는 더 많은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어 과잉행동을 한 것이다,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줬더니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최미진씨는 "다른 아이들도 서울에서는 아팠는데, 이곳에서 좋아졌다"라면서 "조현초야말로 진정한 혁신학교"라고 강조했다.

졸업생 입에서 나온 말, 행복·존중·배려

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에서 열린 제68회 졸업식에서 졸업하는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다가와 포옹하자, 선생님이 제자를 떠나보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에서 열린 제68회 졸업식에서 졸업하는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다가와 포옹하자, 선생님이 제자를 떠나보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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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에서 열린 제68회 졸업식에서 졸업하는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다가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포옹하고 있다.
 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에서 열린 제68회 졸업식에서 졸업하는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다가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포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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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에서 열린 제68회 졸업식에서 선생님들이 졸업생 52명 학생을 일일이 안아주며 진학을 축하하고 있다.
 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에서 열린 제68회 졸업식에서 선생님들이 졸업생 52명 학생을 일일이 안아주며 진학을 축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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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에서 5학년 학생들이 담임 선생님과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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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초 졸업식의 주인공은 졸업생이다. 졸업식장에는 졸업생들의 편지가 내걸렸다. 모든 졸업생들은 한 명씩 단상에 올라 졸업장과 상장을 받았다. 이때 담임교사는 졸업생의 학교생활과 꿈을 일일이 소개했다. 이후 모든 졸업생들은 마이크를 잡고 교사, 학부모, 친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송채린양은 "이 세상에 조현초보다 행복하고 참된 사람의 자세를 배울 수 있는 학교는 없다, 조현초 선생님은 제 인생 최고의 선생님이었다"라며 "이곳에서 느낀 행복은 제가 힘들 때 딛고 올라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라고 흐느꼈다. 정유진양은 "선생님은 감사, 존중 등 여러 가지를 알려주셨고,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주셨다"라고 전했다.

졸업식에 참석한 김주식 양평군학교운영위원회 연합회장은 "모든 학생들이 꿈을 가지고 있는 모습에 상당히 놀랐다, 큰 희망을 느꼈다"라면서 "'누가 누가 잘하나'보다 모든 학생들이 함께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교육철학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배려를 배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졸업식이 끝나자, 졸업생들은 차례로 단상 밑으로 내려왔다. 교사들이 한 줄로 서서 졸업생을 맞았다. 졸업생들은 교사들을 와락 껴안았다. 졸업생과 교사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봄방학을 맞는 다른 학년 교실도 '눈물바다'였다. 5학년 3반 교실 앞에서는 학생들이 담임인 최탁 교사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았다. 최 교사의 손을 꼭 잡고 계단을 걸어내려온 김지은(12)양은 "6학년 올라가면 자주 못 본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라고 말했다. 

학생수 3배 이상 늘어난 시골학교... 무슨 일이?

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오마이뉴스> 기자를 향해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며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조현초등학교는 학생들이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고 더불어 나누는 삶의 자세,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가르치는 것을 교육목표로 하고 있다.
 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오마이뉴스> 기자를 향해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며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조현초등학교는 학생들이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고 더불어 나누는 삶의 자세,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가르치는 것을 교육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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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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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에서 졸업식을 마친 학생들이 교실에 모여 담임 선생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보이고 있다.
 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에서 졸업식을 마친 학생들이 교실에 모여 담임 선생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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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에서 졸업식을 마친 학생들이 교실에 모여 그동안 함께했던 친구들과 헤어지기 아쉬워하며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에서 졸업식을 마친 학생들이 교실에 모여 그동안 함께했던 친구들과 헤어지기 아쉬워하며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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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에는 새로운 교육을 찾는 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곳에는 세월·수입·정배초등학교 등 많은 혁신학교가 있다. 양평에는 폐교 위기의 작은 시골 학교를 살려보자는 교사들의 노력이 있었고, 현재는 혁신교육의 중심지가 됐다. 그중에서도 조현초는 가장 주목받는 학교다.

2007년 98명이었던 이 학교의 학생수는 지난해 345명으로 늘었다. 최근 매년 20~60명의 전학생이 오고 있다. 시골 학교 학생수가 단기간에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교실이 부족해지자, 최영식 교장은 냉난방이 안 되는 간이 건물로 교장실을 옮겼다. 이 학교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07년 3월 이 학교에 부임한 박성만 교사는 충격을 받았다. 박 교사는 "이곳에는 다른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월말고사가 있었다, 또한 중학교 반 배치고사에서 이 학교 졸업생들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도록 교사들은 오후 9시까지 학생들을 공부시켰다, 학생들은 겨울방학 때도 나와 문제집을 풀었다"라고 말했다.

2007년 9월 평교사 출신의 이중현 교장이 교장공모제를 통해 이 학교에 부임한 뒤, 변화가 시작됐다. 이 교장은 교사들에게 조현초를 농촌지역의 공교육 모델로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교사들과 머리를 맞댔다.

이중현 교장과 교사들은 밤늦도록 회의를 이어가기 일쑤였다. 2008년 이중현 당시 교장의 요청에 평교사로 이 학교에 첫발을 내디딘 최영식 교장은 "'시골 학생들은 기가 많이 죽어있으니, 이 지역에 어울리고 아이들의 삶과 연결되는 교육과정을 만들어 배움의 열의를 불러일으켜보자'고 결정했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했다"라고 전했다.

양평에는 도시와 달리 사교육이나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교사들은 수업 과정을 이들 학생들에게 맞추는 디딤돌 학습 등 아홉 가지 교육과정을 마련했다. 이후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이 크게 줄었다. 최 교장은 "모든 학생들에게 잠재적인 재능을 발현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생태학습 등을 진행했더니, 학교에 활력이 돌았다"라고 밝혔다.

학생들의 자치 활동을 뜻하는 어울마당은 학교가 자랑하는 교육과정이다. 박성만 교사는 "학생들은 지난해 학급·학년·학교 어울마당에서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말자'고 정했고, 그 후 이를 어기는 학생은 없었다"라면서 "교사가 개입하거나 통제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할 때 효과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학교, 마을교육공동체의 중심에 서다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은 2009년 보궐선거에서 남한산초·조현초 등을 모델로 한 혁신학교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그해 처음으로 지정된 혁신학교에 조현초가 포함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많은 학부모가 학교 문을 두드렸다. 현재 학생의 다수는 외지에서 온 학생들이다. 이는 적잖은 문제를 야기했다. 원주민과 이주민이 잘 어울리지 못한 것이다.

박성만 교사는 "이주민이 늘자, 마을의 구심점이었던 학교가 마을과 따로 떨어진 섬이 됐다"라고 지적했다. 교사들은 학교를 중심으로 한 마을공동체를 복원하기로 했다. 먼저 학생들이 벼농사, 양평시장 체험, 마을탐사 수업, 마을 어르신 인터뷰 등을 통해 마을과 더욱 가까워지도록 했다.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융합에 큰 신경을 썼다. 학부모 체육대회를 열었다. 이주민들의 시골 생활을 돕는 강좌를 열었다. 또한 이주민들은 학교가 임대한 논에 농사를 지었고, 이는 원주민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들은 또한 자신의 재능을 살려, 학교가 파한 뒤 집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두레교육'에 나섰다. 조현초는 어느새 마을교육공동체의 중심에 섰다. 학부모들은 협동조합을 꾸려, 방과 후 수업 강사로 나설 예정이다.

조현초 구성원들에게 고민이 있다. 조현초에 자녀를 보내려는 이주민이 늘면서, 이곳 집값·전셋값이 치솟은 것이다. 이를 감당하지 못한 원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밀려났다. 또한 학교 주변에 전원주택이 지어지면서, 숲이 파헤쳐졌다. 최탁 교사는 "다른 지역에도 혁신학교가 자리를 잡아, 이곳에 오지 않고도 혁신학교의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조현초등학교 주변에 신축한 단독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교사와 학부모, 주민들은 학교가 대외적으로 알려지자, 학교 주변에 이주민과 전원주택이 늘면서 집값이 치솟는 점을 걱정했다. 주택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원주민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조현초등학교 주변에 신축한 단독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교사와 학부모, 주민들은 학교가 대외적으로 알려지자, 학교 주변에 이주민과 전원주택이 늘면서 집값이 치솟는 점을 걱정했다. 주택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원주민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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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창간 15주년 기획 : 행복한 학교]

[①-1 남한산초] "대학 안 가고 하고 싶은 일 하니 행복해요"
[①-2 남한산초] 무허가 사설 강습소, 혁신학교의 시작이었다
[② 선사고] 졸업식장에 조폭이...학교가 '완전' 뒤집어졌다
[④ 부명초] 위장전입까지 하며 기피하던 학교, 그 놀라운 변신
[⑤ 삼각산고] '잡스런 빵' 없앴더니, 학교에 '롯데월드' 생겼다
[⑥ 동화중] 욕하며 대들어 뼈가 녹을 정도.. 이런 학교가 변했다, 행복하게
[⑦ 오산혁신교육지구] 일진 학생들에게 토론을 가르쳤더니...


태그:#창간기획 : 행복한 학교, #행복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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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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