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언더 더 트리>의 포스터.

영화 <언더 더 트리>의 포스터. ⓒ 영화공간

 
한 영화가 관객과 만나는 과정에서 홍보의 역할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흔히 완성된 작품을 더욱 잘 팔리게 이런저런 마케팅 방법만 이용하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작 과정과 해당 작품의 이미지 메이킹 면에서도 홍보 문구의 영향은 가히 절대적이다.

특히 인구 1명당 1년에 평균 4편의 영화를 볼 만큼 영화를 사랑하는 한국 영화 관객들의 구미를 끌기 위해 홍보마케팅은 필수다. 그러나 제한된 극장 수 안에서 치열한 경쟁 구도를 벌여야 하는 탓에 신선함을 넘어선 과한 전략이 종종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지난 29일 오전 영화 <언더 더 트리> 측에서 보낸 홍보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PC방 살인사건 같은 분노 살인을 그린 <언더 더 트리> 개봉 앞두고 관심 폭발!'이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는 해당 영화 정보와 함께 최근 벌어진 충격적인 살인사건을 언급하고 있었다. <언더 더 트리>는 아이슬란드 영화로 지난해 주요 11개 영화제에 초청돼 9개 부문에서 상을 받으며 호평받은 작품.

홍보 과정에서의 무리수

 '최근 강서구 PC방에서 순간 욱하는 마음을 참지 못해 살인사건이 벌어져 사회적 문제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무 한 그루 때문에 이웃과 다툼을 벌이는 <언더 더 트리>가 PC방 사건처럼 분노 살인을 담고 있어 개봉을 앞두고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는 내용이 <언더 더 트리> 보도 자료의 핵심이다. 

또한 보도자료는 강서구 PC방 사건 관련해 청와대 국민 청원이 100만 건을 돌파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런 현실을 해당 작품이 그리고 있다는 식으로 작품의 주제를 한번 더 강조했다. 영화수입사 측은 30일 오전 한 차례 더 같은 자료를 내보냈다.   

이에 대해 한 영화 홍보 관계자는 "유족들도 있는데, 이제 막 벌어진 사건을 홍보에 이용한다는 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심지어 영화 장르이고 코미디 스릴러인데 홍보가 잘 된다 할지라도 욕을 먹기 십상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홍보 관계자도 "욕심이 과했다. 분노범죄라는 소재를 부각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해당 살인사건을 직접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도의적으로도 민감하고 가슴 아픈 사건을 홍보에 사용하는 건 금기시하고 있다. 효과 면에서도 이런 홍보는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홍보 과정에서 이런 상식을 벗어난 문구와 전략으로 문제가 됐던 사례는 또 있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레슬러> 측은 홍보용 SNS에 배우 이성경의 스틸컷을 올리며 '[단독] 체육관에서_타이트한의상_입은_A씨_유출사진_모음.zip'이라는 문구를 덧붙여 논란이 됐다. 성범죄인 몰카를 연상케 하는 문구를 홍보를 위해 쓴 담당자의 감수성을 질타하는 여론이 일었다.
 
영화 레슬러 스틸컷 영화 레슬러 스틸컷

▲ 영화 레슬러 스틸컷 영화 레슬러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토일렛> 역시 홍보 문구에 '강남역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문구로 홍역을 치러야 했다. 당시 홍보사 측은 '해당 문구로 논란을 일으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분들과 감독께 사과드린다는 입장문'을 발표해야 했다.

한편, 해당 자료를 작성한 영화 공간 측은 30일 "사회적으로 욱하는 사람들이 있고, 영화 역시 그런 것에 대해 경각심을 주는 메시지가 있기에 쓴 문구"라며 "자극적인 문구로 홍보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문제점으로 지적받은 것을 (이후 홍보과정에) 잘 참고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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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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