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팀에 새로운 공격 조합이 탄생했다. 바로 황의조와 황인범의 '황-황' 콤비. 이들의 활약을 앞세운 대한민국은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을 완파하고 벤투호 출범 이후 6경기 무패의 신바람을 냈다.

대한민국은 20일 오후 7시(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의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에서 펼쳐진 우즈벡과의 11월 A매치 평가전에서 전반 9분 남태희의 선제골과, 전반 24분, 후반 25분·36분, 황의조, 문선민, 석현준의 추가골에 힘입어 4-0 대승을 거뒀다. 대한민국은 이날 승리로 호주전 1-1 무승부의 아쉬움을 씻는 동시에 벤투 감독 부임 이후 6경기 무패, 첫 원정 승리의 기염을 토했다.

지난 호주전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한계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경기였다. 기성용, 정우영이 빠진 3선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자 벤투 감독이 지향하는 '빌드업 축구'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다. 구자철, 황인범이 상대 압박에 고전함에 따라 수비는 수비대로 애를 먹었을 뿐더러 공격도 날카롭지 않았다. 따라서 얼마나 중원에서 효율적인 빌드업을 거쳐 황의조의 공격력을 살릴 수 있느냐가 이번 경기의 관건이었다.

26경기 25골, 경이로운 황의조의 득점력
 
슛하는 황의조 20일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QSAC)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축구국가대표 친선경기.

황의조가 슛을 하고 있다. 한국 4-0 승리.

▲ 슛하는 황의조 20일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QSAC)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축구국가대표 친선경기. 황의조가 슛을 하고 있다. 한국 4-0 승리. ⓒ 연합뉴스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이미 골 맛을 본 황의조는 이날 경기에서 한층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호주전 전반 막바지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간 그이기에 우즈벡전을 앞두고 우려가 많았지만, 이는 기우였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출전한 그는 전반 초반부터 득점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자신감도 넘쳤다. 그는 이미 우즈벡과 좋은 인연을 갖고 있었다. 지난 8월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해트트릭과 페널티킥을 유도해내며 대한민국의 4-3 극적인 역전승을 이끈 것이다.

황의조는 전반 13분 첫 슈팅을 시작으로 우즈벡의 골문을 정조준해 나갔다. 그리고 전반 24분 코너킥 상황에서 리바운드 된 공을 강력한 슈팅으로 연결하며 팀의 2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각도가 여의치 않았지만, 침착한 결정력으로 상대의 골문을 뚫었다. 그는 이번 득점으로 소속팀을 포함해 최근 26경기 동안 25골을 뽑아냈다. 몇 차례 되지 않는 찬스에서도 득점을 만들어 내는 '원샷 원킬'의 순도 높은 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골 결정력의 부재, 아쉬운 마무리를 단박에 해갈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후반 24분 석현준과 교체될 때까지 과감한 공격을 끊임없이 이어갔다. 전반 22분에는 공중으로 뜬 공을 간결한 터치로 빠르게 턴 동작을 취해 수비수를 따돌렸고, 전반 29분에는 상대 수비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좌측에서 시도한 슛이 아쉽게 골문을 비껴갔다.

후반 초반에는 영리한 플레이까지 선보였다. 자신이 2선으로 빠지며 상대 센터백을 유인해 낸 뒤, 다시 최전방으로 치고 올라가면서 단단한 수비 블록을 벗겨냈다. 후반 초반 2선 미드필더들의 원활한 스위칭에 이은 전진 패스와 후반 25분 문선민의 추가골도 황의조의 왕성한 활동량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다.

황의조가 날 수 있게 받쳐준 황인범

황의조가 만점 활약을 펼치기까지에는 그의 뒤에 숨은 조력자가 존재했다. 바로 황인범이었다. 황인범은 지난 호주전과 마찬가지로 3선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그는 그 경기에서 전반전 아쉬운 활약을 뒤로하고 후반전 주세종과 함께 호흡을 맞춘 후부터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달랐다. 그는 전반 시작부터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물론 우즈벡과 호주의 전력 차를 고려해야겠지만, 자신도 보다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었다. 
 
공격하는 황인범 20일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QSAC)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축구국가대표 친선경기.

후반 황인범이 공격하고 있다. 한국 4-0 승리.

▲ 공격하는 황인범 20일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QSAC)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축구국가대표 친선경기. 후반 황인범이 공격하고 있다. 한국 4-0 승리. ⓒ 연합뉴스


황인범은 우선 빌드업에 공을 들였다. 빌드업 시, 주세종과 번갈아 후방으로 내려오며 김영권과 정승현 사이에서 움직이며 수비 라인을 더함과 동시에 후방 안정감을 높였다. 그의 넓은 시야도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는데 한몫 더했다. 빌드업 시 한 방향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 수비의 압박이 헐거운 곳으로 공을 돌리며 손쉬운 공격을 이어나갈 수 있게 만들었다. 황인범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대한민국은 압도적인 경기 운영을 가져갔다. 전반 15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70% 이상의 볼 점유율을 기록했고, 우즈벡은 이후 힘 한 번 써보지 못한 채 무너졌다.

남태희의 선제골과 황의조의 추가골이 터지며 경기 분위기가 넘어오자 본인도 라인을 올려 공격적으로 나섰다. 그리고 황인범은 황의조와 점차 공격적인 호흡을 맞춰갔다. 중원에서 유려한 탈압박 후, 황의조와 공을 주고받으며 슈팅 기회를 창출해냈다. 황의조가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뛰어 들어가면 빠른 템포의 패스로 공격을 지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반 35분 이용의 크로스 타이밍에 맞춰서 페널티 박스 안으로 빠르게 침투하며 공격 기회를 만들어낸 모습과 전반 종료 직전 후방에서 전방으로 단박에 찔러주는 패스에서는 그의 과감한 공격 본능마저 느낄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우즈벡전 대승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원정 첫 승리와 벤투 감독이 대한민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여섯 경기 연속 무패(3승 3무)의 신기록을 달성하는 등 기분 좋은 결과물이 따라왔다. 그리고 '황-황' 콤비인 황의조와 황인범의 발견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의 페이스대로 이 조합이 위력을 보여준다면 50일 안으로 접어든 2019 AFC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해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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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매치 우즈베키스탄 대한민국 경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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