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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복궁 흥례문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복을 입고 입장하고 있다.
 서울 경복궁 흥례문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복을 입고 입장하고 있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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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여성한복, 남성은 남성한복을 입어야만 고궁 무료 관람을 허용하는 것은 성별 표현을 이유로 한 차별 행위라는 인권위 결정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9일 문화재청장에게 "생물학적 성별과 맞지 않는 복장을 한 사람이 고궁 무료관람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궁·능 한복 착용자 무료 관람 가이드라인'(아래 가이드라인)을 개선하는 등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성별에 맞지 않는 한복, 무료 입장 제외는 차별 행위" 

문화재청은 지난 2013년 10월부터 한복을 입으면 경복궁을 비롯한 고궁을 무료 관람할 수 있게 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다만 문화재청은 무료 관람 가이드라인에 따라 남성은 남성한복, 여성은 여성한복을 입은 경우로 제한했다. 왜곡된 한복 착용을 막겠다는 의도였지만 성소수자를 비롯한 시민들의 반발을 샀다.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은 지난 2016년 10월 경복궁 앞과 인사동 일대에서 남성이 여성한복, 여성이 남성한복을 입고 항의 시위를 벌였지만 문화재청은 오히려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 지난 2017년 1월부터 개정된 가이드라인에는 '궁궐의 품격에 어울리는 한복 착용 권장'이란 항목을 추가하고, "성별에 맞게 상의(저고리)와 하의(치마, 바지)를 모두 갖춰 입는 것"이 기본이라고 규정해, 여성용 개량 한복이라도 바지는 무료 관람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수자인권위원회는 지난 2017년 12월 피해자 96명을 모아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들은 "성별에 맞는 한복을 입은 사람에게는 고궁 입장료를 받지 않고 성별에 맞지 않은 한복을 입은 사람에게는 고궁 입장료를 받는 것은 성별 표현 등을 이유로 한 차별 행위"라고 밝혔다.(관련기사 : 한복 바지 입은 여성, 고궁 무료입장 안 된다고? http://omn.kr/ot9q )

이에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성별 표현은 복장, 머리스타일, 목소리, 말투 등 특정 문화 속에서 남성스럽거나 여성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외형적인 모습이나 행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회적으로 규정된 성역할이나 개인의 성별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개인의 표현의 자유 영역에 그치지 않는 차별 사유"라면서 "고궁 입장 시 생물학적 성별과 맞지 않는 한복을 착용하여 입장료를 면제받지 못하는 것은 성별 표현을 이유로 불리한 대우를 받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문화재청은 가이드라인을 정한 목적이 "왜곡된 한복 착용을 막아 전통에 부합하는 올바른 한복 착용방식을 알리는 것"이고 "고궁에 방문하는 자가 생물학적 성별에 부합하지 않는 한복을 착용할 경우 외국인 등 한복의 착용 방식을 모르는 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고, 올바른 한복의 형태를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문화재청 주장에 "대중의 합리적인 판단 능력이 결여된 것을 전제로 한 막연한 가능성에 불과한 것으로, 생물학적 성별에 부합하지 않는 한복 착용의 사례로 인해 올바른 한복 형태의 훼손이라는 피해가 당연히 예견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한복 착용 방식에 대한 오인 역시 문화재청의 교육이나 설명으로 감소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인권위는 "국가기관의 정책을 통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전통은 그 시대의 사회적· 경제적 상황과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해야 하는데, 생물학적 성별에 맞는 복장 착용이 오늘날 더 이상 일반규범으로 인정되기 어렵고, 전통으로서의 가치가 피해자의 평등권을 제한해야 할 만큼 특별한 가치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태그:#고궁_한복, #인권위,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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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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