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비전시리즈에서 또 만난 미네소타와 양키스

디비전시리즈에서 또 만난 미네소타와 양키스 ⓒ 정강민

 
2017년 10월 4일 미네소타는 직전 해 큰 아픔을 털어내고 내친 김에 기나긴 악연도 청산하려는 꿈을 가지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섰다. 그리고 1회 초 브라이언 도저의 리드오프 홈런과 젊은 거포 에디 로사리오가 쏘아 올린 투런포로 장밋빛 미래가 되는듯했다.

하지만 미네소타의 꿈은 단 한 번의 공격도 버텨내지 못하고 말았다. 이어진 1회 말 공격에 허무한 동점포가 작렬했고, 이후 리드를 되찾지 못한 채 지긋지긋한 가을의 법칙 중 하나가 또 성립되는 것을 지켜만 보며 씁쓸히 이른 퇴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작년 시즌 도로 부진했던 미네소타는 절치부심하여 클리블랜드가 내준 단 하나의 틈을 완벽히 파고들어 지구 선두를 차지했다. 그리고 4월 20일 이후 단 한 번도 선두자리를 내주지 않은 끝에 10년 만에 지구 우승을 탈환했다. 약 4~5년간 이어진 클리블랜드의 시대를 무너트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미네소타는 통산 치른 20번의 가을야구 시리즈에서 홀로 5패를 자신들에게 안긴 핀스트라이프 군단과 또다시 마주해야 한다.

미네소타-양키스, 역사는 어떻게 움직일까
 
 미네소타와 양키스의 주요 성적 비교

미네소타와 양키스의 주요 성적 비교 ⓒ 정강민

 
사실 미네소타를 향한 기대치는 그리 크지 않았다. 직전 시즌 지구 2위였지만 전체 성적은 19위에 그친 탓이 컸다. 하지만 곧 놀라움을 선사했다. 미네소타는 2016시즌 박병호를 영입하는데 거금을 쓸 정도로 거포와 홈런에 대한 갈증을 있었기에 홈구장 타깃필드 담장 너머에 타구들이 쉴새 없이 날아드는 상황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중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 20홈런 타자를 보유하게 됐고 몰라보게 달라진 파워를 바탕으로 예상보다 20승이 더 많은 102승이라는 기록으로 당당히 디비전시리즈의 시드를 차지했다.

양키스의 2019시즌은 상당히 급박하게 보낸 시즌이었다. 글레이버 토레스를 제외하면 개막전 라인업에 들었던 선수 중에 IL을 갔다 오지 않은 선수가 없었고, 투수진에도 세베리노나 베탄시스 등 핵심 투수들이 많은 시간 전력을 이탈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키스는 새로운 얼굴들의 대박 활약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이미 작년 루크 보이트라는 사례가 있었는데 올해는 안두하 대신 어셸라, 스탠튼과 힉스 대신 터크먼과 메이빈, 세베리노 대신 헤르만 등이 등장해 자리를 메워줬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을 가지며 내보낸 선수들이 양키스에 잡초의 질긴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결국 7년 만의 지구 우승까지 안겨주었다. 306홈런이라는 구단 신기록 경신은 덤이었다.

미네소타와 양키스의 천적관계는 이번 정규시즌 또 한 번 재현됐다. 양키스 앞에서는 101승이라는 프랜차이즈 2위의 성적이 무색했다. 재밌는 것은 미네소타는 이번 가을야구 진출팀 중 유일하게 원정 성적이 홈 성적을 웃도는 팀이었는데, 양키스타디움에서는 시리즈를 내주고 말았다. 적지에서 시리즈를 시작할 예정이다. 미네소타가 이 두 경기를 내준다면 과거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다.

선발 분석
 
 미네소타와 양키스 선발진 비교

미네소타와 양키스 선발진 비교 ⓒ 정강민


미네소타에 선발진에 아주 뛰어난 S급 에이스는 없었지만 베리오스가 이에 근접한 성장세로 나아가고 있다. 비록 오도리찌도 이닝 소화력은 아쉬웠지만 자신이 나온 이닝은 잘 책임져주는 역할을 했다. 대체 선발투수 역할의 데빈 스멜처, 랜디 돕낵 등도 대체로 잘 던져주면서 선발진의 운용은 큰 무리가 없었다.

이에 반해 부상 소식이 끊이지 않던 양키스는 영건 에이스 세베리노를 거의 쓰지 못했다. 올해 마지막 시즌이었던 사바시아(22G 107.1이닝)도 부상으로 많은 시간을 빠졌다. 그나마 풀타임 선발투수로 다나카와 J.A. 햅이 자리를 지켰지만 모두 기대했던 활약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에 채드 그린의 오프너(15경기)까지 동원하여 시즌을 치렀다. 24경기 선발로 나와 18승을 거둔 도밍고 헤르만이 없었다면 난관에 봉착했을 것이다.

그런데 양키스는 현재 도밍고 헤르만을 쓸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어이없게도 여자친구 폭행사건을 일으키며 포스트시즌이 모두 종료될 때까지 출전을 할 수가 없다. 미네소타 역시 금지약물 문제로 로테이션 허리를 맡던 선발 마이클 피네다(26G 11승 5패 4.01 fWAR 2.7)를 잃긴 했지만 타격은 양키스 쪽이 더 클 것이다. 팩스턴의 기세가 좋긴 했지만 나머지 투수는 불안 요소가 있고 오프너까지 동원하려는 상황에서 선발 운용전략에 타격이 간 상황이기 때문이다. 

타격이 덜한 상황이라곤 하지만, 미네소타 선발진도 양키스 타선에 상당히 고전을 한 상황에서 선발 트리오의 일원이면서 양키스전 5이닝 3실점으로 그나마 가장 나은 활약을 해준 피네다를 이 시리즈 포함 이번 가을 내내 쓸 수 없다는 점은 아프다. 더구나 피네다는 후반기 9경기 3.04로 준수했던데 반해 그 자리를 대신할 깁슨은 후반기 크게 부진했기에 더 아쉬운 상황이다. (후반기 12G 6.05) 공백을 대신할 깁슨과 선발진에 막차 합류할 마틴 페레즈(후반기 6.27)의 행보를 잘 지켜봐야 할 것이다.

양 팀 모두 선발들이 누구 하나 타선의 뜨거움을 감당하지 못해 왔기에 초반 버티기 싸움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팀과 불펜 동료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피칭을 선사할 투수는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불펜 분석
 
 미네소타와 양키스 불펜진 비교

미네소타와 양키스 불펜진 비교 ⓒ 정강민


미네소타의 불펜도 여름 트레이드 시장에서의 보강을 고민했을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 치고는 성적이 준수했다. 테일러 로저스의 마무리와 타일러 더피, 트레버 메이, 라인 하퍼의 승리조를 가진 불펜은 2년 전보다 훨씬 더 큰 안정감이 생겼다. 여기에 이적생 로모가 힘을 보탰고, 코디 스타샥(17G 3.13)과 루이스 소프(ERA 5.68 FIP 1.95)는 충분히 불펜의 즉시 전력에 포함할 수 있는 선택지로 거듭났다. 불펜의 힘에서 양키스와 대등하게 맞불을 놓을만한 몇 안 되는 팀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미네소타였다.

최근 수년간 강력한 불펜진을 가졌던 양키스는 올해도 불펜의 활약으로 괴로운 부상 악령에서도 버텨낼 수 있었다. 이전부터도 좋은 불펜투수 뎁스를 보유했던 양키스는 거의 모든 투수들을 승전 조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저 위에 소개된 선수 외에도 채드 그린, 토미 케인리, 데이비드 헤일(전 한화), 루이스 세사 같은 선수도 충분히 믿음을 줄 수 있는 불펜투수로 활약해줬다.

미네소타의 양키스 상대 평균자책점이 높긴 하나, 대부분 이번 가을에는 모습을 볼 가능성이 희박한 투수들이 내준 실점이었다. 양 팀 모두 불펜의 핵심 투수 한두 명이 타선에 일격을 당했지만 나머지 투수들은 정규시즌 내내 보여온 위용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타선 분석
 
 미네소타와 양키스 타선 비교

미네소타와 양키스 타선 비교 ⓒ 정강민

 
미네소타의 장타력이 이렇게까지 자신들의 가장 큰 무기가 되리라고 생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2000년대 중흥기 시절부터 따져봐도 미네소타의 순장타율은 .144로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캔자스시티와 시애틀 다음으로 낮았다. 그런데 올해 그들의 순장타율은 메이저리그 1위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거포에 목말라했던 팀이었는데, 이젠 팀 로스터에서 거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보스턴에 제이디 마르티네즈가 있었다면, 미네소타에서 홈런 전도사를 한 선수는 이름난 거포 넬슨 크루즈다. 약물 전적 이후에도 어쨌든 홈런포는 계속 가동하고 있는 크루즈는 41홈런을 쳐내며 브라이언 도저에 이어 2000년대 2번째로 40홈런을 친 미네소타 타자가 됐다. 더불어 팀 내에서 지난 17년간 8번만 나온 30홈런 기록을 올해에만 5명이 세웠다. 추가로 20홈런 타자도 3명이 더 있어 9번 타순 제외하면 언제든 한방을 칠 수 있는 타자들로 분포도 고르게 되어 있는 타선이 형성됐다.

양키스의 타선은 올해 진정한 의미로 뎁스야구의 최정점에 있었다. '이 대신 잇몸'의 심정으로 대체하는 선수들은 모두 잇몸 수준 그 이상의 활약을 해줬다. 지오바니 어셸라의 활약에 미겔 안두하는 진즉 잊혀졌으며, 데뷔 11년 차 가드너는 본인이 스탠튼과 힉스의 홈런포 공백을 메우는 듯 커리어하이 28홈런을 쳐냈다. 타선을 꿋꿋이 지켰으며 최고의 히트상품까지 된 선수들도 있는데, 팀 내 최다 38홈런의 토레스와 고감도 타격과 타점머신이 된 르메휴가 그 주인공이다.

그들의 활약에 웃을 수 있었던 양키스지만, 부상자들이 복귀하면서 선수들의 포지션 정리가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았다. 어셸라, 르메휴, 메이빈, 보이트 중에서 몇 명이 선발라인업에서 빠질 수밖에 없는데, 대신 들어올 스탠튼과 엔카나시온 같은 선수들이 그들의 자리에서 기대한 힘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관전 포인트

미네소타는 정규시즌 성적으로 봤을 땐 어떤 팀에게도 우위를 쉽게 잃을 팀이 아니었다. 그런데 가을의 상대가 하필이면 항상 움츠러들었던 양키스다. 이번 정규시즌에도 투수진이 양키스 타선을 당해내질 못했다. 더불어 선발진의 무게감도 떨어진 상황이다. 양키스의 상대라고 주눅 들지 않는 투수진의 피칭이 좀 더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양키스는 뎁스로 잘 버텨왔지만, 선수들의 이탈이 또 한 번 발목을 잡았다. 헤르만도 빠졌지만, 월드시리즈 직전 CC 사바시아가 어깨통증으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선발과 롱릴리프 쪽에서 이탈이 계속되고 있는데, 뎁스 야구로 헤쳐나온 양키스가 이번엔 어떤 묘안과 선수로 이 공백을 메울지 지켜봐야 한다.

역사는 지금까지는 돌고 돌아왔다. 양키스와 미네소타가 만나면 양키스는 당연하다는 듯 다음 라운드로 향했다. 미네소타의 거포들은 이 법칙을 시원히 깨트리길 원한다. 과거와 달라진 타선이 결과를 다르게 가져올 것인지, 아니면 버티기에 도가 튼 양키스가 또 한 번 버텨낼 것인지 그 향방을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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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포스트시즌 디비전시리즈 가을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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