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모리뉴 감독

조제 모리뉴 감독 ⓒ AP/연합뉴스

 
승점 3점은 챙겼지만 실력보다는 운이 따른 승리였다. 토트넘이 이적생 스티븐 베르바인의 프리미어리그 데뷔골과 손흥민의 3경기 연속골을 앞세워 맨체스터 시티를 잡는 이변을 연출하며 다시 4위 경쟁을 향한 희망에 불을 지폈다.

토트넘은 3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2019-2020시즌 EPL 25라운드 홈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토트넘은 승점 37점(10승7무8패)으로 세 계단 뛰어올라 5위를 기록했다. 맨시티는 승점 51점(16승3무6패)으로 2위를 유지했지만 1위 리버풀과의 승점 격차가 22점으로 벌어졌다. 이미 멀어져가던 우승 경쟁에 토트넘전 패배가 사실상 쐐기를 박은 셈이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도 리그, 리그컵, FA컵을 모두 석권했으나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토트넘에게 덜미를 잡히며 전관왕 도전에 실패한 바 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도 맨시티는 부진에 빠진 토트넘을 상대로 전력의 우위를 살리지 못하고 1무 1패로 열세를 기록했다.

이날 1골을 추가한 손흥민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한 이후로만 맨시티전에서 5골을 기록하며 '시티 킬러'로 자리매김했다. 1년 만에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온 모리뉴 감독은 과르디올라 감독과의 상대 전적에서 6승 6무 11패를 기록하게 됐다.

냉정히 말하면 토트넘은 경기 내용 면에서는 맨시티에 완벽하게 밀렸다. 토트넘은 맨시티에게 볼점유율 31%-69%, 슈팅수도 3-9로 뒤졌다. 토트넘의 첫 유효슈팅이 후반 18분에 나온 베르바인의 결승골이었을 만큼 전반은 맨시티가 압도적인 볼점유율을 바탕으로 토트넘 골문을 일방적으로 두드리는 흐름이었다.

토트넘은 이날 모리뉴 감독 부임 이후 세 번째 클린시트 경기를 기록했지만 내용만 놓고보면 무실점을 기록한 게 기적이라고 할만큼 수비 조직력은 엉성했다. 토트넘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수비진 보강이 가장 절실했지만 정작 영입한 자원은 2선과 미드필드 뿐이었다.

우려한 대로 토트넘의 포백 수비진은 맨시티전에서도 위험지역에서 시종일관 안이한 집중력으로 실수를 남발했다. 전반 27분 다빈손 산체스가 아게로에게 허용한 페널티킥은 골키퍼 휴고 요리스의 선방으로 막았지만, 사실 실점을 허용했어도 할말이 없는 장면이었다. 토트넘의 경기력이 그나마 살아난 건 맨시티가 후반 15분 진첸코의 퇴장으로 수적열세에 처했기 때문이다.

판정도 전반적으로 매끄럽지 못했다 모리뉴 감독이 여러 차례 불만 섞인 표정을 감추지 못했을 만큼 심판의 경기 운영은 안정감이 부족했다. 맨시티 라힘 스털링이 델레 알리에게 저지른 위험한 발목 가격이 VAR 판독에도 불구하고 경고만 주어졌다. 맨시티의 페널티킥 선언도 VAR 판독 이후 뒤늦게 판정이 뒤바뀌었고, 요리스의 선방 직후 스털링의 할리우드 액션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 나왔지만 심판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등 전반적으로 토트넘에 불리하게 전개됐다.

그나마 희망은 베르바인의 연착륙 가능성과 손흥민의 부활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겨울이적시장에서 영입된 베르바인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뛴 첫 경기에서 맨시티같은 강팀을 상대로 결승골을 작렬하며 데뷔전부터 영웅으로 떠올랐다. 손흥민은 리그 7호골이자 지난달 23일 노리치시티전(EPL 24라운드), 26일 사우샘프턴전(FA컵)에 이은 3경기 연속 골로 해리 케인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믿음직한 해결사임을 증명했다.

토트넘은 이른바 DESK(케인-에릭센-손흥민-알리)라인을 이루던 케인의 부상과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인테르 이적으로 인하여 새로운 공격조합을 만들어야하는 상황이다. 모리뉴 감독은 이날도 루카스 모우라를 최전방에 배치하고 이적생 베르바인을 왼쪽에, 손흥민을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시킨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베르바인과 손흥민 모두 좌우 측면 날개와 스트라이커까지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스피드와 활동량, 공간침투에 강점이 있다는 점은 두 선수가 비슷하지만 베르바인은 손흥민보다 몸싸움과 피지컬이 우위이고, 손흥민은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어서 오른발을 주로 사용하며 왼쪽에서 더 편안한 플레이를 펼치는 베르바인보다 스위칭이 더 자유롭다.

멤피스 데파이, 빈센트 얀센 등 최근 네덜란드 리그 탑 공격수 출신들이 정작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실패한 경우가 많았기에 우려를 자아냈으나 베르바인은 데뷔전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이날 경기는 토트넘이 전반적으로 수세에 몰린 장면이 많아서 첫 결승골 외에도 베르바인의 공격적인 능력이나 템포 적응을 충분히 확인할 기회는 없었다. 토트넘 공격진의 또다른 축인 손흥민이나 알리, 모우라와의 호흡도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다. 아직 2~3경기 정도는 더 지켜봐야할 이유다.

모리뉴 감독은 맨시티를 상대로 귀중한 승리를 챙겼지만 경기운영 면에서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모리뉴 감독은 토트넘 부임 직후 첼시, 맨유, 리버풀, 바이에른 뮌헨 등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모두 패하고 있다. 맨시티전은 모리뉴 체제에서 리그 상위 빅6팀을 상대로 한 첫 승리였지만 내용 면에서는 웃을 수 없다. 모리뉴 감독은 경기 이후 인터뷰에도 판정 불만에 대한 언급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모습이었지만 토트넘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팀의 고질적인 불안요소(타깃맨, 수비형 미드필더, 좌우 풀백)에 대한 보강을 전혀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이 선수단으로 남은 시즌을 소화해야하는 토트넘으로서는 모리뉴 감독의 전술적 대응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다음 시즌 챔스 티켓이 주어지는 빅4 재진입과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의 생존을 노리고 있는 토트넘에게는 앞으로도 매경기가 벼랑끝 승부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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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맨시티 손흥민리그7호골 베르바인결승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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