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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신문 창간호에 실린 논설을 신문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 독립신문 창간호 독립신문 창간호에 실린 논설을 신문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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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신문』 창간호 1면에는 두 개의 '논설'이 실려있다.

일종의 창간사인 셈인데, 편의상 '논설'과 '논설2'로 분류하면 논설 1에는 '언문'이란 표기가 있고 논설 2에는 '국문'이라고 하여, 그동안 학계에서는 ①은 서재필, ②는 주시경이 필자라는 논쟁이 일었다. 두 논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논설 1

 ① 내외국인에게 우리 주의를 알리기 위해 독립신문을 출판한다.
 ② 불편 부당한 태도로 조선인민만을 위하여 일하겠다.
 ③ 정부와 백성의 중간에서 매개 역할을 하겠다.
 ④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하겠다.
 ⑤ 언문으로만 쓰기와 구절 띄어쓰기를 지키겠다.
 ⑥ 정부의 잘못과 탐관오리의 고발에 적극 나서겠다.
 ⑦ 대 군주 폐하와 조선정부와 조선인민을 위한 신문이다.
 ⑧ 영문기사는 외국인에게 조선사정을 바르게 알리기 위해 마련하였다.
 ⑨ 외국사정을 조선인민에게 알리겠다.

 논설 2

 ① 국문으로만 쓰는 목적은 남녀 상하귀천이 모두 보게 하려는 것이다
 ② 구절 띄어쓰기를 하는 것은 쉽고 자세히 알게 하려는 것이다.
 ③ 조선 사람은 조선 국문을 배우고 사용하여야 한다.
 ④ 국문은 배우기 쉽고 알아보기 쉬운 우수한 문자다.
 ⑤ 한문만 써 온 버릇 때문에 국문의 이해가 부족하다.
 ⑥ 국문이 알아보기 어려운 것은 말마디를 떼지 않기 때문이다.
 ⑦ 정부에서 한문만 쓰기 때문에 한문 못하는 인민은 정부 일을 모른다.
 ⑧ 국문만 알고 물정도 알고 학문이 있으면 한문만 알고 물정 모르는 이보다 낫다.
 ⑨ 여자도 국문을 잘하고 행실이 좋으면 한문만 아는 귀족 남자보다 낫다.
 ⑩ 면부 귀천 구별없이 외국물정과 내지사정을 알리겠다.
 ⑪ 이 신문을 읽으면 새지각과 새학문이 생길 것이다. (주석 19)

 
독립신문.
 독립신문.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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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기 교수는 <논설 2> 역시 서재필의 작품으로 추정하면서 "그동안 항간에 논설2의 주인공을 주시경으로 보려는 경향은 어째서 생긴 것인가. 그것은 개화기에 국문운동을 필생의 사업으로 펼쳐온 분이 주시경이었기 때문에 그 시절의 모든 국문운동에 주시경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쉽게 할 수 있었던 것이 그 원인" 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혔다.

주시경은 그의 사업의 거의 전부가 한글운동이었고 서재필의 한글운동은 그의 개화계몽운동의 한가닥 가지에 불과하였다. 주시경의 주전공은 한글운동이었으나 서재필에게서는 부전공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따라서 주전공 우대 성향이 『독립신문』 제1호의 논설 2조차도 주시경의 것으로 보려고 한 것이었다.

다시금 검토해 보자.

『독립신문』 제1호가 간행된 1896년 4월 7일. 서재필은 33세의 의기발랄한 청장년으로서, 또 미국의 의사요 서양학문을 두루 섭렵한 당당한 개화계몽의 기수로서, 그리고 『독립신문』의 만가지 주인으로서 그 신문을 처음 간행한 인물이었다.

한편 주시경은 개화에 열의를 품고 있으나 아직 21세의 약관이요. 배제학당의 학생으로서 독립신문사에 회계 겸 교보원(校補員)으로 취직이 된 상태였다. 주시경의 열성과 천재성이 아무리 특출하다고 해도 그 시기에 주시경이 그러한 국문의식을 확립하고 논설을 썼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 무렵에 주시경은 배재학당의 학생으로서 서재필의 강의를 듣는 처지였다. (주석 20)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같은 사람이 같은 시기에 대단히 중요한 어휘를, 그것도 핵심적인 용어를 달리 썼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주석
19> 심재기, 「서재필과 한글 발전운동」, 『서재필과 그 시대』, 264~265쪽, 서재필기념사업회, 2003.
20> 앞의 책, 268~269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한글운동의 선구자 한힌샘 주시경선생‘]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한힌샘 , #한힌샘_주시경, #한글, #독립신문창간호논설, #서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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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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