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크라마는 지난 '쇼미더머니 8'에 출연해 영비 앞에서도 자신의 랩을 뱉어내며 대중들에게 얼굴을 비쳤다. 사실 이전부터 음악을 해왔던 인디펜던트 래퍼지만 쇼미더머니는 분명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큰 계기가 됐다. 지난 8월에는 '안상구'로 자신의 불만을 내비치면서 큰 관심을 얻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8개월이 지난 2020년 4월, 정규 1집 <666>을 발매했다.

4번 트랙의 '렙업'이라는 제목처럼 한 단계 레벨업한 모습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생각이 앨범의 주요 구성요소다. 그동안 자신을 따라다녔던 쇼미더머니 타이틀을 벗고 자신의 앨범으로 증명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이에 많은 리스너들도 곡이 전체적으로 탄탄해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잠실 새내역 근처의 개인 작업실에서 샤크라마를 만났다. 이번 정규 앨범 <666>의 가사들을 주로 다뤘다. 그가 가진 생각들에 대해 이야기나누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잠실에서 만난 샤크라마

잠실에서 만난 샤크라마 ⓒ 김동현

 
PART 1. 정규 1집 <666>에 대해

- 먼저 이번 앨범을 소개 부탁드려요.
"앨범 <666>은 제가 처음으로 낸 정규 앨범입니다. 쇼미더머니 이슈를 끌고나서 어느 정도 주목을 받고 인지도를 얻은 상황에 저에 대한 여론을 보았었는데 '샤크라마라는 래퍼는 가사를 잘 쓰지만 랩을 좀 못한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랩도 잘 할 수 있다' 이런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랩 디자인이나 스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만든 앨범입니다."

​- '666'을 찾아보니 사탄, 악마 등과 같은 뜻이 담겨있어요. 무언가 반항적이고 부정하는 느낌이 강한데 이번 첫 정규 1집 이름이 <666>으로 정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저도 기존의 666 의미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666이라고 정한 데에어떤 특정 종교나 신념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일반적인 믿음'이라는 단어를 저는 부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믿음을 부정하는 의미, 사람들에게 이를 잘 전해줄 수 있는 단어를 찾다가 666을 선택했습니다."

- 각 곡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을 한 마디씩 해주세요.
트랙 1. 샤크라마

"샤크라마라는 곡은 사실 666이라는 주제와 크게 보면 어긋나는 주제였습니다. 그럼에도 수록한 이유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래퍼는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수록했습니다. 청각적 부분이나 가사,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들으면 재밌게 들을 수 있을거 같습니다."

트랙 2. 정육점
"정육점은 가사를 잘 안보는 대중도 재미를 느낄 수 있게 청각적으로 디자인했습니다. 만들면서도 가장 잘 될 트랙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결과적으로도 그렇게 됐습니다. 가사 뿐만 아니라 샤크라마가 이만큼 늘었구나, 그런 것에 초점을 맞춰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트랙 3. 인성힙합
"인성힙합 같은 경우는 곡 길이가 정규 앨범 중에서 가장 짧지만 메시지적인 임팩트가 강합니다 청각적인 디자인 등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이런 제 의도를 읽으면서 들으시면 재밌을거 같습니다."

​트랙4. 렙업
"렙업 같은 경우에는 '666'이라는 주제에 살짝 엇나가는 느낌이 있습니다. 666이라는 전체적 주제보다 정규 1집이라는 면을 봤을 때, 그만큼 성장했음을 보여주고 싶어서 넣었습니다. 가사적인 측면을 보아도 재밌을 것입니다."

트랙 5. 독사
"독사의 제목에 대해 의아해하시던데, 순수 청각적인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평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숨겨진 가사가 많습니다. 저는 작업을 할 때 가사를 읽으면 그대로 이해되게 쓰기보다 한 번 더 읽고 숨겨놓아 찾아볼 수 있게 하는 편입니다. 이런 것들을 찾아보면서 들으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가사중에 '보스와 리더'에 대한 생각이 있습니다. 저는 리더는 함께 올라가는, 보스는 혼자라도 올라가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전에는 보스가 되고 싶었지만 이제는 리더가 되고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포인트를 담아보려 했습니다."

트랙 6. 666
"아무래도 퍼스트 타이틀이고 청각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저에 대해 가사는 잘 쓰지만 랩을 못하는 래퍼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666에서는 가사를 잘 쓰면서도 이만큼 랩을 잘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얼마나 샤크라마가 성장했는가, 어떤 래퍼인가 궁금하다면 666을 먼저 들어주세요."

트랙 7. 페르소나
"페르소나는 벌스를 보면 가사가 은근히 가볍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원래 썼던 곡들에 비하면 가벼운 느낌입니다. 그러나 '가사를 버려도 너보단 perfect'라는 가사처럼 대충쓰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어떤 래퍼를 욕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트랩이나 요즘 트렌드에 있어서는 가사보다 청각적인 게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가사를 버리더라도 너네처럼 이만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트랙 8. 쇼미더머니
"쇼미더머니 트랙에 피처링은 인디고 에이드라는 아티스트입니다. 그 분과 함께 하게 된 이유는 제가 쇼미더머니 방송을 보았을 때 안 좋게 봤던 래퍼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만나게 됐을 때 제가 생각한 것보다 생각도 깊고 랩도 잘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트랙을 하고 싶었습니다. '안상구'라는 곡으로 쇼미더머니를 욕하긴 했지만 지금 다시 돌아보면 쇼미더머니가 좋은 면도 있었습니다. 그런 면도 보여주려고도 했습니다."

트랙 9. 경멸
"정규앨범 10곡 중 유일하게 기성에서 가져온 곡입니다. 제가 전에 냈던 <진화인류> 믹스테이프의 수록곡입니다. 원래 제목이 '이 가사 이해 못하면 제발 그냥 뒤져'였습니다. 그 때는 가제 느낌으로 이렇게 썼습니다. 기성곡을 수록하기 싫었지만 이 이야기가 다시 주목받았으면 했습니다. 그 때의 감정과 생각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변함없는 제 상태를 통칭할 만한 제목으로 경멸이라고 지었습니다."

트랙 10. 랩핵
"제목을 제가 짓진 않았습니다. 처음에 노래를 다 쓰고 나서 친구에게 제목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제게 무슨 의도를 담고 싶냐고 묻더라고요. 지금의 제 생각, 옛날의 나와는 다른 지금의 나, 나는 랩을 잘한다. 이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니까 랩적으로 어떤걸 대변할 수 있는 존재임을 드러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랩핵' 어떻냐고 하니까 좋다고 해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PART 2. '래퍼' 샤크라마에 대해

- 최근 근황은 어떻게 생활하고 계시나요?
"1집이 끝났고, 바로 2집을 만들고 있습니다. 계속 녹음하고 뮤비나 영상 콘텐츠 구상하고 촬영하면서 2집 가사 쓰고 메이킹하는 등 2집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 샤크라마를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다면?
"'래퍼'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래퍼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아까 말했듯 아직은 랩으로 밖에 샤크라마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래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 랩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나요?
"제가 정신적으로 힘들 때 일기를 썼었는데 그러던 어느날 다이나믹 듀오의 '고백'이라는 노래를 들었습니다. 거기서 본인들의 이야기를 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일기를 평소에 많이 쓰다 보니까 앨범 10개는 나오지 않을까 싶어 시작했습니다. 그게 고등학교 2학년 말, 3학년 초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 아무래도 코로나19에 영향받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래퍼로서 영향을 받은 게 있나요?
"확실히 코로나19가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직장을 나가거나 활발히 움직이며 다니는 것도 아닌데 업무나 미팅에 지장이 생겼습니다. 그 비는 시간들을 이용해 곡을 더 많이 쓰고 있습니다."

- 혹시 회사가 있으신가요? 없으시다면 혹시 들어가고 싶은 회사나 색채가 비슷하다고 느낀 회사가 있을까요?
"회사 자체를 들어가고 싶다, 또는 싫다고 나누어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제 음악과 가치관을 바꾸려고 안 하고 제 자체를 존중해주는 회사라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VMC나 데자뷰 그룹처럼 의식 있는 래퍼들이 많은 회사를 추천받곤 합니다."

- 아무래도 '샤크라마'라는 래퍼가 사람들의 인식에서는 아직 쇼미더머니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거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제가 정규앨범 내기 전에도 쇼미더머니라는 꼬리표를 안 좋아했습니다. 그보다는 앨범 아티스트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Errday(얼돼)라는 래퍼 형이 "그것도 너 자신이고 그것도 너의 무기다"라고 말해주셨습니다. 그 이후 인식을 바꿔서 그런지 쇼미더머니 샤크라마도 저니까, 그 사실을 인지하고 저에게는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쇼미더머니가 끝난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방송이 주는 파급력이 생각보다 크다고 보는데, 그 영향력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앨범을 낸 뒤의 변화도 궁금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금전적인 변화는 크지 않습니다. 물론 확실한 변화는 있었습니다. 알바는 안 해도 될 정도가 되긴 했습니다. 그게 변화라면 변화지만 가장 크게 변한 것은 랩하시는 분들이 저를 알게 됐다는 것입니다. 제가 닿을 수 없었던, 저의 존재를 몰랐던 사람들이 저를 알고 제 음악을 들어주셔서 좋습니다."

-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영비 사건', 그 이후 생각에 변화가 있나요? 또는 말하고 싶은 게 있을까요?
"그분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고 쇼미더머니 샤크라마에 대한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때 당시에 이런 말이 많았습니다. '얘는 아직까지 이걸 질질 끌어서, 활용해서 무언가를 하려 한다'라는 여론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솔직히 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마케팅을 좋아하지도 않고 예술로 승부를 내고 싶어 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촬영했던 두 분이나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도 저라는 사람을 활용해서 무언가를 한다면 저도 이야기를 꺼내는 게 당연하다고 보았습니다. 지금은 솔직히 그런 말을 들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그런 사건이 생겼고 그런 이슈로 유튜브에도 올라가고 앨범도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 이번 앨범에 대한 호평이 많습니다. 팬이나 리스너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일단 저 샤크라마도 그렇고 샤크라마의 곡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게 항상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기대해 주시는 만큼 좋은 앨범으로 보답하려 하겠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만약 대중적 평으로 제가 퇴보했다는 이야기를 듣더라도 그것도 또 하나의 저라고 생각합니다. 실망을 하시면 어쩔 수 없지만 저와 제 음악 자체를 응원해 주시고 좋아해 주시면 감사할 거 같습니다."

​- 앞으로 미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최근에 쇼미더머니 9 방영 확정 소식을 들었습니다. 나갈 거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나가볼 것 같습니다. 좋은 성과를 얻든, 아니든 성장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계속 앨범을 만들고 좋아하고 존경하는 아티스트들과 작업하며 샤크라마라는 아티스트, 옥수현이라는 사람을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샤크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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