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S와 핑클, 베이비복스가 활동했던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 가요계의 걸그룹 역사에서 2015년 4월에 데뷔한 오마이걸은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걸그룹이다. '데뷔 후 3년이 지날 때까지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에 오르지 못하면 영원히 1위를 할 수 없다'는 걸그룹 '3년의 법칙'을 깨고 무려 데뷔 1581일 만에 < BUNGEE >를 통해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1위의 감격을 누렸기 때문이다.

< BUNGEE > 활동을 마친 오마이걸은 곧바로 Mnet의 <컴백전쟁:퀸덤>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오마이걸이라는 팀의 매력을 알렸다. 특히 커버곡 경연에서 불렀던 < Destiny(나의 지구) >는 오마이걸 만의 색깔과 매력으로 재해석하며 오마이걸의 인지도를 끌어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퀸덤>이라는 프로그램 자체를 '오마이걸의 재발견'이었다고 표현하는 대중들이 있었을 정도.

오마이걸이 리메이크한 < Destiny >는 2016년에 발매한 러블리즈 미니 2집의 타이틀곡이었다. < Destiny >는 러블리즈의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스타일의 곡으로 사랑을 받았지만 러블리즈의 대표곡이 된 <Ah- Choo >의 상승세를 잇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로부터 4년의 시간이 흘렀고 어느덧 데뷔 7년 차의 베테랑(?) 걸그룹이 된 러블리즈는 1일 발매된 미니 7집 < Unforgetable >을 통해 또 한 번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다.

악성 루머로 인해 멤버 한 명이 빠진 채로 데뷔한 러블리즈
 
 러블리즈는 데뷔 후 첫 1위를 차지하던 날, 앵콜곡을 부르지 못할 정도로 많은 눈물을 흘렸다.

러블리즈는 데뷔 후 첫 1위를 차지하던 날, 앵콜곡을 부르지 못할 정도로 많은 눈물을 흘렸다. ⓒ SBS FUN E 화면 캡처

 
러블리즈는 2014년 11월 1990년대 인기가수이자 작곡가 윤상이 프로듀스한 정규 1집으로 공식 데뷔했다. 하지만 기다리던 데뷔 쇼케이스 무대에는 힘든 연습과정을 함께 한 8명의 '완전체'가 아닌 7명만 무대에 올랐다. 서지수는 앨범 녹음과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함께 했지만 데뷔 직전 악성루머에 시달리며 끝내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결국 러블리즈는 데뷔곡 <캔디 젤리 러브>와 리패키지 <안녕>까지 서지수 없이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7명의 멤버들 역시 함께 데뷔를 준비했던 서지수 없이 활동하는 것에 항상 미안함과 아쉬움을 나타냈고 러블리즈는 2015년 10월 첫 미니 앨범을 통해 드디어 서지수가 합류한 완전체가 구성됐다(첫 미니 앨범의 앨범명도 서지수의 합류를 뜻하는 'Lovelyz8'이었다). 특히 타이틀곡 < Ah-Choo >는 러블리즈라는 팀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켜준 곡이다. 2016년에는 3년 후 오마이걸이 재해석해 더욱 유명해진 < Destiny >를 통해 변신을 시도했다.

러블리즈는 2017년 2월 2차원의 사랑을 일레트로닉 사운드로 표현한 타이틀곡 < Wow >를 타이틀곡으로 한 2집을 발표했지만 막내 정예인이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활동 대부분을 함께하지 못했다. JYP의 무서운 신예 트와이스의 < Knock Knock >과 활동기간이 겹친 것도 러블리즈에게는 불운했다. 하지만 막내의 공백에 따른 아쉬움은 5월에 발표한 리패키지 <지금, 우리>의 히트를 통해 달랠 수 있었다.

< Ah-Choo >를 만든 서지음(작사), OnePiece(작·편곡) 콤비가 다시 뭉친 리패키지 타이틀곡 <지금, 우리>는 짝사랑 전문 걸그룹 러블리즈가 드디어 이루어진 사랑을 노래한 곡이다. 러블리즈는 <지금, 우리>를 통해 2017년 5월 케이블 음악 방송 <더 쇼>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음악방송 1위를 차지했다. 8명의 멤버 모두 앵콜송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로 울음을 터트렸고 데뷔 과정에서 가장 마음 고생이 심했던 서지수는 그야말로 '오열'을 했다. 

러블리즈는 2017년 11월 러블리즈 스타일의 캐롤 <종소리>를 통해 겨울요정으로 변신했고 이듬 해 2월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겨울 콘서트는 <겨울 나라의 러블리즈>, 여름콘서트는 < Alwayz >라는 타이틀이 붙는 러블리즈의 콘서트는 전곡을 리얼 라이브 연주를 통해 관객들의 '듣는 즐거움'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따라서 러블리즈의 콘서트는 굳이 아이돌이나 걸그룹의 팬덤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공연'으로 꼽힌다. 

타이틀곡 < Obliviate > 포함 6곡으로 이뤄진 미니 7집
 
 1년 넘게 신곡을 내지 못한 러블리즈는 한 달 전에 열린 드림콘서트에서도 작년,제작년에 발매한 노래를 불렀다.

1년 넘게 신곡을 내지 못한 러블리즈는 한 달 전에 열린 드림콘서트에서도 작년,제작년에 발매한 노래를 불렀다. ⓒ SBS F!L 화면 캡처

 
러블리즈는 2018년 4월 <그날의 너>, 7월 스페셜 디지털 싱글 <여름 한 조각>, 11월 <찾아가세요>, 그리고 작년 5월에는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하는 우리>를 발표하며 1년에 2~3곡씩 꾸준히 신곡을 선보였다. 하지만 케이블 음악프로그램 1위 후 다음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1위에는 언제나 조금씩 미치지 못했다. 그렇게 러블리즈는 '인지도는 있지만 '최고는 아닌' 다소 어정쩡한 위치의 걸그룹으로 남는 듯했다.

러블리즈는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우리>를 끝으로 1년 넘게 신곡을 발표하지 못했다. 그 사이에 같은 회사의 동생 걸그룹 로켓 펀치가 데뷔하면서 회사의 계획과 투자가 분산됐고 케이와 류수정의 솔로 활동도 있었다. 물론 올해 초부터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도 러블리즈의 활동을 위축시킨 큰 원인이었다. 따라서 1년 4개월 만에 선보이는 7번째 미니 앨범 < Unforgettble >은 러블리즈와 팬들에게 더욱 애틋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잊을 수 없다는 뜻의 < Unforgettavle >을 앨범 타이틀로 하는 러블리즈의 미니 7집 타이틀곡은 앨범 타이틀과 모순된 의미의 '잊어 버리다'는 뜻을 가진 < Obliviate >. 러블리즈 멤버 류수정이 직접 가사 작업에 참여한 < Obliviate >는 화려한 관현악 연주에 풍성한 듯 절제된 사운드로 '듣는 재미'를 선사한다. 분명한 사실은 지금까지 러블리즈가 들려주던 맑고 청량한 느낌의 타이틀곡과는 느낌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러블리즈 미니 7집 < Unforgettable >에는 타이틀곡 < Obliviate >를 포함해 총 6곡이 들어 있다. 서지음 작사가와 원피스의 다빈크가 합작해 만든 <절대,비밀>은 아련한 러블리즈 특유의 색깔을 살리면서도 악기 사용을 최소화하며 최근 유행하는 레트로한 느낌을 더했다. 감미로운 어쿠스틱 사운드로 시작해 후렴구에서 강한 밴드 사운드가 더해지는 <걱정인형>은 사랑하는 사람의 걱정을 덜어주고 싶은 예쁜 마음을 담은 곡이다. 

러블리즈는 올해 햇수로 데뷔 7년 차가 된 중견(?) 걸그룹이다, 이제 회사에 후배 아이돌이 두 팀(골든차일드, 로켓펀치)이나 생겼고 음악방송에 출연해도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다. 하지만 러블리즈는 맏언니의 활동명이 '아기영혼(Baby Soul)'이고 막내 정예인은 아직 만 22세에 불과하다. 러블리즈의 미니 7집에 타이틀곡 < Obliviate >를 포함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수록된 것처럼 러블리즈는 아직 대중들에게 보여줄 게 많은 걸그룹이다.
 
 1년 4개월 만에 발매된 러블리즈 미니7집은 타이틀곡 <Obliviate>를 포함해 다양한 장르의 6곡이 수록돼 있다.

1년 4개월 만에 발매된 러블리즈 미니7집은 타이틀곡 를 포함해 다양한 장르의 6곡이 수록돼 있다. ⓒ 울림 엔터테인먼트

 
 
러블리즈 UNFORGETTABLE OBLIVIATE 미니 7집 울림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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