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트윈스 진해수 선수

LG트윈스 진해수 선수 ⓒ LG트윈스

 
LG가 상위권 도약과 중위권 하락의 기로에 있던 중요한 경기를 잡았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30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8안타를 터트리며 5-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연패에서 탈출한 LG는 이날 KIA 타이거즈에게 2-3으로 패한 3위 키움 히어로즈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좁혔고 한화 이글스에게 0-10으로 완패한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를 2.5경기로 벌렸다(66승3무52패).

LG는 3번타자로 출전한 이형종이 역전 3점 홈런을 포함해 2안타4타점1득점으로 맹활약했고 김현수도 첫 타석에서 시즌 22호 홈런을 때려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정찬헌이 6이닝5피안타2사사구3탈삼진3실점으로 퀄리티스타를 기록했고 7회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은 최동환이 승리투수, 정우영과 고우석이 각각 홀드와 세이브를 챙겼다. 그리고 좌완 셋업맨 진해수는 언제나처럼 조용히 아웃카운트 2개를 책임지며 LG 역전승의 디딤돌을 놓았다.

프로 데뷔 12년 만에 홀드왕에 오른 대기만성형 투수

작년 20승3패 평균자책점2.50의 성적으로 정규리그 MVP와 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독식한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이 작년 시즌 등판한 경기수는 고작(?) 30경기에 불과했다. '끝판왕'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 47세이브로 한 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세웠던 2011년에도 54경기 밖에 등판하지 않았다. 결코 적은 등판은 아니지만 선발 투수의 경우 전체 시즌의 21%, 마무리 투수는 전체 시즌의 41%만 소화하고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뜻이다.

하지만 불펜 투수, 특히 '좌완 스페셜리스트'라는 그럴 듯한 이름으로 포장된 좌완 셋업맨들의 경우엔 등판 경기가 다른 투수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실제로 KBO리그 역대 최다 등판 상위 10걸의 순위를 살펴 보면 좌완 불펜 투수가 무려 7명이나 포함돼 있다. 거의 모든 경기에 몸을 풀어야 하는 보직의 특성상 좌완 불펜 투수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을 위해 헌신하는 공헌도가 매우 높다.

현역 좌완 불펜 투수 중에서 정우람(한화,869경기), 권혁(두산,781경기)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선수는 바로 통산 642경기에 등판한 LG의 진해수다. 2006년 KIA에서 프로에 데뷔한 진해수는 SK 와이번스를 거쳐 2015년 7월부터 LG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고 있다. 진민호라는 개명 전 이름을 사용하던 입단 초기에는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 유망주였지만 LG 이적 후에는 구위보다 제구와 수 싸움으로 승부하는 투수가 됐다.

SK 시절이던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70경기 이상 등판하며 SK의 '좌완 노예'로 활약했던 진해수는 LG로 이적한 2015년 두 팀을 오가며 39경기에서 2승2패4홀드5.72의 성적에 그쳤다. 2014년까지 LG 불펜에는 봉중근(KBS N SPORTS 해설위원),신재웅(SK),윤지웅 등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좌투라인이 있었지만 봉중근의 수술과 신재웅의 이적, 윤지웅의 교통사고 등으로 2015년을 끝으로 LG 좌완 불펜은 수적으로 크게 부족해졌다.

하지만 이는 진해수에겐 좋은 기회였고 진해수는 2016년 75경기에 등판하며 4패1세이브17홀드4.67로 LG 불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진해수는 2017 시즌에도 75경기에서 3승3패1세이브24홀드3.93을 기록하며 커리어 첫 3점대 평균자책점과 함께 홀드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KIA 시절부터 주목 받지 못하는 보직을 맡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10년 넘게 고생했던 보람이 생애 첫 타이틀 획득이라는 영광으로 찾아온 것이다.

5년 연속 60경기 이상 등판한 LG 불펜의 보물

2017년 홀드왕에 오르며 프로 입단 12년 만에 최전성기에 오른 진해수는 2018년에도 66경기에 등판했지만 2승3패14홀드7.21로 성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4번이나 70경기 이상 등판했던 투수를 또 다시 66경기에 등판시켰으니 제 아무리 리그를 대표하는 '고무팔' 진해수라도 자신이 가진 최고의 공을 던질 수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여전히 LG 불펜에는 진해수의 부담을 덜어줄 만한 좌완 불펜 투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어깨수술을 받은 봉중근이 은퇴하고 윤지웅이 음주운전 적발 이후 부진을 거듭하다가 방출되면서 진해수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진해수는 작년 시즌 다시 72경기에 등판해 2017년 이후 2년 만에 3점대 평균자책점과 20홀드를 기록하면서 LG를 3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LG와 2+1년 총액 14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한 진해수는 올해도 실질적으로 LG의 왼쪽 허리를 홀로 이끌고 있다. 그나마 2012년에 입단한 9년 차 좌완 최성훈이 42경기에 등판하며 힘을 보태고 있지만 중요한 승부처에서 류중일 감독은 여지 없이 '진해수 카드'를 꺼내고 있다. 그리고 진해수는 언제나처럼 마운드에 올라 자신의 임무인 좌타자를 상대로 공을 던진다.

올 시즌 63경기에서 3승2패16홀드3.83을 기록하고 있는 진해수는 5개의 블론 세이브와 .282의 피안타율이 말해주듯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불펜투수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올 시즌 리그 전체에서 15개 이상의 홀드와 3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동시에 기록하고 있는 좌완 불펜 투수는 진해수 한 명 뿐이다. 다시 말해 진해수는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좌완 셋업맨이라는 뜻이다.

사실 진해수는 순해 보이는 인상과 주자가 없을 때도 와인드업을 하지 않는 독특한 투구폼 때문에 마운드에서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투수는 아니다. 하지만 진해수는 LG 이적 후 2016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60경기 이상 등판하며 오상민에 이어 KBO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5년 연속 60경기 이상 등판한 투수가 됐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하게 LG의 왼쪽 허리를 지키는 진해수는 LG 마운드의 '숨은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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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LG 트윈스 진해수 좌완 스페셜리스트 5년 연속 60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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