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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들이의 계절인 5월의 말이다. 각 학교마다 벌써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교도 많겠지만 아직 가지 않은 학교들도 꽤 된다고 한다.

제주도 수학여행을 다녀와서 (1), (2)를 올리면서 마지막 (3)은 수학여행에서 느꼈던 잘못된 관행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싶었다. 그러면서 아직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거나 내년에 수학여행을 계획하는 학교들에게도 '제발 이런 수학여행은 가지 말자'는 주장을 말하고 싶었다.

청춘의 열기를 불태우며 우정을 꽃피웠던 수학여행. 하지만 그 고등학교 시절 황금같은 여행길에도 걸리적 거리는 돌부리들이 있었으니, 바로 이 두 가지이다.

첫째, 현지 여행사와 관광기사들의 금품관행이다. 차라리 우리 학생들이 눈치 못 채게 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들의 뻔히 보이는 속내를 우리는 간과할 수 없었다.

여행 마지막날에 들렀던 기념품점에서 운전 기사의 '여기가 제일 싸고 좋은 곳' 이라는 한 마디에 부모님 선물을 사기 위해 바가지를 쓰는 아이들이 많았다. 물론 거기에서는 다른 곳(예를 들어 성산 일출봉 같은 관광지마다 있는 좌판점) 보다 똑같은 물건을 2~5천원 까지 비싸게 받았다. '집에서 이걸 보시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하며 흐뭇한 대화를 나누던 아이들은 역시나 여행이 끝나고는 다들 후회했다. 그 운전기사의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그 바가지로 날린 2~5천원에 우리는 분노했다.

어떤 이들은 '수학 여행, 그거 돈 쓸려고 오는거 잖아'하며 그깟 돈 얼마가 무슨 대수라도 되냐는 듯 말한다. 하지만 이건 기분 문제다. 여행지의 즐거운 기분을 완전 잡친다. 또, 같은 민족이자 아들 뻘 되는 우리들에게도 이런데, 국제 관광도시라는 제주도에 놀러온 외국인에게는 어떨까? 그들이 돈이 많아서 몇 천원을 바가지를 쓰는 것은 둘째치고, 그들이 가지는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떻게 될까?

두 번째로, 성읍 민속 마을에서 보았던 지나친 토산품 선전이다. 처음 민속 마을에 가서 그곳 아주망의 '지나치게 빨라서 알아듣지 못하는' 설명은 그래도 이해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전통 가옥에 대한 설명은 5분이 안되어 끝나고 토산품 선전을 30분이나 한다는 것은 이해가 힘들었다. 물론 집 한채 둘러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는다. 하지만 국제 관광도시인 제주의 독특한 문화를 설명하는데 5분밖에 안 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학생들을 토방에 몰아 넣은 뒤, 토산품인 흑오미자와 말뼈가루를 30분 설명했다. 정말 여행이 끝난뒤 민속마을에서 보았던 가옥 구조라든지, 사투리들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말뼈가루가 키 크는데, 신경통에 좋다는 것밖에는….

여행사와 민속마을의 눈살 찌푸리는 관행도 '그들도 먹고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하는 말로 덮어져온 것 같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원칙에 충실하여 관광지에서의 제 역할을 수행해야 그들에게도 이득이 되는 건 분명하다. 좋은 인상을 남겨야지 다시 찾아오고,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잘못된 관행들은 제주도가 진정한 관광 제1도시로 거듭나려면 반드시 고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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