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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어린 여학생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이 오히려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누군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선동하여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수구세력의 주장은 차라리 처연한 느낌이 든다. 정부는 괴담이라 치부하며 의법처리를 운운하고 있어서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광우병은 왜 문제일까?

 

사람이 우연히 지나가다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을 확률이 광우병에 걸려서 죽을 확률보다 높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죽음에 이를 확률이 역시 광우병에 걸릴 확률보다 높다. 골프치다가 벼락맞아서 죽을 확률도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집에 갑자기 강도가 들어서 칼에 맞아 죽을 확률도 상당하다. 감기에 걸려서 죽을 확률, 조류독감에 걸려서 죽을 확률도 무시할 수 없다. 식탁에 올라있는 다른 음식에 의하여 죽을 확률도 있다.

 

이렇게 보면 광우병에 걸려서 사람이 죽을 확률은 별로 높지 않다. 지구상에서 길러지는 소들 중에서 몇마리가 지금까지 광우병에 걸렸는지 통계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그렇게 높은 확률은 아닌 것같다. 특히 동물성 사료에 대한 부분적 통제가 이루어진 이후의 광우병 발생은 현저히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어떤 사람은 미국소의 광우병 확률을 1억분의 1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쯤돼면 로또복권이 연달아서 1등으로 맞을 확률쯤 될런지 모르겠다.

 

그런데 사람들은 광우병을 염려한다. 미국쇠고기에 대하여 극도의 불신을 표한다. 미국의 쇠고기를 안전하다며 강변하는 정부에 반감을 보이고 있다.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그렇게 불안과 불신과 불만을 표하고 있는 것일까? 확률상 특별히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러는 것일까?

 

첫째,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어서다. 우리국민이 아무리 작은 위험이라지만 대가없이 미국의 축산업자들의 이익을 위해 그러한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설혹 10억분의 1 확률로 우리나라의 소비자가 광우병에 걸린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위험을 감수할 아무런 동기가 없다. 우리의 인구가 5천만이 안되는 수준이니 결국 아무도 광우병에 걸리지 않고 지나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조차 다른나라의 축산업자의 이익을 위해 감수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둘째, 본인이 선택한 위험이 아니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죽을지도 모르는 회사를 다니며 삶을 영위한다. 생활주변에 수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위험을 알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감수하려 마음먹은 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정부에 의하여 강요된 위험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피할 수 있는 위험을 왜 정부가 국민에게 강요하는가에 대한 반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정부가 적절하지 못한 행위를 했다. 아무리 사소한 위험이라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정부는 국민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 정부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임무는 바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그러한 일에 정부가 노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주권자인 국민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정부라면 당연히 불신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부적절한 절차로, 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방법으로 일을 저질렀다.

 

넷째, 과학적으로 규명된 부분이 별로 없다. 광우병에 대해서 일부 밝혀진 부분도 있으나 여전히 밝혀지지 않는 것이 더 많다. 지금 유력한 설로 나와있는 것조차 분명하고 확실한 것은 없다. 병의 치료나 근절책은 물론이고 정확한 원인조차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있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확률을 말하고 통계를 제시해도 믿을 수가 없다. 특히 광우병의 유발물질을 확실히 제거하는 길이 없다는 점에서 불안은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감추어진 비수는 더욱 무서운 법이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정은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검역주권의 문제이다. 우리가 스스로 철저한 검역을 하고 안전을 확인할 수만 있다면 크게 문제가 안된다. 검역의 과정에서 다 걸러내면 우리는 안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철저한 검역을 할 능력도 없으며, 협정문의 여러독소조항들이 우리의 검역권을 침해하고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우리는 수입중단 조치를 자주적으로 할 수가 없다. 미국의 영향력이 막강한 OIE의 조치와 상대국인 미국의 처분만을 바라보게 되었다.

 

둘째, 다른 나라의 예와 달리 너무 과도하게 제한을 풀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20개월이하의 살코기만 수입한다. 물론 현지의 생산과정까지 일본이 주체적으로 선정할 수 있다. 우리는 30개월 미만의 경우 일부 위험부위까지 수입하고, 특히 30개월 이상의 소까지 수입하게 됐다는 점이다. 확률이 낮다고 하더라도 다른 나라보다는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위험을 우리가 감수하는 것이다. 미국내에서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가 잘 소비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30개월 이상의 소는 판로가 대한민국으로 고정될 위험까지 내포한다.

 

셋째, 미국의 쇠고기 생산과정 관리에 대한 불신이다. 미국의 시민단체에 의하여 공개된 동영상의 예를 보자. 분명 제발로 걷지도 못하는 소를 도축장으로 밀어넣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소가 광우병에 걸린 소는 아니라지만 그렇게 도축된 소 중에 광우병에 걸렸을 확률은 확실히 높아질 것이다. 그런 과정에 적절히 통제되고 있지 못한 예이다. 또 동물성 사료를 완전히 금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교차감염의 위험이 있다. 미국이 스스로 판매를 원한다면 자국내 시스템부터 정비했어야 옳다. 누가 믿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겠는가?

 

넷째, 우리는 다 내줬지만 받은 것이 없다. 혹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캠프데이비드 하루 숙박비라고 비아냥을 할 정도이다. 도대체 우리가 미국에게 쇠고기 시장을 내주고 받은 것이 무엇인가? 겨우 부시 미국 대통령의 FTA연대 비준노력을 약속받았지만 그조차 부도수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의회는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비준할 생각도 의지도 없다. 물론 한미 FTA를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조차 받은 것으로 계산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우리의 축산농가들은 모두 망해나가지만 대책은 전무하다. 심지어 세금을 깎는다는데 축산농가를 지원할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다섯째, 미국은 0.1%만 광우병 검사를 한다. 지금까지 광우병으로 확인된 소는 몇마리 안돼지만 조사비율로 보면 발병사례는 1000을 곱해서 산출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일본이나 영국처럼 많은 수가 발견되지 않은 이유는 많은 수를 검사비율이 낮기 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본래 확인되지 않은 위험은 더욱 사람들을 불안으로 몰아갈 수 밖에 없다. 특별히 미국이 검사비율을 높이는 조치를 취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들여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광우병처럼 무서운 병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발생국가 상호간에도 이동을 통제하는 것이 옳다.

 

촛불집회는 불순한 것인가?

 

집권세력은 필사적으로 국민의 여론을 무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진솔하게 사실관계를 밝히기 보다는 확률론을 들어서 반론한다. 또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었다고 반격한다. 심지어 어린 학생들에게 법적조치를 운운하며 협박까지 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괴담이라 치부해 버린다. 배후세력의 선동이라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 과연 그렇게 불순한 것일까? 배후가 누구길래 이러한 분순한 일을 벌이고 있을까?

 

첫째, 이명박 정권이다. 하필 국민이 이해할 수 없는 시기에 이해할 수 없는 내용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절차에 따라서 타결한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며 국민이 묵묵히 입닫고 있으라면 누가 따르겠는가? 일을 그렇게 만든 정부가 제 1의 배후일 것이다. 어린 학생들이 전교조 선생님들의 선동으로 그렇게 나와서 절규할까? 아무리 보아도 정부의 잘못된 협상태도가 배후라고 여겨진다.

 

둘째, 한나라당이다. 심재철 의원의 말처럼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로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어도 감염이 안될런지는 의문이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도 아무도 믿지않을 것이다. 참여정부 시기에 30개월미만의 뼈없는 살코기를 개방한 것에 대하여 엄청난 비판을 했던 장본인이 아닌가? 국민을 광우병의 위험에 노출시킨 정부라고 공격한 것은 심재철 의원만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여러사람이 그러한 공격을 했다. 그 말을 듣고 공포심을 가진 국민이 적지않은데 그렇다면 배후세력은 한나라당이 아닌가?

 

셋째, 조중동이다. 참여정부 시절에 모든 언론들은 30개월 미만의 살코기 개방을 비판했다. 그리고 국민은 광우병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 그런데 조중동은 갑자기 달라졌다. 자신들의 원하는 쪽에서 정권을 잡았기 때문인지 모르나 이제는 미국산 쇠고기가 아주 안전한 식품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언론들은 여전히 위험성에 대하여 일관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독 조중동만이 태도를 180도 표변한 것이다. 지금 국민이 느끼는 공포는 그 때부터 뇌리에 인식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역시 촛불집회의 배후세력으로 손색이 없다.

 

386세대인 부모가 자녀들을 그런 집회에 보냈다는 시각도 있지만 그 역시 맞지않는 주장이다. 부모가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공부를 접어두고 다른 경쟁자들이 공부하는 시간에 집회에 보낼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집권세력과 그들을 옹호하는 측에서 촛불집회를 폄훼하는 시도일 뿐이다. 도무지 배후세력이라면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과 조중동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 학생들의 불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범위라고 본다. 학교에서 급식업자에 의하여 공급받게될 미국산 쇠고기가 두렵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닌가? 학교급식에서 쇠고기를 배제하기도 어려운 일이 아닌가? 그들이 왜 자신들이 선택하지도 않은 정권에게 그런 위험을 강요당해야 하는가? 오히려 그들의 항의는 건전한 주권의식에 가깝다. 그들이 비난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어 보인다.

 

영어몰입교육, 0교시, 심야학습, 자율형 사립고, 일제고사 같은 정책들이 그들이 원하지 않았음에도 꾸준히 거론돼고 일부는 시행된다. 불만을 말할 권리는 누구도 빼앗을 수가 없는 일이 아닐까? 오히려 떳떳하지 못한 투표를 하고 혹시나 경제적 이익이라도 얻을까 기대했다가 지금 말도 못하는 어른들보다 그들이 훨씬 당당해 보인다. 이기적 계산으로 투표하고 지금 그런 욕망조차 충족하지 못한 채 끙끙 앓는 어른들이 부끄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재협상이 필요하다.

 

어긋난 셔츠의 단추는 첫단추부터 다시 채워야 한다. 이미 진도가 나갔으니 그냥 입고 다녀서는 사람들의 웃음꺼리가 될 뿐이다. 처음부터 잘못된 협상이라면 원점에서 재협상을 하는 것이 옳다. 그 것이 현정권이 그렇게 좋아하는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는 데도 역시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민이 지속적으로 미국쇠고기에 대한 반감을 표하고 그것이 미국에 대한 서먹함으로 연결된다면 한미동맹이 잘 유지되기도 어렵다. 미국 또한 자국 쇠고기 전체에 대한 불신과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것보다는 일부 재협상을 통해서 불안감을 해소하고 가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팔리지 않는 물건에 대하여 판매가 허용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국정부는 자신들의 잘못된 일처리에 대하여 반성과 대국민 사과부터 하는 것이 옳다. 이미 국민이 거부한 것을 자꾸 옳은 일이었다 우기는 태도는 주권자에 저항하는 일이다. 민주공화국의 어떤 정권이 국민에게 저항할 수가 있겠는가?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향후 대책에 지혜를 모으는 것이 옳다. 다시는 국민여론에 맞서서 강요하는 권위주의 정권의 흉내를 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광우병에 관한 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우선 국가간의 광우병 위험물질에 대한 이동을 더욱 철저히 통제하여 광우병을 지구상에서 퇴치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렇게 국제사회가 공조하여 노력할 때만 광우병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통상이익을 위해서 자국 이기주의를 내세우면 자칫 광우병을 퇴치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동물성 사료의 완전한 금지와 향후 잠복기간 만큼의 국가간 이동제한등에 전향적으로 나설 때가 되었다.

 

그렇게 노력하여 광우병이 근절되면 미국산 쇠고기로 스테이크도 해 먹고, 우족탕도 끓여먹고, 곰탕도 먹을 수 있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홍보할 것이 아니라 홍보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미국산 쇠고기가 팔리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옳다. 그 것이 진정한 시장원리와 경쟁원리가 아닌가? 잘못된 것에 항의하는 사람들을 '말많으면 빨갱이'라고 몰아부칠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있게 투명한 일처리를 해야 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국제사회나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첫단계로 한미간 재협상을 우리정부는 요구하고, 미국은 수용하며, 국제사회는 그 일에 증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누구도 광우병이 확산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것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한국정부, 미국정부, 국제사회의 일부가 문제일 뿐이다. 국내에서도 모든 소에 대하여 광우병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치료할 수 없는 치사률 100%의 병을 만만하게 얕보는 짓은 어리석은 일이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태그:#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촛불집회, #조공외교, #재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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