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의 김용의는 이른바 '가늘고 긴 야구인생'의 산 증인으로 꼽힌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서 두산 베어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 들어선 지 불과 몇 달 만에 트레이드된 김용의는 LG에서만 13년을 활약하며 통산 1군서 878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6푼2리, 9홈런, 100도루, 163타점을 기록한 전형적인 백업 선수였다. 100경기 이상 뛴 시즌은 고작 6번에 불과하다. 그나마 2016년에 105경기에서 타율 3할1푼8리, 62득점, 20타점, 19도루를 올린 것이 개인 커리어하이였다.

그래도 아마추어 시절에는 꽤 재능있는 유망주로 꼽혔고, LG에서도 역대 지도자들이 그를 팀의 미래 핵심 자원으로 키우려고 공들여 노력하기도 했지만, 끝내 풀타임 주전급 선수로 성장하지는 못했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3루수 출신이었지만 프로에 와서는 팀사정에 따라 내야는 물론이고 외야까지 커버하는 전천후 백업 플레이어로 자주 활용됐다. 포수와 유격수를 제외하면 전 포지션을 다 소화해봤다. 좋게 말해 전천후지, 나쁘게 말하면 주전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해 여러 포지션을 전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선구안과 볼을 맞히는 능력, 빠른 발을 이용한 주루능력 등은 나름 준수했지만, 장타력이 아예 전무한 똑딱이형 타자의 한계와 어정쩡한 수비 포지션이 결국 한계가 된 케이스다.

하지만 놀랍게도 김용의는 경쟁이 치열한 프로의 세계에서 LG 한 팀에서만 무려 13년간이나 살아남았고 30대 중반의 나이에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까지 얻어냈다. LG 구단은 지난 3일 FA가 된 김용의와 계약기간 1년 총액 2억원(계약금 1억원, 연봉 1억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올시즌 FA계약 2호다.

몇 십 억의 돈이 오간다는 요즘 프로야구 FA 시장에서 1년 2억이라는 규모는 비교적 소박해 보인다. 하지만 야구는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김용의의 장수와 FA 계약이란, 험난한 프로의 세계에서 평범한 선수도 노력과 끈기만으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희망의 모범사례라고 할수 있다.

김용의의 가치는 이른바 1.5군급, 혹은 준주전급 선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확실한 주전이라기는 뭔가 아쉽지만, 백업 자원이나 팀이 전술적 다양성을 필요로 할때는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선수들을 의미한다. 이렇게 장단점이 확실한 유형의 선수들의 프로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그나마 비교적 장수하는 선수들도 여러 팀을 오가는 '저니맨'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김용의의 야구 인생도 그만큼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철저한 노력과 자기관리를 바탕으로 오랜 세월과 다양한 지도자들을 거치면서도 LG라는 팀에 '필요한 선수'로서 그 가치를 인정 받았다.

김용의가 12년 만에 FA 자격을 신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누군가는 비웃었고, 누군가는 아예 무관심했다. 내년에 만 36세가 되는 베테랑, FA 보상등급이 C에 불과한 평범한 선수가 FA 자격 신청을 한 것은 국내 프로야구 사정상 쉽지 않은 일이다. 어차피 시장에 나가봐야 좋은 조건을 제시받기는 힘들고, 괜히 원 소속구단의 심기만 건드렸다가 갈곳없는 미아 신세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김용의는 달랐다. 평생 FA 자격 신청도 한번 못해보고 조용히 사라지는 프로 선수들도 부지기수다. 슈퍼스타 같이 빛나는 선수 생활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했고 그 세월과 노력의 가치를 당당히 평가받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소속팀 LG도 그런 김용의의 헌신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1년 2억은 프로야구 고액연봉자들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큰 돈이다. LG는 비록 작은 규모의 계약이지만 오랜 기간 팀에 헌신한 선수를 예우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남겼고, 김용의는 평범한 선수도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고 대우받을수 있다는 모범을 남겼다.

'인생은 가늘고 길게'라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가 많다. 그러나 모두가 화려한 드라마속 주인공 같은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눈엔 쉽게 보일지 몰라도 그 과정은 매 순간 치열한 역경과 극복의 굴곡이 교차한다. 우리가 흔히 스포트라이트의 사각지대에서 지나쳐버리기 쉬운, 평범한 선수들의 땀과 노력의 가치를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필요한 이유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김용의 LG트윈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