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 야구 팬들의 이목이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곳에선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3연전 중 마지막 경기가 열리는데, 선발투수들이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KIA는 신인 왼손 투수 이의리를, 롯데 또한 신인 왼손 투수 김진욱을 선발 투수로 내보낼 예정이다. 두 선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이력이 있고, 이미 각 팀에서 선발로 데뷔하여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날씨로 인해 맞대결이 무산될 수도 있으나, 현재까지 기상 예보에 의하면 우천 소식도 없어 두 선수의 맞대결은 예정대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의리, 데뷔전 호투 기운 이어갈까

광주제일고등학교(이하 광주일고) 출신의 이의리는 지난해 여름 1차 지명을 받아 일찌감치 KIA 입단을 확정했다. 때마침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여 팀을 떠나면서 KIA 선발 로테이션에 왼손 투수 자리가 비었고, 덕분에 이의리는 데뷔 시즌부터 선발 기회를 얻게 됐다.

개막전이 열릴 예정이었던 3일 비가 내리면서 당초 4일 데뷔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던 이의리의 정규 시즌 첫 등판도 한 차례 밀렸다. 7일에 데뷔 경기를 치른 이의리는 6회말 2사까지 한 점도 내주지 않는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으나, 아쉽게 베테랑 타자 박병호(키움 히어로즈)에게 홈런을 맞았다.

데뷔 첫 정규 시즌 등판을 마친 이의리는 무려 8일을 쉬고 15일 경기 마운드에 오른다. 현재 KIA는 외국인 투수은 애런 브룩스와 다니엘 멩덴 그리고 사이드암 투수 임기영 3명은 4일 휴식 후 등판하는 루틴을 유지하고 있다. 이의리를 포함한 나머지 투수들은 선발 등판 경험이 적은 점을 감안하여 등판 사이의 휴식을 길게 부여하고 있다.

보통 풀 타임 선발 등판을 처음 치르는 투수들은 이닝 조절 차원에서 시즌을 일찍 마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포스트 시즌 활용이 불가능하지만 이 방법을 활용하면 포스트 시즌까지 이닝을 관리하면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5~6일 휴식이 일반적인 KBO리그 루틴에 적응하는 시간이 조금 길어질 수 있다.

비록 지난 등판에서 마무리가 아쉽긴 했지만, 그 전까지 보여줬던 모습만 감안해도 기대 이상이었다. 양현종의 빈 자리를 아쉬워하는 팬들에겐 기대감을 주기 충분했다. 

고교 최동원 상 출신 김진욱, 롯데 선발의 한 자리 차지

김진욱은 2019년 고등학교 2학년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3학년이었던 소형준(현 KT 위즈)을 제치고 고교 최동원 상을 수상했다. 3학년이었던 2020년에는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준우승,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에 기여했는데, 강릉고등학교 최초의 전국대회 우승이었다.

기량만 보면 1차 지명을 받아도 손색이 없었지만, 수원 출신으로 중학교 시절 강원도로 이사를 했던 김진욱은 중학교 시절 다른 지역 전학 이력으로 인해 드래프트 1차 지명에 나올 수 없었다. 2차 지명에서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던 롯데에 지명됐다.

김진욱 역시 이의리처럼 롯데의 왼손 투수 전력 사정으로 인해 로테이션에 합류할 수 있었다. 베테랑 왼손 투수였던 고효준과 장원삼 등이 방출되었기 때문. 당초 김진욱은 고등학교 시절 투구가 많았던 편으로 퓨처스리그에서 페이스를 조절한 뒤 1군에 합류할 것으로 보였다.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몸 상태에 이상이 없었고, 이에 따라 1군 시범경기 출전을 거쳐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게 됐다.

이의리가 7일 키움을 상대로 데뷔 경기를 치렀듯이, 김진욱도 9일 키움을 상대로 데뷔 경기를 치렀다. 특히 롯데의 홈 개막전에 선발로 등판했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팀의 큰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김진욱은 지난해 황금사자기 대회 1회전부터 광주일고 에이스 이의리와 선발 맞대결을 펼쳐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데뷔 경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이의리와 달리 김진욱은 데뷔 경기 3회에 이정후와 박병호를 넘지 못했다. 5회에는 아쉬운 수비가 겹치면서 최종 5이닝 6실점 패전을 당했다.

시즌 초반 성사된 화제의 신인 선발 맞대결

전통적으로 광주와 부산을 연고로 하는 두 팀을 라이벌 관계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이의리와 김진욱은 이미 고등학교 전국대회에서 서로 맞대결을 했던 사이다. 지난해 전국대회 맞대결에서는 김진욱이 승리했지만, 고등학교 무대와 KBO리그 무대는 그 중압감이 다르다. 게다가 8일을 넉넉하게 쉬고 등판하는 이의리와 다르게 김진욱은 6일을 쉬고 마운드에 오르게 되면서 등판하는 조건도 다르다.

하지만 시즌 초반 팀이 고전하고 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KIA는 중심 타선의 페이스가 충분히 올라오지 않으면서 매 경기 숱한 잔루를 남기며 고전하고 있다. 롯데도 시즌 초반 작전 미스로 인하여 고전하는 등 두 팀 모두 11일 경기까지 3승 4패로 리그 공동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라이벌 전이 될 테지만, 팀의 좋지 못한 사정상 부담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수 보호 차원에서 두 투수에게 첫 대결부터 완투를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5회에서 6회까지는 이들의 팽팽한 맞대결이 승부를 더 박진감 넘치게 만들 수도 있다.

2002년 생 좌완 4인방, 류현진-김광현-양현종 계보 이을까

이 두 선수 외에 주목 받는 왼손 투수 두 명이 더 있다. 김건우(SSG 랜더스), 이승현(삼성 라이온즈) 등인데, 이 좌완 4인방 중에서 아직 이의리와 김진욱 2명만 1군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김건우는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시작했으며, 이승현도 아직 출전 기록이 없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이들 4명이 온전히 선발 로테이션에 모두 합류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류현진(1987년 생)과 김광현 그리고 양현종(이상 1988년 생)은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 금메달 등에 기여했던 현역 최고의 좌완 3인방으로 불리고 있다. KBO리그에서 큰 발자취를 남긴 이들은 현재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로 활약하거나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의 활약을 바라보면서 성장했던 이의리와 김진욱, 김건우 그리고 이승현은 예전과 다르게 투구수 제한이 적용된 전국대회를 치르며 성장했다. 학창 시절부터 규정에 따른 투구수 조절을 받았기 때문에 과거 세대에 비해 혹사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며, 팀에서도 선수 보호 차원에서 이들을 무리하지 않게 관리하고 있다.

이른바 '베이징 키드'라 불리는 세대들은 류현진 등의 맹활약을 보면서 프로의 꿈을 키운 선수들이다. 이제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 들어온 이 베이징 키드들이 데뷔 시즌에 벌이게 될 화제의 맞대결에서 어떠한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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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타이거즈 롯데자이언츠 이의리김진욱맞대결 베이징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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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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