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를 연고로 하는 KIA 타이거즈는 과거 해태 타이거즈 시절부터 강력한 투수 자원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타이거즈의 명투수 계보의 선두 주자라 할 수 있는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전 국가대표 감독)은 선발로 시작하여 불펜으로 전환해서도 강력한 임팩트를 남겼다.

해태 시절 한국 시리즈 우승만 9번을 일궈낸 시대에는 선동열, 조계현(현 KIA 타이거즈 단장), 이강철(현 kt 위즈 감독), 이대진(현 SSG 랜더스 불펜코치) 등 강력한 선발투수 자원들이 계속 등장했다. 병으로 안타깝게 짧은 생을 마감했던 아기 호랑이 고(故) 김상진도 1997년 한국 시리즈 5차전에서 역대 최연소 완투승으로 9번째 우승에 기여했던 인물이었다.

KIA 타이거즈 시대로 넘어 온 이후에도 KIA는 꾸준히 좋은 투수 자원들을 보유했다. 윤석민과 한기주(이상 은퇴), 서재응(현 KIA 타이거즈 퓨처스 투수코치), 양현종(현 텍사스 레인저스) 등 우수한 선발투수 자원들이 항상 있었다. 이 4명의 선수들은 2009년 KIA의 한국 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과거 타이거즈의 영광을 재현했다.

양현종이 떠난 KIA, 새로운 왼손 투수 이의리의 등장

2017년에도 KIA는 양현종(시리즈 MVP)과 임기영(4차전 승리) 등 좋은 국내 투수 자원들의 활약으로 또 한 번 우승을 이뤄냈다. 사이드암 스타일의 임기영은 지금도 KIA의 선발 로테이션에서 한 자리를 맡아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을 끝으로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한 양현종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면서 KIA를 떠나게 됐다. 스프링 캠프 초청선수로 도전을 시작한 양현종은 최근 다른 선수들의 부상 공백을 틈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되었고, 선발투수가 무너졌던 경기에서 두 번째 투수로 좋은 투구를 보여주면서 레인저스 역사상 가장 긴 이닝을 던진 구원투수 데뷔 기록을 남겼다.

양현종이 팀을 떠나면서 선발투수 세대 교체가 절실해진 KIA는 올 시즌 스프링 캠프에서도 여러 선발 자원들을 테스트했다. 신인들에게도 선발 기회를 부여했고, 4월 한 달 동안 로테이션에서 생존한 신인도 있었으니 그가 바로 왼손 선발투수 이의리였다.

2002년 생의 이의리는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21 신인 드래프트에서 KIA에 의해 1차 지명으로 선발됐다. 간결한 투구 자세와 컨트롤이 확실한 빠른 공, 경기 운영 능력 등에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 등 선배 왼손 투수들의 경기 운영을 연상시키고 있다.

비로 인하여 데뷔 경기가 늦어지면서 4월에 4경기 모두 선발로만 등판한 이의리는 22.1이닝을 던지며 1승 무패 평균 자책점 2.42에 25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 당 평균 이닝을 보면 선발투수로서의 최소 덕목인 5이닝 이상을 충분히 넘기고 있으며, 빠른 공과 체인지업 중심에 브레이킹 볼을 섞어가며 상대 팀의 선배 타자들을 압도한다.

가장 최근 경기인 4월 28일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서는 6이닝 2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의 위력적인 투구를 보이며 4경기 만에 데뷔 첫 선발승을 기록했다(85구). 특히 상대 타선을 한 바퀴 상대한 3회까지 탈삼진 8개를 뽑아내며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다.

이의리는 4경기 중 최근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면서 이닝 소화 능력에서도 좋은 모습을 이어가며 1985년 이순철(현 SBS 스포츠 해설위원)에 이어 오랜만에 신인상을 수상할 수 있다는 기대를 보이고 있다. 다만 첫 시즌인 점을 감안하여 이의리는 투구수와 이닝에 있어 어느 정도 제한을 받을 예정으로, 시즌을 일찍 끝내는 것보다는 등판 간격을 길게 하여 가을까지 완주할 예정이다.

1차 지명 정해영 팀 승리 기여

KIA는 이의리 이외에도 또 다른 1차 지명 선수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타이거즈 역대 포수들 중 한 명이었던 정회열(전 KIA 타이거즈 코치 및 전력분석원)의 아들 정해영이 또 다른 위치에서 팀의 승리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2001년생으로 광주제일고등학교 출신인 정해영은 이의리보다 1년 앞선 2020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았다. 원래 KBO리그 역대 최초로 같은 팀 1차 지명 사례는 원민구와 원태인 부자가 있었으나 삼성 라이온즈가 원민구의 지명을 포기했기 때문에 공식 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다.

부자가 모두 1차 지명에서 입단까지 이어진 사례는 이종범(LG 트윈스 퓨처스 타격코치)과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있다. 다만 이종범은 해태 타이거즈 지명이었고, 이정후는 히어로즈 지명이었기 때문에 같은 팀 기록까지 남기지 못하면서 정회열과 정해영은 같은 팀에 부자가 1차 지명된 최초의 기록을 쓰게 됐다. 

정해영은 2020년 시즌 초반에는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받았다. 2020년 시즌 중반 1군 엔트리에 콜업되어 불펜으로 경험을 쌓기 시작한 정해영은 2020년에 11홀드를 기록하며 필승조로 첫 시즌을 적응했다.

역시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선발 경쟁을 할 수도 있었으나 KIA에서는 빠른 공의 구위가 뛰어난 정해영을 필승조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해 마무리투수로 시즌을 마쳤던 전상현이 스프링 캠프에서 어깨 부상으로 인해 전력을 이탈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경험이 풍부한 박준표를 마무리투수로 활용하려 했으나 시즌 초반 박준표의 컨디션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KIA는 구위가 좋은 정해영에게 마무리투수의 중책을 맡겼다.

그리고 그 판단은 4월 한 달 동안 성공적이었다. 11경기에 구원 등판한 정해영은 3승 1패 3세이브 평균 자책점 0.69로 불안했던 경기의 끝을 확실히 마무리하고 있다. 팀 타선이 뒤늦게 터진 덕분에 구원승도 벌써 3승이나 기록했다(통산 8승 5패 11홀드 4세이브).

정해영과 이의리 의존도가 큰 KIA, 다른 투수들의 약진 절실

두 젊은 투수들의 활약 속에 KIA는 29일 경기까지 12승 10패로 5할 승률을 사수하고 있다(0.545). 애런 브룩스가 가족들의 교통사고로 인해 시즌을 일찍 마감하여 안타깝게 6위로 마쳤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해에는 더 큰 목표를 도전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크다.

문제는 시즌이 아직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정해영과 이의리에 대한 팀의 의존도가 너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팀이 22경기를 치렀는데 정해영은 벌써 절반인 11경기나 등판했고, 이의리도 최근 2경기 연속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그 의존도가 크게 드러나고 있다.

젊은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한 순간에 너무 커지면 선수의 몸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KIA는 고등학교 시절 이미 너무 많이 던져서 팔꿈치와 어깨 상태가 좋지 못했던 한기주를 첫 시즌부터 너무 중용한 결과 팔꿈치 수술(토미 존 서저리)과 어깨 수술 등의 큰 부상들이 겹쳤고, 결국 한기주는 2019년에 은퇴하게 됐다.

류현진과 김광현도 첫 시즌부터 풀 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는데, 두 선수 모두 첫 시즌부터 에이스의 중책을 맡게 되면서 그 후유증이 드러난 사례다. 고등학교 시절에 이미 토미 존 서저리를 받았던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어깨 수술 여파로 2015년과 2016년 도합 1경기 등판에 그쳤고, 김광현도 첫 FA 재계약 직후 토미 존 서저리를 받았다.

최근 KBO리그 300승을 달성하며 통합 413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는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역시 첫 시즌부터 팀의 의존도가 컸던 영향으로 몇 년에 한 번은 부상을 겪었다. 야구 역사에서 400세이브 이상 롱런한 투수가 10명도 안 될 정도로(메이저리그 6명, 일본인 1명, 한국인 1명) 선발투수보다 마무리투수의 중압감은 더 크다.

정해영이 11경기에 등판한 것 이외에도 장현식도 팀이 22경기를 치르는 동안 벌써 14경기나 등판했다(13경기 1패 3홀드 1세이브 평균 자책점 2.30). 장민기도 8경기에 등판(1승 무패 2.70)하는 등 특정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시즌 초반부터 너무 몰리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일단 이의리에게는 선발투수들 중 가장 긴 휴식이 주어지고 있다. 다른 투수들보다 하루 더 쉬는 방식으로 등판 간격을 늘려 시즌 전체 등판 횟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시즌을 완주하는 것이 KIA의 계획이다. 이의리처럼 선발투수라면 등판 간격을 늘리면 되겠지만, 팀이 필요한 순간에 나와야 하는 구원투수들은 이것조차 힘들다. 

브룩스와 다니엘 멩덴 등 외국인 선발투수들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브룩스, 멩덴, 이의리를 제외하면 다른 선발투수들이 신통치 않다. 임기영은 3경기 선발 등판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 자책점 10.13에 그치며 2군에 한 번 갔다 왔고, 다른 선발 로테이션은 고정 상태가 아니다.

KIA가 정해영과 이의리 등 젊은 투수 자원들을 오랫동안 활용하기 위해서는 당장 이번 시즌에 너무 많은 것을 맡기는 것보다는 휴식을 줄 때는 확실하게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다른 선수들의 활약이 절실한데, 현재까지는 특정 선수들이 팀을 꾸역꾸역 이끌고 있는 모양새다.

KIA는 수원으로 kt 위즈와의 원정 시리즈를 떠날 예정이며 어린이날에는 부산 원정도 치러야 한다. 광주에서 수원으로, 수원에서 부산으로 장거리 이동이 연속으로 있는 만큼 선수들에 대한 관리도 앞으로의 성적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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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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