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SKY의 밀리터리 서바이벌 <강철부대>가 어느덧 방송 후반부에 접어든 가운데 시청자들로부터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9회까지 방송된 <강철부대>는 4강 토너먼트를 앞두고 특전사(육군 특수전사령부), 707(대테러특수임무단), UDT(해군특수전전단)가 세 자리를 확정한 가운데, 25일 방송될 10회에서 남은 한 자리를 놓고 SSU(해난구조전대), SDT(군사경찰특임대), 해병대수색대가 '패자부활전' 형식의 데스매치를 예고하고 있다.

<강철부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정예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들이 팀을 이뤄 각 부대의 명예를 걸고 경쟁하는 서바이벌 구성을 표방했다. 저마다 특출한 능력과 개성을 지닌 진짜 사나이들의 불꽃튀는 승부근성, 끈끈한 전우애와 케미, 예측불허 극한의 미션들이 연일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강철부대>는 지난 3월 방송을 시작한 이래 비드라마 TV, 출연자 화제성 1위를 차지하며 2049세대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뜨거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5월 18일 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 6.8%).

하지만 방송 후반부에 접어들며 <강철부대>는 프로그램 진행 방식과 편집, 출연자들을 둘러싼 여러 가지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그동안의 인기와 성과가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강철부대>에 쏟아지고 있는 시청자들의 비판, 무엇 때문일까.
 
 채널A <강철부대> 한 장면.

채널A <강철부대> 한 장면. ⓒ 채널A

 
밀리터리 서바이벌인가, 체험 삶의 현장인가

프로그램 초반부터 많은 시청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한 문제점은 무리하고 난해한 '미션'의 진행방식에 있다. <강철부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특수부대원을 섭외해놓고도 정작 이들의 능력이나 개성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구성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철부대> 미션의 문제점은 크게 형평성과 난이도,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형평성 부분은 특정 미션에 따라 각 부대의 유-불리가 지나치게 엇갈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해상 미션이 포함된 '최강대원 선발전'이나 'IBS 더미구출작전'의 경우 해군(SSU-UDT-해병수색대) 계열의 부대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었던 반면, SDT처럼 해상 훈련 경험 자체가 아예 전무한 팀도 있었다. 반대로 '대테러 인질 구출작전'의 경우에는 대테러가 부대의 주임무였던 707이나 특전사 출신들에게 유리하고 SSU같은 비전투부대에게는 일방적으로 불리한 핸디캡 매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해당 미션에서 유리하다고 평가받았던 팀들이 모두 이변없이 승리했다. 제작진은 각 부대의 고유 임무와 전문성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모두에게 완벽하게 공평한 미션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결국 제작진 스스로 미션 구성의 밸런스 조절에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난이도 문제는 주로 과도한 체력전에 편중된 미션과 그에 따른 혹사 위험에 대한 지적이다. '강철부대'인지 '국군체육부대'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올 만큼, 이 프로그램은 각 특수부대원을 모아놓고도 전술이나 전문성을 겨루는 창의적인 미션보다는 오직 단순하게 힘이나 체력만을 요구하는 미션의 비중이 너무 높다. 최강대원선발전(참호격투, 각개전투, 해상더미구출), IBS 침투작전, 고지점령전, 데스매치(40kg 군장행군, 타이어끌기) 등이 대표적이다.

체력과 근력이 특수부대원에 필요한 조건일 수는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또한 아무리 특수부대 출신이라고 해도 전역한 지 오래됐거나 30대를 넘긴 출연자도 다수다. 특정한 임무분야에 있어서는 일반인과 크게 다를 없을 만큼 경험이 없거나 아예 문외한인 경우도 있다. 이는 자연히 부상이나 안전사고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최강대원 선발전 당시 UDT 육준서가 로프 오르기를 시도하다가 탈진하여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으며, IBS 미션에서는 SDT 이정민이 보트에 어깨를 부딪혀 부상을 당했고 데스매치 등 이후의 미션수행까지 지속적으로 제약을 받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전에 미션을 알려주거나 충분한 준비기간이 주어진 것도 아닌 상황에서 무리한 미션을 강행하는 제작진의 '안전불감증'은 비판받아 마땅한 부분이다.

논란의 707, 출연자 사생활에서 꼼수 논란까지

707 특수임무대(이진봉, 박수민, 임우영, 염승철)는 <강철부대>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올리고 있음에도 초반부터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1회에서는 다른 팀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도발하는 듯한 모습이 부각되며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무례한 언행' vs. '악마의 편집'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 

707 멤버였던 박수민은 방송출연 중 사생활 문제가 불거지며 2회 이후의 방송에서는 사실상 통편집당했다. 그런데 707이 이후의 미션에서 승승장구하고 박수민이 맹활약을 펼치면서 제작진은 난처한 상황에 몰렸다. 박수민은 개인전으로 치러진 '최하위결정전-고지점령전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하여 IBS 침투작전, 1,2차 대테러 구출작전 미션에서도 팀을 하드캐리하며 맹활약했다.

그런데 박수민을 편집으로 지워야하다보니 아예 방송에서 707의 비중 자체가 대폭 줄어들고 편집의 흐름 자체도 뚝뚝 끊어지며 프로그램의 재미가 반감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었다. 현재 박수민은 <강철부대>에서 하차한 상태이며 707은 4강 이후의 미션에서는 새로운 예비역 멤버를 섭외하여 나머지 미션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707이 <강철부대>의 모든 미션에 '선택적 집중'으로 일관한 것도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707은 본미션을 앞두고 진행된 '최강대원 선발전'이나 '육탄전' 미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태업하거나 기권을 선택했다. 사전 미션 승리팀에게 주어지는 '베네핏'을 포기하더라도 대원들의 부상 위험이나 체력소모를 최소하하고 본 미션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서바이벌이라는 방송의 성격과 룰의 허점을 간파한 전략적 판단이었고, 제작진은 이를 사전에 제지하거나 페널티를 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는 <강철부대>의 모든 미션에 성실하게 참여했던 다른 부대와는 대조적인 행보였다. 707의 이러한 전략을 주도한 팀장 이진봉은 과거 비슷한 성격의 밀리터리 서바이벌<국가가 부른다>에 출연해 실제 군부대의 임무수행과 방송 연출의 차이를 이미 경험해 본 인물이기도 하다.

<강철부대>에 열광한 시청자들은 단순히 승패를 가리는 것보다도 특수부대 출신답게 모든 미션에 최선을 다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앞서 탈락했던 해병수색대나 SDT가 '졌잘싸'로 묘사되며 오히려 박수를 받았던 이유다. 반면 707은 지금까지 모든 본 미션에서 100% 승리를 거두며 유일하게 한번도 데스매치를 치르지 않은 부대가 됐다.

철저하게 승리와 우승을 목표로 효율성을 중시했다는 점에서는 707의 판단이 옳았다고 볼 수 있지만, 제작진의 기획의도나 시청자들이 원했던 장면과는 거리가 있었다. 

뜬금없는 패자부활전이 웬 말
 
 채널A <강철부대> 한 장면.

채널A <강철부대> 한 장면. ⓒ 채널A

 
현재 <강철부대>에 가장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부분은, 그동안 탈락한 3팀(SDT, SSU, 해병수색대)를 갑작스럽게 부활시켜 또다시 데스매치를 치르게 했다는 점이다. 앞서 세 팀이 탈락했을 때 격려의 박수를 보냈던 시청자들이지만 이번에는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강철부대> 제작진의 주먹구구식 진행방식에 있다. 9회에 방송된 '대테러 연합작전' 당시 방송은 패배한 연합의 두 팀이 동반탈락하게 된다고 분명히 공지했지만, 정작 미션이 끝나자마자 말을 바꿔서 패배한 SSU와 UDT의 데스매치를 지시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함께 끈끈한 전우애를 확인했던 두 팀은 갑자기 상대를 떨어뜨려야 하는 어색한 적대관계로 돌아서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UDT가 데스매치에서 승리하자 이번엔 탈락한 SDT와 해병수색대를 다시 등장시켜 SSU까지 포함된 3팀의 마지막 패자부활전을 예고했다. 4강진출이 확정된 특전사-707-UDT도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세 팀이 모든 미션에서 고생을 다하여 올라온 팀들의 노력과 과정은 무의미해지고, 오히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올라온 팀들이 패자부활전에서 딱 한 번만 살아남으면 동등하게 우승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지극히 불공정한 방식이다.
 
 채널A <강철부대> 한 장면.

채널A <강철부대> 한 장면. ⓒ 채널A

 
또한 10회 예고편에서 등장한 패자부활전에는 또다시 IBS(더미구출작전) 미션이 포함된 것이 드러나며 시청자들의 반응은 더 악화되고 있다. IBS 훈련 경험이 많은 해군 계열인 SSU와 해병수색대가 유리한 반면 육군인 SDT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패자부활전에서 누군가 최후의 승자가 되어서 4강에 올라온다고 해도 박수를 받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강철부대>는 대한민국에서 쉽게 보기 힘든 밀리터리 서바이벌 장르와 개성 넘치는 특수부대원들의 매력을 결합하여 예상 이상의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그 인기비결은 어디까지나 출연자들이 보여준 순수한 승부욕과 진정성에 있었다. 하지만 갈수록 구성원들을 소모품 다루듯 하는 자극적인 연출과 무리하고 편파적인 진행방식으로 인해 그동안의 공든 탑이 무너지고 있다. 제작진의 자충수가 안타깝다.
강철부대 밀리터리서바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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