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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일 서울시 여의도에 위치한 제주특별자치도 서울본부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강호준 대교 대표이사가 ‘동네책방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호 협력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
 지난 7월 2일 서울시 여의도에 위치한 제주특별자치도 서울본부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강호준 대교 대표이사가 ‘동네책방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호 협력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
ⓒ 제주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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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일 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강호준 (주)대교 대표이사는 제주도에 있는 동네책방을 살리겠다고 제주도 서울본부 회의실에서 업무협약을 했다. 그날 한 업무협약 내용과 문제점을 정리하면 이렇다.

1. 독서 문화 플랫폼 사업 세가방 스토어 홍보 활성화 및 지역 확대

'세가방'은 대교의 프로젝트로 '세상에서 가장 큰 책방'을 뜻한다. 지난해 서울 성수동에 차렸다가 지금은 제주도 건입동에 있다. 전국에 있는 30여 개 책방 대표들이 추천한 책들을 알리고 있다. 뜻은 참 좋다. 그곳에 가봤다. 작은 동네책방에 있는 책들만 못했다.

2. 제주도 내 동네 책방 및 북크리에이터 육성 지원 사업

'북크리에이터'는 우리말도 고치면 '책 창조자'쯤 될까. 이것도 참 좋은 말이다. 단지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책을 가지고 다른 활동을 꾸며 보자는 것이니.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그 일보다 더 먼저 해야 할 일은 '완전도서정가제'를 이루는 것이다.

3. 동네책방 독립 출판 관련 국제 컨퍼런스 공동 개최

'컨퍼런스'를 우리말도 바꾸면 '크게 여는 회의'쯤 된다. 이 일도 하면 좋다. 하지만 동네책방은 마을에 뿌리는 내려야 한다. 동네 사람들과 마을 역사를 배우거나 책읽기모임을 하거나 작은 음악회를 여는 것이 훨씬 좋다.

지난 7월 2일에 한 원희룡 지사와 강호준 대표이사의 업무협약은 '내가 동네책방을 살리는 일에 나서겠으니 나를 예쁘게 봐주세요'라고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다. 이날 행사는 한마디로 말하면, 2022년에 대통령이 되고 싶은 이와 학습지를 팔아서 돈을 번 회사가 동네책방도 돕는 회사라고 자랑하고 싶은 이의 합작품이다.

동네책방을 살리겠다면

나는 서울에서 26년, 제주도에서 2년째 동네책방을 꾸리고 있다. 제주도정과 (주)대교가 동네책방을 살리겠다면 다음 세 가지를 하면 된다.

첫째, 완전도서정가제를 이루려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그다음에는 출판사가 큰 책방 작은 책방 상관없이 모든 책방에 같은 가격으로 책을 주도록 힘을 써야 한다.

둘째, 동네책방에게 아무런 조건을 달지 말고 가계지원비를 주면 된다.

셋째, 대기업은 책방을 도우려고 이것저것 하지 말고 그냥 자기 회사원들에게 동네책방에서 정가에 책을 사서 주면 된다. 그것이 가장 크게 동네책방을 돕는 일이다.

제주지사와 대교 대표이사가 한 업무협약을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 나는 제주도에 있는 동네책방 20개가 꾸린 제주시동네책방네트워크 대표다. 또 나는 지금 제주도에서 하고 있는 제주시책방예술제 책섬(썸;) 공동대표다.

내가 업무협약식을 하는 자리에 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제주도 '동네책방'을 들먹이면서 하는 업무협약을 책방 대표들은 전혀 몰랐다. 속이 터진다. 원 전 지사에게 묻겠다. 지난 2018년 4월 4일에 '제주특별자치도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진 것을 아는가.

2019년에 제주도청 공무원을 찾아갔다. 그때까지 그 조례와 관련해서 회의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고, 지역서점을 생각하며 활동한 적이 없고, 활동할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고 했다. 지역서점을 살리겠다는 조례를 만들어 놓고 지키지도 않으면서 동네책방에 도움이 안 되는 업무협약이나 하다니.

제주도는 지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도정을 책임진 지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서울에 가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아예 자리에서 물러났다. 제주도정도 제대로 못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려고 하니 참으로 한심스러울 뿐이다.

태그:#동네책방 , #원희룡, #대교, #제주시동네책방네트워크, #제주풀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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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앞에서 작은 인문사회과학 책방 풀무질을 2019년 6월 11일까지 26년 동안 꾸렸어요. 그 자리는 젊은 분들에게 물려 주었어요. 제주시 구좌읍 세화에 2019년 7월 25일 '제주풀무질' 이름으로 작은 인문사회과학 책방을 새로 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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