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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친의 세종시 논 구입 과정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한 뒤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친의 세종시 논 구입 과정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한 뒤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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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서울 서초갑)의 결기가 만만찮다. 그러나 윤 의원의 단호한 의사와는 상관없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해당 안건이 상정 안 될 가능성이 크다. 언론중재법을 사이에 두고 여야가 서로 공을 떠넘기며 '윤희숙 사퇴 안건' 상정에 미적지근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리가 안 됐다고 문제가 일단락되는 건 아니다. 윤 의원의 사퇴서 안건은 9월 1일부터 열리는 정기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폐회 중에는 윤 의원이 국회의장에게 사퇴서 처리를 직접 요구·압박할 수 있지만, 정기국회 회기가 12월 중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을 통해서 처리해야 한다. 관행적으로 정기국회 폐회 이후 정기국회 미처리 안건을 처리하는 1월 임시국회가 이어지기 때문에 폐회 기간이 거의 없다. 어차피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

국회는 '윤희숙'으로 계속 시끄러울 수 있다

국회의원이 사퇴 의사를 밝히고 그 '진정성'을 보이려면 사퇴서 제출, 탈당, 의원 세비 수령 거부, 국회의원후원회 해산 및 후원금 잔액의 기부 등 계좌 정리, 국회의원회관 의원실 폐방 및 보좌진 해임, 지역 사무실 폐쇄, 정치활동 중단 등 여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미미한' 대표적인 정치인은 2009년 18대 국회에서 미디어법이 강행 처리되자 사퇴서를 제출했다가 4개월만에 철회한 천정배 전 의원이었다. 윤 의원 역시 사퇴서가 처리되지 않아도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서 이런 조치를 밟을 수 있다.

민주당이 사퇴서 처리를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퇴서 제출에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것과 함께 비위와 관련한 조사를 받는 공무원은 의원면직을 제한하는 대통령 훈령 '공무원비위사건 처리 규정'의 취지를 든다. '선 조사 후 처리'가 원칙에 부합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국회윤리위원회에서 먼저 다뤄진 후 자진사퇴가 아니라 징계가 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무원비위사건처리 규정'을 윤 의원의 사퇴서 처리 문제에 적용하는 것은 일면적이다. 그 규정은 판·검사처럼 징계 기록이 있으면 변호사 등록이 거부되는 등 큰 손해를 볼 공무원을 '무징계'로 퇴직시키는 것은 엄청난 특혜를 제공하기 때문에 금지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중간에 그만두는 것만으로 이미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사퇴서 처리가 공무원과 같은 특혜의 의미를 갖기는 어렵다.

만약 내년 1월 31일까지 윤희숙 의원의 사퇴안이 처리된다면 서초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내년 3월 9일 대통령선거일에 동시실시된다(공직선거법 제203조제4항). 윤 의원 사퇴 문제에 대해서 여야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그때까지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 참 비생산적인 정쟁이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 기념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 기념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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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정치' 하려면... 윤희숙 의원이 해야 할 세 가지

윤희숙 의원 사퇴 문제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공방을 넘어서려면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윤 의원이 책임정치의 새로운 모범을 보이겠다면, 그에 부합하는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다. 윤 의원은 적어도 다음 세 가지를 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윤 의원을 뽑아준 서초갑 유권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선출직 공직자는 그 유권자에게 우선적인 책임을 진다. 윤 의원은 자신이 사퇴하려는 이유에 대해서 지역구 유권자들의 의견은 어떤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여론조사, 당원 간담회, 주민대화 등의 절차를 거쳐서 유권자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둘째, 윤 의원은 2016년 부친의 농지 매입과 관련된 것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한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해야 한다. 현재까지 윤 의원이 밝힌 입장은 어디까지 '저 자신을 벌거벗겨' 해명하겠다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이 점을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윤 의원은 스스로 공수처나 합동수사본부의 조사를 받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수사를 할 수 있는 기관도 아니고, 합동수사본부는 제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주된 수사의 대상이다. 윤 의원 부친의 부동산 의혹은 세종경찰청으로 배당돼 담당한다. 이래서는 수사의 범위가 2016년 부친의 농지 취득과 윤 의원의 관계에 대한 조사로 한정된다.

그러나 윤 의원 의혹에 대해선 2016년 농지 취득 관련 건으로 수사 범위가 국한돼선 안 된다고 본다. 설사 2016년 부동산 건에 대해서 무혐의가 나와도 윤 의원 문제가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윤 의원은 두 차례의 기자회견을 통해서 부친의 농지 취득을 2021년 7월에 권익위의 소명서 제출 요구로 인지했고, 그것이 불법성이 있다고 의심된다는 것을 8월 24일 권익위의 통보로 알게 됐으며, 부친의 농지 취득이 투기적 목적도 있겠다는 사실은 8월 26일 부친의 JTBC 인터뷰를 통해 알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의 진실성을 밝히는 것은 윤 의원이나 그를 비판하는 쪽이나 모두 중요하다. 윤 의원은 국가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드러냈기에 이에 대한 책임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국회의원이 된 후의 개인통신기록 등 본인의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제공할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한다.

셋째, 윤 의원은 조사기구를 지정한 후 전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윤 의원은 현재 아무런 범죄 혐의가 없다. 조사를 할 주체도 불분명하다. 구체적인 혐의도 없는데 의심과 요청만으로 섣불리 국가 수사기관이 나설 수는 없는 일이다. 2016년 당시 고위공직자가 아니었던 윤 의원은 공수처 수사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세종경찰청은 2016년 부친의 부동산 의혹 외에 국회 등원 이후의 활동을 조사할 근거가 없다. 반부패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 경찰의 부서에서도 수사할 대상과 그 목적이 불분명하다.

결국 스스로 소명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적인 조사는 결국 정치적 조사기구가 수행할 수밖에 없다. 폭넓은 정치적 조사를 할 수 있는 기구로는 국민의힘 당 조직인 윤리위원회가 검토될 수 있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를 주체로 해서 본인의 사안을 조사해달라고 요구할 필요가 있다.

윤 의원에 대한 이런 요구는 그 자체만으로는 과도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불분명한 이유로 사퇴의사를 굽히지 않고 그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이를 끝내는 데 필요한 조치라면 과도하다고만 할 순 없다. 윤 의원의 결단을 기대해본다.

태그:#윤희숙, #사퇴,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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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 보좌관, 국회 정책전문위원 등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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