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 엠넷

 
댄서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지 경쟁과 승부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아래 스우파)가 역대급 스케일의 '메가 크루 미션'을 통하여 자신의 분야를 사랑하는 댄서들의 뜨거운 열정과 프로의식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28일 방송된 <스우파> 오프닝에는 지난 회에서 프로그램의 첫 탈락 크루가 된 '웨이비'의 뒷이야기가 먼저 그려졌다. 리더 노제는 탈락의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정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정말 저희가 무언가를 해내고 왔다는 걸 가지고 가고 싶다. 항상 모든 사람이 다 행복하게 춤추면 좋겠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경쟁했던 상대 크루들은 배틀이 끝난 후 대기실로 찾아와 웨이비 멤버들을 따뜻하게 위로했다. 몇몇 출연자들은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탈락 배틀에서 웨이비를 이기고 살아남은 코카앤버터의 리더 리헤이는 노제를 포옹하여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경쟁을 벗어나면 모든 댄서들은 결국 같은 꿈을 공유하는 친구이자 동반자라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마음을 추스른 노제와 웨이비 멤버들은 <스우파>에서 쌓은 추억들을 회상하며 웃음을 되찾고 훈훈하게 여정을 마무리지었다.

승부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 엠넷

 
생존한 일곱 크루들은 루프탑에서 물놀이와 파티를 즐기며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미션이 시작됐다. 많은 인원을 구성하여 각 크루의 특색과 개성을 살려 초대형 퍼포먼스를 선보여야 하는 '메가 크루 미션'이었다. 크루들은 각자의 개성과 콘셉트에 따라 다양한 헬퍼 댄서들을 영입하며 차별화된 무대를 구성했다.

본무대 공개를 앞두고 각 크루들이 서로의 리허설 영상을 모니터하고 중간평가를 내리는 시간이 마련됐다. 놀랍게도 YGX가 가장 많은 무려 다섯 크루로부터 '탈락예상 크루'로 지목받는 굴욕을 당했다. 개개인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메가크루 인원을 활용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YGX 리정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본무대에서 잘하면 된다며 멤버들을 다독였다.

메가크루 미션 발표 당일이 됐다. 첫 주자로 나선 라치카는 어느 팀으로부터도 탈락크루로 지목받지 않았을 만큼 많은 기대를 모았다. 비욘세의 'Run the world'로 무대를 꾸민 라치카는 보깅 댄서 러브란을 영입한 데 이어 화려한 바디 스텀핑 군무와 8크루의 깃발을 활용한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었다.

심사에 나선 파이트저지 보아는 "가장 쇼다운 무대였다. 구성이 깔끔했다" 태용은 "가비의 스타일이 가미되어 더 라치카다운 무대였다"고 호평했으나 황상훈은 "너무 전형적이다. 비욘세에서 그대로 가져온 느낌이다. 본인들이 잘할 수 있는 걸 더 발전시키지 못한 게 아쉽다"고 평가했다. 라치카는 심사위원 점수 합산에서 예상보다 낮은 267점에 그쳤다. 마음고생이 컸던 리더 가비는 "조회수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 탈락배틀을 해야한다면 하겠다. 그냥 열심히 준비하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두 번째로 나선 홀리뱅은 사전 평가에서 YGX와 원트로부터 탈락 예상 크루로 지목받았다. 리더인 허니제이가 안무 구성에서부터 센터까지 너무 많은 비중을 독차지한다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 멤버인 이븨와 헤르츠 등은 리더인 허니제이에게 불만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는 속내를 밝히며, 각자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한 데 아쉬움을 표시했다. 허니제이는 다른 크루들의 영상과 관람한 뒤 "나만 센터에 욕심을 부린 것 같이 보여서 민망했다"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허니제이는 공연 당일날 갑자기 엔딩 파트를 제인으로 변경할 것을 제안하며 팀원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홀리뱅은 Sampa the great의 'energy'와 french montana의 'Freaks'로 무대를 꾸몄다. 심사위원 평가에서 281점을 득점했다. 파이트 저지들은 홀리뱅다운 정체성과 다인원 구성의 취지를 가장 잘 살린 무대라고 극찬했다. 허니제이는 "그동안 심사에서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서 기대를 안 했다. 우리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고 고백하며 팀원들과 함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코카앤버터의 무대가 펼쳐졌다. 탈락배틀에서 기사회생한 코카앤버터는 그동안 힙합 색깔이 너무 강하여 대중성에서 약점이 있다고 평가받았던 것을 의식한 듯 "우리의 것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며 절치부심했다. 코카앤버터는 GURF의 'Chill tf out' 등 다섯 곡을 편집하여 무대를 준비했다. 황상훈은 "오리지널 힙합이 가지고 있는 여유로운 그루브와 깔끔한 군무가 돋보였고, 오리엔탈리즘으로 표현한 스타일링이 신의 한수였다"며 극찬했다. 코카앤버터는 홀리뱅과 같은 281점을 받았다.

프라우드먼은 다이나믹 듀오의 '데스페라도'로 무대를 준비했다. 리더인 모니카는 안무 디렉팅 과정에서 실수가 계속되자 팀원들을 강하게 질타하며 긴장된 분위기를 형성되기도 했다. 심사위원들은 모니카에게 지나치게 포커스가 맞춰진 데는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크럼프와 다인원 구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 것을 극찬했다. 심사위원 점수는 285점으로 현재 1위에 올랐다. 그동안 강인한 모습을 보여왔던 모니카는 "그동안 무대에서 빵점을 준 심사위원들도 있었다. 그런게 다 이겨내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왔다" 고백하며 눈물을 흘렸다.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 엠넷

 
훅은 'X gon give it to me' 등으로 무대를 꾸몄다. 소녀시대 수영이 게스트로 참여하여 눈길을 끌었다. 훅은 연예인 게스트 활용에 대한 다른 크루들의 부정적인 시선, 연습과정에서의 실수 등으로 불안감을 자아냈지만 무사히 무대를 완성했고 리더인 아이키는 안도감에 눈물을 흘렸다.

황상훈은 훅의 무대를 평가하며 "연예인인 수영의 등장으로 시선이 쏠릴 수 있는데, 화면 이동으로 도미노 코레오-아크로바틱 테크닉에 이은 다시 센터 전환으로 포커스를 입체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극찬했다. 보아가 90점, 태용이 93점을 준 가운데 황상훈의 점수는 다음주로 공개가 미뤄졌다. 이어진 예고편에서는 조회수와 좋아요 횟수를 합산한 글로벌 평가와 최종승자, <스우파> 무대를 떠나야 할 두 번째 크루가 나올 것을 예고하며 궁금증을 자아냈다.

댄서들의 자부심과 프로의식

방영 중반에 접어든 <스우파>는 본격적인 경쟁에 접어들며 탈락 크루들의 발생과 함께 경쟁판도의 변화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메가크루 미션에서는 지금까지 모든 크루들이 눈물을 흘릴 만큼 탈락에 대한 압박으로 마음고생이 컸던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특히 대중성 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두 크루인 YGX가 사전 탈락크루 예상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은 것이나, 라치카가 파이트저지 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은 것은 이번 회차의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공정성 비판이 집중되었던 파이트 저지들의 심사평도 조금은 달라졌다. 그동안 편집상 아이돌 가수인 보아의 시각만 지나치게 강조되며 다른 심사위원들의 존재감이 미미하거나 대중성에만 편중된 평가라는 지적을 받으며 '스트릿 보아 파이터'라는 불만을 자아낸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회차에서는 안무가 황상훈을 중심으로 안무와 무대 구성에서 전문적인 언급이 늘어나며 시청자들로부터도 납득할 만한 분석이라는 공감대를 얻었다.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 엠넷

 
아무래도 시청자들의 인기투표가 반영된 경연 서바이벌이라는 특성상, 댄서 고유의 '정체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는 댄서들의 현실적 고뇌도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언더문화인 걸스힙합의 색채가 가장 뚜렷한 홀리뱅과 코카앤버터는 실력파 그룹임에도 미션마다 '선곡이나 안무의 대중성'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야했다. 실제 저조한 성적으로 여러 번 패배와 탈락 위기까지 몰렸던 상황에 마음고생을 드러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프라우드먼 리더 모니카는 메가크루 미션에서 다른 크루들이 연예인 게스트들을 섭외한 것을 두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모니카는 "왜 직업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생각하지 못하는 거지? 댄서들을 위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한편으로 댄서로서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강조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예인이나 아이돌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인 선입견이나 역차별을 유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모니카의 독선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방송은 크루들의 치열한 경쟁구도를 부각시키지만, <스우파>를 진정으로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것은 승부의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춤 그 자체를 사랑하고 자신들만의 색깔을 표현하려는 댄서들의 자부심과 프로의식이다. 댄서들은 경쟁 앞에서 수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대중성이라는 현실 앞에서 고민하기도 하지만, 결국 무대 앞에 섰을 때는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춤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집중하는 순수하고 솔직한 '본질'로 다시 돌아온다.

최초의 탈락크루가 된 웨이비의 노제가 "우리는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팀원들과 당당하게 퇴장하는 모습은, 기존의 서바이벌에서 패자들을 떠나보내는 방식과는 확연히 달랐다. 바로 <스우파> 댄서들이 매순간 최선을 다하여 무대 위에서 후회없이 모든 것을 쏟아내려했던 진정성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몰입과 공감대를 자아낼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일 것이다.
스우파 스트릿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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