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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아입구(脫亞入歐)'

 

지리적으로는 아시아에 속해있으면서도 정서적으로는 서방국가의 일원인듯 사고하고 행동하며 다른 아시아 국가를 깔보던 일본을 상징하는 단어다.

 

아시아 국가에 오만하던 일본이 최근 중국과 인도가 급격하게 부상하면서 그간의 편견을 버리고 이들 국가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 보도했다.

 

소피아 대학교의 요시노리 무라이 교수는 이 기사에서 "일본이 최근 자신감을 잃기 시작하면서 아시아에 대한 태도가 변하고 있다"며 "이제 인도와 중국에게 뭔가 배울 것이 있다고 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이 정치·경제면에서 위기감을 주고 있다면 인도는 교육 분야에서 경쟁의식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  

 

이는 일본의 인도식 교육 열풍에서 두드러진다. 구구단 대신 19단을 줄줄 외우며 각종 기초 연산을 거뜬하게 해치우는 어린 인도 학생의 모습은 일본 학부모들의 기를 죽인다는 것.

 

일본의 위기감은 최근 OECD의 수학능력조사에서 일본 학생의 수학 성적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더욱 심해졌다. 2000년만 해도 일본은 수학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지난 달 조사에서는 대만, 홍콩, 한국에 뒤진 10위를 기록했다. 또 과학 성적은 2000년의 2위에서 6위로 밀려났다.

 

NYT는 "일본이 그간 IT 분야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탓에 소프트웨어, 인터넷, 지식산업에서 크게 앞서가는 인도의 모습이 일본의 시샘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지금 인도식 스파르타 교육을 내세운 사설교육기관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다.

 

도쿄의 '리틀엔젤스 영어 및 국제유아원'은 인도식 교육법을 따라 2살 배기에게 20까지 숫자를 세도록 하고, 3살 아이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며, 5살 아이에게 곱셈과 영어 에세이 작성법을 가르친다.

 

이에 따라 창립자 지바라니 안젤리나가 유아원을 처음 설립할 때만 해도 인도인에 배타적인 일본사회의 분위기 탓에 장소를 임대하기조차 어려웠지만, 지금은 일본 학부모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심지어 보수적인 일본 문부성조차 인도식 교육법의 장단점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것.

 

도쿄국립정책대학원의 카오루 오카모토 교수는 "인도식 교육법에 대한 일본의 관심이 과거 미국이 일본식 교육에 보인 관심과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교육의 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보다는 뭔가 앞서가는 듯한 나라에 대한 부러움과 열망이 일방적으로 투사된 결과라는 뜻.

 

NYT는 "일본이 추종하고자 하는 인도식 교육법이 한 때 자신들이 주도했던 조기교육과 암기식 주입교육, 그리고 수학·과학 과목의 기초를 강조하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며 아시아 주변국의 부상에 갑자기 퇴행적 행태를 보이는 일본사회의 경박한 분위기에 일침을 날렸다.


태그:#인도, #중국, #일본, #탈아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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