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날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던 SBS의 여자축구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아래 <골때녀>)은 6월 정규편성 후 현재 시즌2가 방영되고 있다. <불타는 청춘> 출연진이 주축이 된 FC불나방이 결승에서 FC국대패밀리를 꺾고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고 군계일학의 실력을 선보인 '절대자' 박선영은 초대 MVP에 선정됐다. <골때녀>는 시즌1 방영 내내 5~8%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 시간대 예능 시청률 1위 자리를 지켰다.

시즌1의 성공에 고무된 제작진은 시즌2에서 더욱 판을 키웠다. 기존의 6개 팀에 신생구단 세 팀을 합류시킨 것. 국악소녀로 유명했던 송소희와 인디밴드 새소년의 보컬 황소윤이 막강한 동갑내기 투톱을 결성한 FC원더우먼과 룰라의 채리나, S.E.S의 바다, 베이비복스의 간미연 등 1990년대와 2000년대 걸그룹 멤버들이 주축이 된 FC 탑걸, 그리고 전·현직 아나운서들로 구성된 FC아나콘다였다.

FC원더우먼은 벌써부터 FC불나방을 위협할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고 FC탑걸 역시 기존 팀들의 파일럿 시절보다 훨씬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FC 아나콘다에 대해서는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신생구단 연습경기에서 FC탑걸에게 0-1, FC원더우먼에게 0-6으로 패하며 창단 첫 골조차 신고하지 못한 FC아나콘다는 1일 방송분에서는 평균나이 9.6세의 부천FC 유소년축구단에게 무려 0-18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전·현직 여성 아나운서들로 구성된 FC아나콘다
 
 FC 아나콘다는 평균 28세나 어린 팀에게 무려 18골 차로 패했다.

FC 아나콘다는 평균 28세나 어린 팀에게 무려 18골 차로 패했다. ⓒ SBS 화면캡처

 
FC아나콘다는 FC원더우먼, FC탑걸과 합께 <골때녀> 시즌2에 새로 합류한 3개의 신생팀 중 하나로 전·현직 지상파 아나운서와 스포츠 아나운서들로 구성돼 있다. 윤태진과 신아영은 각각 KBS와 SBS의 스포츠 케이블 채널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한 경력이 있고 오정연 역시 KBS 아나운서로 올림픽에서 체조경기를 중계한 경험이 있다. 최은경과 박은영, 주시은 아나운서도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들을 진행했던 경력이 있다.

사실 스포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들의 스케줄은 결코 만만치 않다. 스포츠 현장이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들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순발력과 배경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FC 원더우먼이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내심 자신감을 보였던 이유. 하지만 많은 업무량을 소화해내는 체력과 필드에서 축구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은 별개였다.

FC아나콘다는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같은 초보자들끼리의 대결이었던 FC탑걸전에서는 그나마 대등한 승부를 펼치며 0-1로 석패했다. 하지만 축구 유경험자들이 포진되면서 한 수 위의 기량을 가지고 있었던 FC원더우먼과의 경기에서는 그야말로 철저하게 밀린 끝에 0-6으로 완패했다. 특히 체력이 금방 떨어지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고백한 송소희에게 무려 4골 2도움을 헌납하고 말았다.

FC아나콘다는 신생팀끼리 가졌던 두 번의 연습경기에서 0골 7실점을 기록하며 승리는커녕 창단 첫 골조차 기록하지 못했다. 이에 FC아나콘다는 선수들의 자신감을 끌어 올리고 골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 평균나이 9.6세로 구성된 부천FC유소년 선수단과 연습경기를 치렀다. 고등학생 아들을 둔 최은경에게는 아들뻘도 채 되지 않았고 나머지 선수들에게도 아들이나 조카뻘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귀여운 꼬마들이었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FC아나콘다는 FC원더우먼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기량차이로 부천FC 유소년 축구단에게 철저하게 농락 당했다. FC아나콘다는 개인기와 조직력, 체력, 정신력 등 모든 면에서 부천FC유소년 축구단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나마 선수들의 체력이 남아 있던 전반에는 0-3으로 선전(?)했지만 체력도 의지도 바닥이 난 후반에는 무려 15골을 헌납하며 최종 0-18이라는 엄청난 참패를 당했다.

'어쩌다FC'도 초등학생에게 10골 차로 패했었다
 
 FC아나콘다의 미드필더 윤태진은 뛰어난 패스감각과 풍부한 활동량으로 현영민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FC아나콘다의 미드필더 윤태진은 뛰어난 패스감각과 풍부한 활동량으로 현영민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 SBS 화면캡처

 
FC원더우먼에게 0-6으로 패했을 때부터 나왔던 이야기지만 FC아나콘다가 부천FC 유소년 팀에게 0-18로 참패를 당하자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FC아나콘다의 실력과 수준을 성토하는 의견들이 많이 올라왔다. 한마디로 FC아나콘다가 <골때녀>에 출연하기에는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는 의미였다. 9살, 10살로 구성된 유소년 팀에게 18골이나 먹는 실력이라면 리그전에 참가해도 전패탈락은 불 보 듯 뻔하다는 내용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 해도 '제2의 손흥민'을 꿈꾸며 선수출신의 전문 지도자에게 교육을 받는 유소년 선수들의 실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실제로 FC아나콘다와의 경기에서 최소 멀티골을 기록했던 이현서군은 빠른 스피드와 뛰어난 개인기, 그리고 침착한 마무리 능력까지 선보이며 FC아나콘다의 수비를 헤집고 다녔다. 이 정도의 개인능력은 <골때녀>에서도 박선영과 후지모토 사오리 등 극히 일부의 선수들만 가능한 플레이다.

사실 축구에서 엘리트 선수들과 일반인들의 차이는 연령의 격차를 훌쩍 뛰어 넘는다. 게다가 꾸준히 훈련을 받은 남자선수들의 경우엔 아무리 나이가 어린 유소년 선수들이라 해도 결코 그 기량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2019년 10월에는 각 스포츠의 전설들이 뭉친 <뭉쳐야 찬다>의 어쩌다FC가 신정초등학교와의 연습경기에서 무려 2-12로 처참한 패배를 당한 바 있다. 엘리트 선수와 조기축구 선수의 수준차이를 보여준 경기였다.

지난 2017년에는 2015년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여자축구 세계최강으로 군림하던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FC댈러스의 15세 이하 남자 유소년팀에게 2-5로 패한 적도 있다. FC아나콘다 선수들이 보기에 부천FC 유소년 축구단 선수들이 아무리 어려 보인다 해도 이들은 최소 1년에서 최대 3~5년 동안 전문적인 축구 교육을 받은 선수들이다. 만약 다른 팀이었다 해도 FC아나콘다와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골때녀>는 파일럿 방영 당시 최약체였던 구척장신이 시즌1에서 4강에 진출했고 FC개벤저스가 조별리그에서 최강으로 꼽히는 FC불나방을 꺾는 등 많은 이변이 속출하며 프로그램의 재미를 이끌어냈다. 시즌2 리그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FC아나콘다는 이미 시청자들에게 최약체로 낙인 찍혔다. 하지만 '수준이하'라는 FC아나콘다가 리그전에서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킨다면 <골때녀> 시즌2는 더욱 흥미진진하게 진행될 것이다.
골 때리는 그녀들 FC아나콘다 현영민 감독 윤태진 0-18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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