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규시즌 8위에 그쳐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롯데 자이언츠였지만, 얻은 게 많았은 시즌이었다. 주전급 선수들의 활약이 있었기 가능한 일이다.

타선에서는 최다안타 타이틀을 거머쥔 전준우가 존재했다면, 마운드에서는 역시나 앞뒤에서 자리를 지켜준 두 명의 투수, 선발투수 박세웅과 마무리투수 김원중을 빼놓고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명은 4년 만에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었고, 또 다른 한 명은 자신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달성했다. 팀 성적이 좋지 않아 부각되지 않았을 뿐 개인 기록만 놓고 본다면 기대 이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 두 명의 투수. (왼쪽부터) 박세웅-김원중

팀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 두 명의 투수. (왼쪽부터) 박세웅-김원중 ⓒ 롯데 자이언츠

말 그대로 '에이스'다웠던 박세웅과 김원중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한해를 보냈던 2017년의 기억도 잠시, 2년간 부상과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렸던 박세웅이 마침내 부활의 날갯짓을 보여주었다. 2020년에도 선발투수로 로테이션을 소화하기는 했지만, 2021년만큼의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진 못했다.

지난해 박세웅의 정규시즌 성적은 28경기 163이닝 10승 9패 ERA 3.98이었다. 국내 투수 중에서 고영표(166⅔이닝) 다음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모습이었다. 6월 4일 KT 위즈와의 원정 경기서에는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패스트볼 평균 구속 변화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해 박세웅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5.5km로 자신의 2020년 패스트볼 구속(143km)보다 약 2km 이상 빠른 구속을 나타냈다. 이는 리그 전체 8위이자 국내 투수 가운데서는 가장 빠른 공을 뿌렸다.

박세웅 못지않은 존재감을 나타낸, 마무리 김원중의 활약도 대단했다. 정규시즌 61경기에 등판해 62⅔이닝 4승 4패 35세이브 ERA 3.59를 기록, 2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세이브를 달성했다. 세이브 성공률의 경우 87.5%로 시즌 내내 마무리 투수로 나섰던 투수 중에서 오승환(97.8%), 정해영(91.9%)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전반기(32경기 34이닝 3승 3패 13세이브 ERA 5.03)가 조금 아쉬웠던 게 흠이지만, 반대로 후반기(29경기 28⅔이닝 1승 1패 22세이브)의 김원중은 그 누구도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였다. 덕분에 최준용, 구승민과 함께 안정적인 필승조를 구축함으로써 정규시즌 막바지 팀의 순위 경쟁에도 탄력이 붙었다.

올해부터 달라지는 구장... 2년 연속 동반 활약 가능할까

외국인 투수 영입 이외에 뚜렷한 변화가 없었던 마운드의 사정을 고려했을 때 올 시즌 역시 두 투수의 활약 여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희소식이 한 가지 있다면, 홈구장인 사직야구장이 투수 친화적인 구장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 담장까지의 거리는 기존 118m에서 120.5m로, 좌-우측 담장까지의 거리는 0.8m가 늘어난 95.8m가 된다. 여기에 4.8m였던 담장 높이가 6m까지 높아져 타자 입장에서는 장타를 생산하기 까다로운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홈 플레이트를 2.884m 뒤로 이동한 점 역시 주목해봐야 한다. 심리적으로 포수 뒤쪽 공간이 넓다보면 투수 입장에서는 변화구를 선택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은데, 홈 플레이트를 이동했다는 것은 투수의 심리적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부분이다.

무엇보다도, 포크볼을 구사하는 박세웅과 김원중이 이러한 변화에 있어서 혜택을 볼 전망이다. 특히 전년도 대비 포크볼 비율(2020년 26.9%→2021년 41.2%)이 증가한 김원중으로선 더 과감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피칭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타격력이 나쁜 팀은 아니다. 그러나 젊은 투수들의 성장과 함께 마운드 쪽에 방점이 찍힌 변화이기에 투수들이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시즌이다. 그 중심에 서야 하는 박세웅과 김원중이 올핸 개인 성적과 더불어 팀 성적까지 두 마리 토끼 사냥에 성공할지 이들의 2022 시즌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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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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