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단체전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패한 팀킴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2.2.17

17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단체전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패한 팀킴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2.2.17 ⓒ 연합뉴스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이 4년 전 올림픽 결승에서 만났던 스웨덴을 결선으로의 마지막 목전에서 마주쳤다. 하필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무조건 승리를 거둬야만 결선 진출로의 문이 열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문을 열어젖히지 못한 채 올림픽 도전을 마무리해야 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팀 킴'(김은정·김선영·김영미·김경애·김초희) 선수들은 17일 열린 라운드로빈 최종전 스웨덴 '팀 안나 하셀보리'와의 경기에서 패퇴했다. '팀 킴'은 4승 5패를 거두면서 다른 팀과의 경기 결과와는 상관 없이 올림픽 여정을 마무리짓게 되었다.

평창의 '메달 영광'을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도 어려운 가시밭길을 거쳐 올림픽으로의 길에 나선 선수들에게 많은 응원이 쏟아졌다. 선수들 역시 어떤 때보다도 더욱 자유롭게 올림픽을 치렀다. 진한 아쉬움 속 '팀 킴' 선수들은 4년 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을 기약했다.

처음부터 훔친 두 점, 시작이 완벽했다

한국시간 17일 오후 3시 열린 스웨덴과의 경기. '팀 킴'은 일찍이 결선행을 확정지어 놓은 스웨덴의 '팀 안나 하셀보리'를 만났다. '팀 하셀보리'는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결승에서 한국과 맞붙어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따냈던 팀. 그런 팀에 '올림픽의 복수'를 이뤄야 결선 진출의 희망이 보였다.

초반 분위기가 좋았다. 첫 엔드 스웨덴이 후공을 가져가 블랭크 엔드로 후공권을 이어갔지만, 2엔드 선수들의 작전으로 '스틸' 두 점을 따냈다. 스웨덴이 들어오기 어려운 위치에 가드 스톤을 놓고, 하우스 안에 스톤 두 개를 밀어넣은 것.

스웨덴 역시 한국의 가드 스톤을 쳐내려 했지만, 제대로 제거를 해내지 못하는 등 고전했다. 특히 안나 하셀보리는 엔드 마지막 스톤 드로우에서 버튼 드로우를 노렸지만, 웨이트가 세게 들어가면서 그대로 버튼을 넘어 하우스 뒤에서 멈췄다. 1번·2번 스톤은 한국의 것. 한국이 두 점을 스틸하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3엔드에도 대표팀 선수들은 스웨덴을 압박했다. 일찍이 하우스에 여러 개의 스톤을 이미 일어넣은 '팀 킴'은 라인을 걸어잠그며 스웨덴의 득점 시도를 저지했다. 서드 사라 망마누스도 더블 테이크아웃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는 등 실수가 나왔다. 스웨덴은 스킵의 드로우 샷으로 한 점을 따내는 데에 그치며 스코어가 2-1이 되었다.

한국이 처음으로 해머, 즉 후공권을 잡은 4엔드에는 스웨덴이 버튼 샷을 구사하며 '팀 킴'을 어렵게 했다. '팀 킴'은 상대의 공세 속에서도 한 점을 얻어가며 전반 마지막 엔드에 돌입했다. 한국 역시 스톤 배치를 어렵게 하면서 스웨덴의 대량득점을 저지했다. 스웨덴은 1점을 추격하며 '장군 멍군'으로 전반을 마쳤다. 스코어 3-2.

컨디션 난조, 뒷심 부족으로 역전패... 결선 진출 불발

6엔드에는 막판 전략이 아쉬웠다. 스웨덴의 스톤이 버튼 한가운데에 물려 있는 상황. 위에는 가드 스톤이 버티고 있어 선수들은 런백 작전에 나섰다. 하지만 런백을 시도한 김은정의 라스트 샷이 실패로 돌아가며 스웨덴에 1점을 내줬다. 스코어 3-3으로 동점.

7엔드 한국이 1점을 더 앞서나갔다. 스웨덴 안나 하셀보리의 스톤이 가드에 맞는 등 실수가 연발되었지만, 한국 역시 마지막 스톤을 트리플 테이크아웃하는 데 실패하며 한 점을 달아나는 데 만족해야 했다. 8엔드에는 한국의 투구 난조 속에 스웨덴이 두 점을 가져가면서 스코어 4-5. 스웨덴이 역전했다.

9엔드에는 스틸까지 내줬다. 김은정 선수가 던진 엔드 마지막 스톤이 하우스에 1번 스톤으로 남아있던 스웨덴의 스톤을 쳐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 스톤이 굴러 바깥으로 나가면서 한국의 스톤이 1번 자리를 지키는 데는 실패했다. '팀 킴'은 4-6의 스코어로 막판 벼랑 끝에 몰렸다.

10엔드. 두 점을 앞선 스웨덴은 계속해서 한국을 막아나갔다. 특히 스웨덴은 하우스 안에 일렬로 석 개의 스톤을 배치하는 등 '팀 킴' 선수들의 작전을 방해했다. 마지막 순간, '팀 킴' 선수들이 어려운 샷을 성공해야만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까지 몰렸고, 트리플 테이크아웃을 노리고 던진 라스트 스톤이 한 스톤을 빼내는 데 그치며 패배했다. 최종 스코어 4-8.

한국이 패배하면서 4강으로 진출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모두 소멸되었다. 이날 다른 시트에서의 경기 결과에 따라 영국, 캐나다, 일본이 함께 5승 4패에 몰렸기에 한국이 승리했다면 DSC(드로우 샷 챌린지. 경기 이전 던지는 버튼 투구에 따라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 - 기자 말)에 유리한 한국이 진출도 가능했지만, 아쉽게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결선에는 이날 경기에서 승리한 스웨덴을 포함해 스위스, 영국, 그리고 일본이 극적으로 진출했다. 인터뷰 도중 탈락을 직감하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던 일본의 스킵 후지사와 사츠키는 한국의 패배로 극적인 메달 레이스로의 막차를 탈 수 있게 되었다.

가시밭길 딛고 올림픽까지... 그렇기에 '팀 킴'이 자랑스럽다

현장의 말에 따르면 김은정 선수를 비롯한 선수들은 물론, 임명섭 감독도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감추지 못했단다. 눈앞에서 메달 레이스가 멀어진 아쉬움, 경기 중 겹쳤던 아쉬운 실수에 대한 자책은 물론 국민들의 열띤 응원과 관심에도 목표했던 성적을 내지 못했던 죄책감이 한 데 뒤섞여 흘린 눈물일 테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올림픽이 끝난 후 다시 올림픽을 준비할 때, '팀 킴' 선수들은 충분한 준비나 재충전을 하지 못하고 가시밭길 위를 걸어가야만 했다. 과거 지도자의 갑질을 고발할 때는 브룸과 스톤 대신 기자회견문과 마이크를 잡아야 했고, 그 이후에도 훈련을 원활히 이어가지 못하는 고통 속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직접 자신의 손으로 올림픽 티켓을 따냈고, 이번 올림픽에서도 여러 명장면을 남겼으며, 그리고 한국 구기종목 역사상 처음으로 2번 연속으로 구성원 변화 없이 올림픽 진출에 성공한 팀이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 메달에 대한 죄책감이 내가 아닌 국민을 향하기에는 이미 충분한 성과를 냈다.

그렇기에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팀 킴' 덕분에 '컬링 불모지'라고 불리던 대한민국에서 컬링이라는 종목이 올림픽이 아닌 기간에도, 올림픽과 관련 없는 대회 소식으로도 뉴스의 한 페이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고, '팀 킴' 덕분에 지상파 방송 3사가 다른 중계를 제쳐두고 컬링 중계를 우선적으로 편성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미 한국 컬링은 '팀 킴' 때문에 많은 빚을 졌다. 평창 올림픽은 물론이고,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역시 그랬다. 그렇기에 김경애 선수의 "다음 2026 올림픽도, 다음 세계선수권도 준비 잘해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말이 크게 울린다. 한국 컬링이 이제는 '팀 킴'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할 때와 같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 부채의 탕감 방법은 별 것 없다. 앞으로의 4년동안 '팀 킴'이 어떠한 수난도, 걱정도 없이 컬링을 이어나갈 수 있으면 된다. 설령 그런 지원 끝에 치러진 대표 선발전에서 '팀 킴' 대신 다른 팀이 올림픽에 나가더라도, 그 이야기는 '팀 킴'의 아성을 확실히 뛰어넘을 새로운 팀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으니만큼, 더욱 기쁜 일이 아닐까.

그리고 앞서 김경애 선수가 이야기했듯 선수들의 도전은 하나 더 남았다. 오는 3월 19일부터 27일까지 캐나다 프린스조지에서 2022 여자컬링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세계선수권에서는 선수들이 더욱 덜한 부담감 속에 더욱 완벽한 경기를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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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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