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축구협회(USSF) 남녀 대표팀 동일 임금 및 상금 지급 협약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미국축구협회(USSF) 남녀 대표팀 동일 임금 및 상금 지급 협약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미국 축구대표팀이 마침내 남녀 동일 임금을 받게 된다. 

미국축구협회(USSF)는 현지시각 18일 열린 선수노조와의 노사단체협약(CBA) 협상에서 남자 대표팀과 여자 대표팀 선수단에 동일한 경기 수당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협약에 따르면 USSF는 경기 수당을 넘어 세계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대회를 비롯한 각종 축구대표팀 경기로 얻는 상금, 중계권, 스폰서 수익을 남녀 대표팀 선수(남자 23명·여자 23명)에게 동일하게 나눠준다. 

이번 합의는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남자 대표팀보다 적은 경기 수당을 받는 것에 반발하며 새로운 협약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모든 것 똑같이... 남자 선수도 육아휴직 간다 

앞서 미국 여자 축구대표팀은 USSF를 상대로 제기한 남녀 동일 임금 소송에서 무려 6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올해 2월 재판부의 화해 권고로 2400만 달러(약 286억 원) 규모의 보상금을 받기로 했다.  

더 나아가 여자 대표팀은 이날 새로운 협약을 통해 남녀 동일 임금이라는 대원칙을 달성하며 오랜 싸움에서 승리를 거뒀다. 반대로 남자 대표팀 선수들도 여자 선수가 받아왔던 육아 혜택을 함께 누리게 됐다. 

또한 남녀 대표팀이 같은 수준의 경기장과 훈련장을 사용하게 되고, 원정 경기를 떠날 때 항공편과 호텔도 동일하게 제공받기로 했다. 

그동안 여자 대표팀은 월드컵 대회에서 남자 대표팀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내고도 적은 임금을 받아왔다며 이같이 요구해왔으나, USSF는 남자 월드컵의 상금과 경기 수당이 여자 월드컵보다 훨씬 많다며 반대해왔다. 

USSF는 법정 다툼 과정에서 "남자 대표팀이 다른 나라 대표팀과 경쟁하는 것은 여자 대표팀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요구한다"라며 "이는 성차별이 아니라 법적으로 논쟁할 수 없는 '과학'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역사적 순간... 미국 넘어 전 세계 판도 바꿀 것"
 
 새 노사협약을 발표하는 미국축구협회(USSF) 홈페이지 갈무리.

새 노사협약을 발표하는 미국축구협회(USSF) 홈페이지 갈무리. ⓒ USSF

 
하지만 한국, 영국, 브라질, 호주 등이 남녀 축구대표팀의 동일 임금을 지급하며 세계적인 흐름을 이끈 데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에서 "USSF가 남녀 동일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국가 지원금을 정부가 아닌 다른 곳에 가서 받아야 할 것"이라고 여자 대표팀을 지지했다. 

결국 미국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기로 했고, 더 나아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대회 상금과 경기 수익도 남녀 대표팀에 동일하게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여자대표팀을 이끄는 축구스타 알렉스 모건은 "이번 협약은 역사적 순간"이라며 "동일 임금을 넘어 선수들을 위한 경기 및 훈련 환경을 개선해 축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토대가 만들어지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또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좌절하지 않고 결국 이뤄냈다"라며 "전 세계 많은 사람이 이런 변화의 필요성을 깨닫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신디 팔로 콘 USSF 회장도 "이 협약은 미국 사회의 판도를 바꿔놓았으며, 전 세계의 판도까지 바꿀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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