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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em Beliaikin/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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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코칭을 하다 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온라인으로 추천한 아이템이 실제로 받아보니 그 색이 아닌 경우, 두 번째는 오프라인에서 추천한 아이템이 온라인에서 적게는 10% 많게는 30% 더 저렴하게 팔고 있을 때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백화점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입어본 후 온라인에서 제품번호를 검색해본다. 이 아이템이 온라인에 있다면 100% 저렴한 가격에 팔 테니까 말이다.

이런 현상은 옷뿐만이 아니다. 가방과 신발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오프라인 쇼핑으로 모 브랜드의 샌들을 추천해서 구매하기로 했는데 온라인에서 검색해보니 8만 원이나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럴 경우 나라도 백화점 구매를 취소하고 온라인에서 구매할 것이다.

동일한 브랜드의 같은 신발, 일단 제품번호가 같다면 의심할 여지도 없다. 사이즈는 오프라인에서 확인했으니 실행에 옮기면 끝. 다만, 의문이 생긴다. 그러면 백화점 브랜드의 매출은 이런 식으로 관리되어도 괜찮은가? 내가 백화점 직원이라면 내 매장의 매출이 순간 온라인으로 이동한 것에 대해 불합리하다고 느낄 것이다.

'쇼루밍'은 어쩔 수 없는 현상... 백화점 직원들도 알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가격 차이는 왜 생기는 걸까? 우선 유통 마진을 줄일 수 있는 데서 오는 유연한 가격 구간이 있을 것이다. 백화점에 입점하는 것만으로도 각 브랜드에서는 지출이 클 테니, 조금 더 저렴한 유통 채널의 경우 똑같은 마진에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한 것이다.

인건비도 줄어든다. 우리는 백화점에서 직원분들의 응대(가끔 부담스럽지만 전체적으로 친절한, 요즘은 확실히 적정 거리를 둔 채 편하게 둘러보게끔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를 받아 최적의 물건을 고르게 된다. 맞는 사이즈를 추천해주고, 핏과 길이를 봐주며, 재고가 없어 다시 와야 할 경우 택배를 보내주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제품 가격에 포함된 것이다.

구경은 백화점에서 구매는 온라인에서 한다는 뜻의 '쇼루밍족'은 2013년부터 나왔던 단어이다. 실제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꼼꼼하게 본 후 온라인에서 최저가를 검색해 구매하는 선택은 멋과 실속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빠져있는 것은 노동을 제공한 사람에 대한 보상이다. 물론 그들은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것이지만 백화점 브랜드 매장에서의 매출은 매장의 존재 이유와 같으므로 그들의 노동이 무효화되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동일 브랜드이므로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오프라인 매장의 직원에게 알릴 경우 전산화 작업으로 인해 매장의 매출로 잡히게 하는 것. 그런데 또 생각해보니 온라인 가격에는 백화점 입점 수수료와 직원의 노동(서비스)에 대한 가치는 들어가 있지 않으므로 매출로 잡히더라도 크게 보상이 될만한 건 없어 보인다.

전산화로 인해 보상이 되기 시작하면 온라인 제품의 가격도 백화점 가격과 동일해질 수밖에 없는 현상. 그렇다면 결국 이런 가격 차이는 유통 채널의 다양화에 따른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현상이다.

백화점에서 받은 서비스는 50%의 미안한 감정과 50%의 절약의 의지를 거쳐 온라인에서의 득템으로 이어진다. 유통 채널의 생리로 인해 매장 직원에게 돌아가는 금전적 가치는 없을지언정 그분들의 노동(서비스)에 대한 대가가 무효화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유통 채널과 브랜드 기업, 매장 직원으로 이루어진 패션 생태계에서 누가 이걸 고치고 싶어 할까? 그래서 오프라인 쇼핑 코칭에서 시작된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제자리로 돌아왔다.

여성복 매장에서 근무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베테랑 매니저님한테 물어보니 기이한 유통 채널 구조 때문에 생기는 일이며 직원들 또한 다들 알고 있다고 한다. 또한 온라인 유통 채널에 따라 다르지만 소비자가 A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올린 아이템을 구매할 경우 A 매장으로 매출이 잡히게 된단다.

포털사이트 등에서 물건을 등록할 때 백화점이나 아울렛 지점을 적으므로 만약 내가 서비스를 받은 매장에 매출로 잡히게 하고 싶다면 [백화점/지점/브랜드]로 검색하면 바로 나온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가격 차이는 결국 백화점 입점 브랜드의 매출을 위한 격동의 결과물이었다. 금액에 민감한 소비자는 결국 더 저렴한 온라인으로 이동할 것이고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없는 브랜드 혹은 가격 차이가 대수롭지 않은 고가의 브랜드만이 백화점에 남는 것은 아닐지.

요즘 백화점을 구경하거나 쇼핑 앱(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빠르게 성장 중)을 보면 격동의 파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 격동의 현장에서 잘 살아가 보자.

덧붙이는 글 | *행복한 옷입기 연구소에서는 악순환 줄이고 스타일 살리고 자존감 채우는 코칭&교육을 진행합니다.


태그:#온라인쇼핑, #오프라인쇼핑, #매장가격차이, #백화점쇼핑, #가격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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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 악순환 줄이는 옷경영 코치. 건강한 멋과 삶, 옷장/쇼핑/코디 코치 <4계절 옷경영 연구소> [책]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 / 주말엔 옷장 정리 / 기본의 멋 / 문제는 옷습관 / 매일 하나씩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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