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적지에서 두산을 꺾고 8위로 순위를 한 계단 끌어 올렸다.

박진만 감독대행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때려내며 4-1로 승리했다. 지난 8월 6일 SSG랜더스에게 패하며 9위로 떨어졌다가 한 달 가까이 순위를 끌어 올리지 못하던 삼성은 9월에 열린 3경기에서 2승1패를 기록하며 2연패에 빠진 두산을 9위로 떨어트리고 8위로 올라섰다(50승2무66패).

삼성은 2회 1사2,3루에서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쳐낸 공민규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외국인 선수 호세 피렐라는 3회 최원준으로부터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투런홈런을 터트렸다. 마운드에서는 오승환이 1이닝 퍼펙트 투구로 25번째 세이브를 기록했고 이 선수는 19번째 선발 등판 만에 드디어 시즌 첫 승을 챙겼다. 지긋지긋했던 13연패의 사슬을 끊어낸 삼성의 베테랑 좌완 백정현이 그 주인공이다.
 
 삼성 백정현 선수.

삼성 백정현 선수. ⓒ 연합뉴스

 
18연패 심수창-17연패 장시환-시즌12연패 감사용

KBO리그에서 '연패의 아이콘'은 역시 '18연패의 사나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심수창(MBC 스포츠+ 해설위원)이다. 2004년 LG 트윈스에 입단해 2006년 3년 만에 10승 투수에 등극하며 LG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심수창은 2009년 6월 14일 SK와이번스전 승리 이후 길고도 불운한 연패의 늪에 빠졌다. 2009년에만 7연패를 당하며 시즌을 마친 심수창은 2010년에도 12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만 기록하며 연패기록이 '11'까지 늘어났다.

심수창은 2011년에도 11경기에 등판해 6패를 추가한 후 7월의 마지막 날 LG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의 2:2 트레이드를 통해 잠실에서 목동으로 홈구장을 옮겼다. 넥센 유니폼을 입고 등판한 첫 경기에서 연패숫자가 '18'로 늘어난 심수창은 2011년 8월 9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6.1이닝1실점으로 승리하며 드디어 길었던 18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심수창은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영원히 깨지지 않을 거 같았던 심수창의 18연패 기록은 현재 한화 이글스의 우완 장시환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2020년 9월 22일 두산전 승리를 끝으로 2020년 2연패, 작년 19경기에서 11연패를 기록한 장시환은 마무리로 전향한 올해도 51경기에서 4패를 당하며 어느덧 연패 숫자가 '17'까지 늘었다. 올해는 마무리로 활약했기 때문에 승리의 기회가 다소 적었지만 5개의 블론세이브에 대해서는 장시환이 핑계를 대기 힘들다.

KBO리그의 단일 시즌 최다연패기록은 2004년 영화로 제작되며 야구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감사용(경남대학교 감독)이 가지고 있다. 프로 원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유일한 좌완투수였던 감사용은 팀이 이기고 있을 때나 지고 있을 때나 전천후로 마운드에 올라 12번의 패배 끝에 롯데를 상대로 프로 데뷔  첫 승을 따냈다. 그리고 감사용은 1986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할 때까지 두 번째 승리를 올리지 못했다.

일부 야구팬들은 긴 연패를 당하는 투수들의 실력을 폄하하기도 하지만 사실 연패는 연승만큼 어려운 기록이다. 심수창이나 장시환, 감사용처럼 두 자리 수 연패를 기록했다는 것은 그렇게 긴 연패를 당하는 동안 꾸준히 1군에서 공을 던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긴 연패를 당한 선수들은 2군으로 미끄러지기를 호시탐탐 기다리는 경쟁자들이 즐비한 프로 세계에서 꾸준히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얻으며 경기에 중용됐다는 의미다.

19번째 등판에서 13연패 탈출하며 시즌 첫 승

풀타임 1군선수가 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연 평균 6.6승을 기록한 삼성의 좌완 백정현은 1군에서 활약하는 10개 구단의 좌완 투수들 중 평균에 가까운 활약을 하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백정현은 투구폼도 유연하고 구종도 다양하며 타자들과의 수 싸움이나 견제도 능해 1군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자원이다. 하지만 구위가 썩 좋은 편이 아니라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특급좌완'으로 활약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백정현은 생애 첫 FA를 앞둔 작년 시즌 14승5패 평균자책점2.63으로 프로 데뷔 15년 만에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많은 나이 때문에 FA시장에서는 생각보다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원소속팀 삼성과 4년 총액 38억 원에 계약하며 따뜻한 30대 후반을 보장 받았다. 하지만 백정현은 올 시즌 선발진의 한축을 담당해 달라는 구단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백정현은 올 시즌 데이비드 뷰캐넌과 알버트 수아레즈, 원태인에 이어 삼성의 4선발로 시즌을 시작해 8월까지 18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하지만 백정현은 5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도 승리 없이 내리 12번 연속으로 패했다. 1982년 감사용이 기록했던 한 시즌 최다연패 기록과 타이가 된 것이다. 단순히 '불운'을 이야기하기엔 8월까지 기록한 6.00의 평균자책점이 백정현의 올 시즌 부진을 말해준다.

백정현은 3일 시즌 19번째 경기에서 두산을 상대했다. 그리고 백정현은 국가대표 출신 사이드암 최원준과 맞대결을 펼쳤던 두산과의 '8,9위 결정전'에서 8월 14일 KT위즈전에 이어 시즌 두 번째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즌 첫 승을 따냈다. 6회까지 97개의 공을 던진 백정현은 사사구 4개를 허용했지만 단타 2개만 허용하는 호투로 두산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으며 선발투수로서 자신의 임무를 확실하게 수행했다.

작년 10월 29일 NC다이노스전부터 시작된 13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났지만 백정현의 시즌성적은 여전히 1승12패5.64로 삼성의 기대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개인성적을 회복하는 것도, 팀의 가을야구 진출을 이끄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현재 백정현이 할 수 있는 일은 잔여 시즌 동안 작년 좋았던 시절의 투구감각을 되찾는 것이다. 백정현이 잔여 시즌 동안 구위를 회복한다면 삼성은 내년 시즌을 위한 희망요소를 하나 더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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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백정현 13연패 탈출 18전1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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