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굴 소개 벽화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선정작  '금정굴 이야기가 ' EBS 방영불가 결정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위 사진은 경기도 고양시 소재 금정굴 인근의 전승일 감독이 그린 소개 벽화

▲ 금정굴 소개 벽화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선정작 '금정굴 이야기가 ' EBS 방영불가 결정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위 사진은 경기도 고양시 소재 금정굴 인근의 전승일 감독이 그린 소개 벽화 ⓒ 전승일

 
EBS 방영불가 논란 확산

EBS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이하, EIDF) 선정작 '금정굴 이야기'의 방영불가 결정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EIDF는 지난 5월말 전승일 감독의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금정굴 이야기'를 영화제 공식 상영작으로 선정했고, 6월 9일 극장 상영과 방송에 대한 계약서를 체결했다. 지난 8월 26일 극장 상영과 8월 28일 EBS 방영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방송을 5일 앞둔 8월 23일, EBS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에서 돌연 '금정굴 이야기'의 방송불가 결정을 하였고 이를 영화제 조직위에 통보했다. 
 
졸지에 자신의 작품이 방영될 기회를 잃어버린 전승일 감독은 강력히 항의하면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결정 철회 서명을 받고 있다. '금정굴 이야기에 대한 '방송불가 결정 철회 연대 서명'에 8일 현재까지 (재)금정굴인권평화재단과 금정굴 유족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등 백여개의 단체와 2천여 명의 개인이 동참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심의위의 방영 불가 결정과 결정 사유를 놓고 작품의 제작진과 관련단체의 강한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국회의원실에서 입장을 내기도 했다.

박찬대 의원은 SNS를 통해 "EBS심의위가 전승일 감독의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을 방영금지 결정을 한 것은 부당한 결정으로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 이 작품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까지 하고 '금정굴 사건'은 과거 진실화해위에서 경찰에 의한 불법 집단학살로 확인하고 국가의 사과까지 요구한 바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EBS는 자사인 EIDF가 공식 방영계약까지 체결했음에도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다며 내린 역사를 거스르는 비상식적 결정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라며 "심의과정에서 왜곡된 역사관을 가진 자의 외압여부도 의심되는만큼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금정굴 이야기'는 1950년 한국전쟁기 이승만 정권 하에서 경기도 고양시에서 발생한 대규모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을 주제로 하는 애니메이션으로 'Budapest Film Festival'에서 최우수 단편 다큐멘터리 수상하였한 바 있다. 또 'Kiez Berlin Film Festival' 최우수 인권영화상, 'Mumbai Shorts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애니메이션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84개의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EBS는 지난달 24일 보도자료를 통하여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와 제14조(객관성)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여 대체 편성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위 규정은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EBS 심의위가 내린 방송불가 사유는 "한국의 군대와 경찰은 1950년 7월부터 10월까지 최소 10만 명의 민간인을 아무런 재판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학살했으며, 미군은 이를 묵인‧방조했다"라는 자막이 불명확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EBS는 또 "해당 작품은 18분 길이의 단편작품으로 압축과 은유를 통해 상황과 맥락을 표현하다 보니, 객관적 자료 제시나 데이터에 대한 출처 표시 등이 부족한 점으로 인해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불충분한 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지나친 사상검증과 심의과정

EBS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또 금정굴 사건은 이미 많은 매체에서 다루었고 객관적 사실로 인정받았기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들어 방영하지 않기로 한 EBS의 결정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금정굴 사건을 비롯한 이승만 정권 하의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은 이미 규명된 사실이다. 1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1기 진화위')는 이미 2007년 금정굴 사건이 경찰에 의한 불법적인 집단학살 사건이었으며, 최종 책임은 국가에 있으므로 국가가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제례모습 2022년 8월 31일 금정굴 현장에서 발굴된 유해가 모셔진 세종시 추모의 집에서 유족들이 제례를 지내고 있다.

▲ 제례모습 2022년 8월 31일 금정굴 현장에서 발굴된 유해가 모셔진 세종시 추모의 집에서 유족들이 제례를 지내고 있다. ⓒ 금정굴인권평화재단

 
관련해 전승일 감독은 "1995년 금정굴 사건 희생자들의 유골이 발굴된 이래 이 역사적 아픔을 제노사이드 현상으로 다루면서 국제적 차원의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근거가 없이 내린 방송불가 결정이라면 이는 예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에 다름없고 기존의 연대서명 운동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EBS측이 이번 방송불가 결정과 논란에 대해 내부에서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즉시 심의위를 재개하여 부당한 결정을 다시 검토해 주기를 요청한다"라며 "심의위가 언급한 자료출처 명기부분에 대해 필요하면 국가기관인 진실화해위 등 출처를 보완해 제출할 용의도 있다"라고 말했다.

"사상의 잣대 지나치게 들이대"

신기철 금정굴인권평화연구소 소장은 "감독이 희생자 수를 과장하지 않고 신중하게 최소한으로 10만명으로 잡았고 과거 노무현 대통령과 경찰 및 국방부 수장들이 국가를 대신하여 사과까지 한 예술작품의 콘텐츠에 사상의 잣대를 지나치게 들이댔다"라고 주장했다. 

이현옥 금정굴인권평화재단 사무국장도 "예술작품 속엔 다양한 해석과 주장이 있는 것이 당연하고, 방송사 내부 프로그램도 아닌 영화제 선정작품에 대해 단지 객관성이 결여됐다는 이유로 방영거부 결정을 내린 건 지나치다"라며 "세계적으로 홀로코스트 영화도 많은데 우리의 아픈 역사의 한 부분인 '금정굴 이야기'를 방영못한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EBS측은 지난달 24일 심의위원회 결정 발표이후 추가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덧붙이는 글 가능
금정굴 이야기 EBS 심의위원회 방송불가결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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