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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주도 내 일부 프랜차이즈 매장을 대상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실시된 지난 2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보증금제도를 보이콧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주도 내 일부 프랜차이즈 매장을 대상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실시된 지난 2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보증금제도를 보이콧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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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일 국무회의에서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은 커피전문점 등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일회용컵에 300원의 보증금을 부과하고, 일회용컵 반납시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다. 대상은 전국 100개 이상 지점이 있는 대형 프렌차이즈 업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올해 6월 10일, 전국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비용부담 문제 등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12월로 연기됐다가 다시 2024년으로 유예됐다. 다만, 지난 2일부터 세종특별자치시와 제주특별자치도에서만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중저가 음료 매장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보증금 300원이 가격인상 요인으로 비쳐 매출 감소가 발생한다는 비판이다. 지난 12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참여대상 매장 가운데 1/3이 보증금제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동시에 일회용컵 정책시행을 촉구하는 시민사회계의 목소리도 높다. 세종과 제주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한 2일 녹색연합과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은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정크아트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지수 녹색연합 활동가는 이날 "대상 지역을 축소하고 교차 반납을 1회용컵 보증금제의 취지는 5%밖에 재활용되지 않는 1회용컵의 회수율을 높여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대상 지역을 축소하고 교차반납을 막는 환경부의 정책은 제도의 취지와 반대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 제도의 전국 시행을 촉구한 것. 

논란이 되고 있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형평성 문제' 외에 놓치고 있는 이슈도 있을까. 지난 11월 25일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을 만나봐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윤희 연구위원.
 이윤희 연구위원.
ⓒ 이윤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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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 연구위원은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일회용컵 회수율을 높이려면 교차 반납이 가능해야 해요. 예를 들어 A라는 매장에서 음료 구매를 하고도 B매장이나 C매장에 가서 용기 반납이 가능해야 하는데 현재 교차 반납하는 것을 정부가 막아놨습니다."

일회용컵 교차 반납을 가능케 해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의 '교차 반납 허가' 목소리와 일맥상통한다. 

이용자가 보다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참여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민들이 귀찮아 하고, 보증금 300원을 가벼이 생각해 참여하지 않는다면 정책은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따라서 컵 회수율이 높기 위해 교차 반납을 가능케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연구위원은 또다른 기술적 문제도 지적했다. 

"종이컵이 100% 종이 성분이 아니라 일부 플라스틱 수지 섬유가 종이컵 내부에 코팅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재활용을 할 때는 어떤 용제 같은 데에 담아 플라스틱 성분을 녹여서 빼냅니다. 그렇게 완전히 종이 성분, 펄프 성분으로만 만들어서 재활용하는 거거든요.

종이컵 내부의 폴리에틸렌 코팅을 없앨 수 있는 기술도 나와 있고, 그 기술이 적용된 일회용컵도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상용화 되지 않았는데요. 사실 이게 상용화가 되지 않는 이유는 이런 기술이 적용된 일회용컵을 표준 용기로 지정하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회용컵, 그중에서도 특히 종이컵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선 종이컵 내 폴리에틸렌(PE) 분리 기능이 구축돼야 한다. 음료 때문에 종이가 젖는 것을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얇은 폴리에틸렌 코팅을 씌운다. 폴리에틸렌이란 일종의 플라스틱 재질이다. 따라서 종이컵은 일반 종이와 다른 재활용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활용에서 항상 문제가 돼 왔고, 폴리에틸렌을 분리할 수 있게 해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상용화되지 않고, 종이컵이 갖고 있는 문제 또한 여전히 지속 중이다. 여전히 폴리에틸렌 성분 때문에 종이컵을 따로 모아야 하고, 코팅 분리 기술을 가진 소수 회사에서만 재활용이 가능하다.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목표를 정하고, 일회용컵을 여러 군데에서 편하게 회수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회수한 컵의 재활용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업체들을 육성·지원해야 합니다. 목표를 잡으면 할 수 있는 건데, 이건 아직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은 미루면 미룰수록 환경에는 독이다. 하지만 한번 파괴된 환경은 쉽게 복구되는 것이 아니므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뒷받침할 기반을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여건을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다른 사회적 이슈와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환경 보호를 목표로 삼은 정책이 기술적·제도적 기반을 뒷받침하지 않은 상태로 실행부터 이뤄진다면 결국 시민참여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어진다. 세부 사항들을 견고하게 설계해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상황이다.
 
‘1회용컵 보증금제’가 세종과 제주지역에서 시행된 지난 2일 오전 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이제석광고연구소 활동가들이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시행’을 요구하는 정크아트 퍼포먼스를 벌였다.
 ‘1회용컵 보증금제’가 세종과 제주지역에서 시행된 지난 2일 오전 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이제석광고연구소 활동가들이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시행’을 요구하는 정크아트 퍼포먼스를 벌였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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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회용컵보증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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