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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신년인사회'에서 신년인사를 하고 있다.
▲ 2023년 신년인사회 발언하는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신년인사회'에서 신년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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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을 위한 노림수일까, 정치개혁을 바라는 선의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2일 공개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정치개혁 의제를 던졌다. 그는 "선거제는 다양한 국민의 이해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며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고 했다. 이어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취임 후 첫 정치개혁 제안... 노림수? 선의?

소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단 하나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현행 선거제도다. 이 제도는 승자독식일 수밖에 없는 터라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국민들의 정치지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특히 영·호남 지역주의 극복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만 기초의원 선거제도는 지역구에 따라 2~4인의 당선자를 배출하는 중선거구제를 운영 중인데, 여야는 지난해 6.1 지방선거 때 3~5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총 30곳에서 시범실시하기로 합의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국회입법조사처는 12월 30일 발간한 <제8회 동시지방선거 중대선거구제 시범실시의 효과와 한계> 보고서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선거 한 달여를 앞두고 급하게 결정했고, 규모도 전체 선거구의 2.9%에 불과하기 때문에 효과를 추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체 선거구 소수정당 후보 당선율은 0.9%에 그쳤지만 시범실시 지역에선 3.7%(당선자 109명 중 4명)이었고, 대체로 3~4인 선거구에서 소수정당 당선자가 나왔다고 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소선거구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점점 커지는 중이다. 지난 12월 28일 국회 본청 앞에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 녹색당 등 다양한 정당 소속 정치인들이 모여 소선거구제 폐지를 촉구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2일 오전 국회 시무식 후 취재진을 만나 "현행 소선거구 제도는 사표가 많이 발생해 국민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승자 독식'으로 정치권 대립과 갈등을 증폭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3월 중순까지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1월 2일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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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서 나온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도입' 제안은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정치개혁과 맞닿은 의제인만큼 여야를 떠나 반기는 모습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제안을 적극 환영한다"며 "이를 계기로 우리 국회가 선거제도 개편에 나서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역시 "환영한다"며 "대통령의 발언이 결코 빈말이 돼선 안 된다. 말이 아니라 실천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반응은 묘했다. 그는 이날 부산 현장 최고위원회의 취재진의 중대선거구제 관련 질문에 "여러 가지 논란들이 있다"는 말부터 꺼냈다. 이어 "소수자들의 진출이 가능하다, 신인 진출이 용이하다 이런 주장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득권, 소위 유명하고 경제력이 큰 사람들만의 장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신인진출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의견들도 있다"며 "장단점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당내 의견을 모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속내가 복잡한 까닭이 있다. 첫 번째는 '의심'이다. 한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다들 '소선거구제가 문제'라는 인식은 있다"면서도 "윤 대통령은 지금 정치 구조로는 본인이 5년 동안 힘들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봤다. '정치개혁'보다는 '정계개편'으로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노렸다는 해석이다. 그는 또 "야당을 정치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며 "국회를 무시하는 사람이 저렇게 던져서 (논의가)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속쓰림'도 크다. 정치개혁은 민주당이 대선 막판 내세웠던 의제다. 민주당은 지난해 2월 27일 의원총회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포함한 정치개혁을 결의했고, 3월 1일 이재명-김동연 단일화 때도 정치개혁을 약속한 데다 8월 28일 전당대회에선 결의문까지 채택했다. 하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2일 페이스북에서 현 상황을 "민주당은 어젠다를 선점하고도 공론화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또 빼앗겼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윤 대통령 이슈 선점... '민주당 안'도 내놔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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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우리 당은 지금 헤매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그는 "민주당은 지금껏 여러 차례 정치개혁과 정치교체를,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했다"며 "그 약속을 지킬 것인지 많은 국민들이 쳐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늦었다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해득실만 따지기 보다는 무엇이 올바른 방향인지 빨리 입장을 정해야 한다.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관후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박사(정치학)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개혁 이슈를 선점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논의가 진전될지, 말지 달라진다"며 "민주당도 민주당의 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지난번 선거제도 개혁은 국회 안에서만 얘기해서 실패했다"며 "단순한 여론조사가 아니라 '공론조사'로 어떤 대표를, 어떻게 뽑고 싶은지 물어서 국민적 합의과정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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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윤석열, #중대선거구제, #정치개혁,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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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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