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위험과 사고는 알고보면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시작된다. 정확한 이해 없이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이한 인식과 행동이 누적되다보면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수도 있다.
 
3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에서는 '개알못 부자와 싸움꾼 하이' 편을 통하여 과격한 싸움을 일삼는 반려견 듀오 하이-루와, 자신의 말을 듣지않는 부자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내 보호자의 사연이 다루어졌다.
 
오늘 의뢰인은 남편, 아내, 아들 세 식구가 4살 짜리 베들링턴테리어 믹스견 루와 1살짜리 삽살개 하이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보호자 부부는 펫숍과 유기견 보호소에서 루와 하이를 발견하고 자신들이 아니면 데려갈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외로운 모습에 마음이 움직여서 가족으로 받아들였다는 따뜻한 일화를 고백했다.
 
그런데 하이는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이 유독 심했다. 낯선 사람이 들어와도 거부감 없이 반기는 루에 비하여, 하이는 보호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맹렬하게 큰 소리로 짖어대는가 하면 이빨을 드러내고 위협하기도 했다. 아파트 전체가 울릴 정도로 짖어대는 하이의 소음 때문에 이웃 주민들의 민원이 쇄도하면서, 보호자들은 현관문 안쪽에 방음재까지 설치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하이와 루의 충돌이었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두 가족견은 시간이 흐르면서 장난과 싸움의 경계에서 위험한 모습을 보였다. 본래 루보다 작았던 하이의 체구가 점점 커지면서 장난이 과격해지는 듯 하더니 이제는 목덜미와 눈 등, 급소까지 연이어 서로 물고 물리며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싸움으로 번진지 오래된 상태였다.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남편과 아내 보호자의 시각은 전혀 달랐다. 아내는 대단히 위험한 상황임을 인지하며 우려했지만, 정작 남편은 단지 노는 것 뿐이라며 전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지어 아들도 반려견에게 입질을 당하여 상처가 나기도 했지만, 남편은 여전히 사람도 친구들이랑 놀다가 상처가 날 수 있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상황실에서 지켜보던 강형욱 훈련사와 이경규-장도연은 남편의 주장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내의 가장 큰 걱정은 남편과 아들이 강아지와 노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장난기가 심한 부자는 강아지들이 불편해하고 예민해하는 데도 강제로 끌어안고 짓궂은 장난을 치는가 하면, 실내에서 무선 장난감 자동차와 드론을 날리며 개들이 이리저리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 웃기도 했다. 또한 아내가 만류해도 남편은 무시하고 강아지에게 사람이 먹는 음식을 주기도 했다.
 
지켜보던 강형욱은 "머리가 어질어질 하다"고 끝내 한숨을 내쉬었다. 아내는 "제 말을 듣는 가족이 없다. 남편도, 아들도 제 말을 안 듣는다. 그러다보니 강아지들도 아빠 말만 듣나. 이 집에서 제가 서열 꼴찌가 됐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아내 보호자는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사이 좋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
 
동물학자 스탠리 코렌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의외로 81.6%에 이르는 반려견이 사람에게 안긴 이후에 스트레스 지수가 더 높아졌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개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빨리 달리기 위하여 태어난 동물인데, 포옹은 개의 이러한 원초적 본능을 막는 행동이라는 것. 포옹보다는 가볍게 쓰다듬어주는 것이 사랑을 표현하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이경규와 장도연이 먼저 방문하여 보호자와 고민견을 만났다. 이경규는 애견인의 입장에서 개를 강하게 끌어안거나 드론을 날리는 등, 보호자들의 무지하고 잘못된 행동을 조목조목 지적하여 부자를 당황하게 했다. 강형욱은 이경규가 "훈련사가 다 됐다"며 적절한 조언에 흡족해했다. 또한 하이는 보호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이경규를 상대로 맹렬하게 짖는 반응을 멈추지 않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강형욱이 방문하여 본격적인 상담을 진행했다. 강형욱은 루와 하이의 싸움을 지켜본 후 "힘은 하이가 세지만 루가 더 우세해보인다. 행동이 더 자유롭고 욕심쟁이처럼 보인다"는 의외의 평가를 내놓았다. 알고보니 루는 어릴 때 강아지 유치원을 다닌 경험이 있었던 반면, 하이는 집안에서만 자라며 다른 개와 어울리는 사회화 경험이 전무했다. 이에 강형욱은 1살인 하이가 "지금부터라도 훈련하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강형욱과 보호자들은 훈련을 진행하며 루와 하이의 싸움 원인을 분석했다. 개들의 반응을 지켜본 강형욱은 "하이가 루에게만 집중하고 보호자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어릴수록 투정부릴 대상이 필요한데, 하이가 어렸을 때 보호자들이 너무 루에게 하이의 양육을 맡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하이에게 루는 든든한 형이자 부모, 친구와도 같은 존재였던 것.
 
강형욱은 "사람들도 형제간의 우애가 좋다고 해도, 어울려 노는 또래는 서로 다르다. 그런데 하이에게는 루 밖에 없다. 성장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루에게 풀고 있다. 초기에는 루가 하이에게 먼저 장난을 쳤을 것이다. 그럴 때 보호자는 장난이라도 못하게 말렸어야 했다. 지금 서로가 쌓인 스트레스를 서로에게만 풀고 있는 중"이라고 그들의 관계를 분석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반려견 육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남편 보호자의 안이한 인식이었다. 강형욱은 아들을 예로 들어 "덩치 큰 친구가 와서 괴롭히고 선생님이 와서 지적하면 '우리 노는 건데요'라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냐"고 질문하자, 아들은 "우리 아빠가 그렇다"고 폭로하며 모두를 폭소하게 했다.
 
실제로 아들이 자고있는 강아지를 안거나 쓰다듬는 것, 실내에서 드론을 날리는 등 잘못된 행동들은 대부분 아빠가 자신에게 한 짓이나 평소의 행동들을 그대로 따라한 것이었다. 당황한 남편은 "놀아주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강형욱은 "봐라, 이렇게 생각하지 않냐"고 꼬집었고, 아내는 "제일 좋은 예가 여기에 있었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강형욱은 부자의 하이-루에 대한 장난이 아슬아슬하다며 앞으로 강아지들이 더 커지거나 장난이 심해지면 자칫 돌발적인 입질(마우스펀치)를 불러올 수 있다며, 특히 아들이 '화풀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강형욱은 "아들의 짓궂은 행동들이 아빠를 닮았다"고 돌직구를 날린 데 이어, 아들을 상대로 껴안기, 들어올리기. 부비부비 등 강아지들에게 했던 행동을 똑같이 재연했다.

강형욱은 "이런 행동은 강아지에게 오히려 불안감을 준다. 강아지는 사람에게 안겨있을 때 포박당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남편과 아들은 강형욱의 권유로, 아내에게 앞으로 강아지에게 장난을 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또다른 문제는 남편이 강아지들의 싸움을 싸움으로 생각하지않는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강형욱은 정색하며 "아이들이 싸우면서 격해질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격한 걸 당연하게 여기고 방치하면 안 된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강형욱은 사전 촬영된 VCR를 가족에게 보여주며 문제점을 하나하나 꼬집었다. 남편이 아내의 만류를 무시하고 강아지에게 사람을 먹는 음식을 주는 장면이 나왔다. 강형욱은 이를 두고 "이러니 엄마 보호자의 리더십이 높아질 수가 없는 상황이다. 개들은 바보가 아니다. 개들도 보호자들의 대화-행동을 보면서 서열과 우위를 판단한다"며 남편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반려견들이 함께 성장하면서 싸움이 점차 거칠어지고 위험한 모습도 함께 시청했다. 여기서 강형욱은 "저라면 무조건 떼어냈을 것이다. 이런 행동 자체를 하게 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하며, 아들을 예로 들어 "학교에서 덩치 큰 친구가 아이를 아무 이유없이 폭행하는 것과 같다"는 설명으로 남편을 또 한번 충격에 빠뜨렸다.
 
강아지들은 장난에서 싸움으로 넘어가기 일보 직전까지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들고 있었다. 또한 남편은 바로 곁에 있을때도 이런 강아지들의 다툼을 무신경하게 방치했다. 강형욱은 "저라면 이런 상황에서 단호하게 강아지를 제지하고 분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아내는 여러 차례 이야기했음에도 남편이 전혀 듣질 않아서 반포기 상태라고 고백했다.
 
강형욱은 경각심이 부족한 남편을 위하여 극단적인 예시까지 꺼내들었다. "아들이 뒤에 끌려가서 맞고 오더라도 놀다 그런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나"라고 일침을 놓으며,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강아지들이 언젠가 비슷한 상황에서 강한 공격성으로 표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남편은 "훈련사님 이야기를 듣고나서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반성을 많이 했다"며 비로소 처음으로 잘못을 인정했다.

강형욱은 강아지들의 싸움과 짖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공간 분리와 켄넬 훈련을 제안했다. 개과천선한 남편은 반려견 양육에 대하여 열성적인 질문공세를 퍼부으며 의욕을 드러냈다. 강형욱은 가장 시급한 문제로 남편과 아내, 두 보호자의 양육방식의 차이를 지적하며 오늘을 계기로 개선을 당부했다.
 
최종 점검을 마치고 총평에서 아내는 "공부도 많이 됐지만, 남편이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아서 기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남편은 "훈련을 잘하고 과격하게 놀아주지 않고, 아들에게도 잘하겠다. 약속을 지키는 남편, 아빠, 보호자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변화를 기약했다. 반려견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자녀 교육, 가족간의 소통과 존중 문제로까지 연결되는 내용은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개는훌륭하다 강형욱 반려견 사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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