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 대표팀이 귀한 보약 한 제를 지어서 귀국하게 됐다. 평가전 성격의 대회 마지막 게임에서 승점 1점이라도 얻어내기를 바랐지만 종료 직전에 내준 골 상황에서 오프 사이드 깃발이 올라가지 않았기에 더 아쉬움이 남았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23일(한국 시각) 오전 1시 45분 잉글랜드 브리스톨에 있는 애쉬턴 게이트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3 아놀드 클라크컵 대회 이탈리아와의 세 번째 게임에서도 1-2로 패하고 말았다.
지소연의 아름다운 동점골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 시작한 전반전 6분 만에 먼저 골을 내준 우리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넓게 활용하는 이탈리아에게 전반전 내내 끌려다녔다. 왼쪽 측면에서 세르투리니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막기 위해 주장 김혜리가 슬라이딩 태클로 공을 걷어내려고 했지만 다리에 맞은 공이 높게 솟구쳐 아리아나 카루소의 헤더 골이 빈 골문으로 들어간 것이다.
콜린 벨 감독은 앞선 두 게임과 다른 공격 포메이션을 전반전에 꺼내들었다. 에이스 지소연을 맨 앞에 두고 '손화연-최유리-이금민-강채림'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2선에 배치했다. A매치 여섯 번째 게임에 나선 김윤지가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아 풀 타임을 뛴 것도 이례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적극적인 압박에 우리 선수들은 원하는 대로 게임을 풀어나가지 못했고 비 그친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강채림 대신 왼쪽 풀백 심서연을 들여보내 작은 변화를 꾀했다. 최유리가 맨 앞 공격수로 나서고 지소연이 2선으로 내려와 플레이 메이커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 전반전 왼쪽 풀백 역할을 맡았던 장슬기는 강채림이 뛰던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한 것이다.
이 변화 주문은 아름다운 동점골로 나타났다. 69분에 '손화연-최유리-지소연'으로 이어진 연계 플레이가 일품이었다. 이탈리아 라첼레 발디 골키퍼의 패스를 손화연이 가로챈 것부터 최유리의 원 터치 어시스트 패스, 지소연의 감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 골에 이르기까지 근래에 보기 드문 아름다운 골이 들어간 것이다.
내친김에 역전승을 노린 우리 선수들은 83분에 그 뜻을 이루는 듯했지만 최유리의 왼쪽 컷 백 크로스를 받은 추효주의 오른발 강슛이 이탈리아 교체 선수 마르티나 로수치의 발에 걸리고 말았다.
많이 늦었지만 우리 벤치에서는 키다리 멀티 플레이어 박은선을 후반전 추가 시간 2분에 최유리 대신 들여보냈다. 그런데 2분 뒤 종료 직전에 통한의 극장 결승골을 얻어맞고 주저앉았다. 크리스티아나 기렐리의 왼쪽 얼리 크로스를 받은 마르티나 로수치가 반대쪽에서 달려들어가며 오른발로 빈 골문에 공을 밀어넣었다.
하지만 기렐리의 크로스 순간 후반전 교체 선수 미첼라 카테나가 오프 사이드 포지션에서 먼저 1차 슛을 시도했기 때문에 제1부심의 깃발이 올라갔어야 했지만 안드레자 데 시케이라(브라질) 주심은 그대로 종료 휘슬을 불어버렸다. 지소연이 주심 앞으로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VAR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는 대회이기에 그대로 돌아서야 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우리 대표팀은 오는 7월 호주-뉴질랜드에서 공동 개최하는 여자 월드컵 H조에 속해 유럽의 강팀 독일을 비롯하여 모로코, 콜롬비아와 순위 다툼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이번 대회 세 게임을 통해 값진 경험을 한 것이다. 두 번째 게임을 뛴 벨기에를 제외하고 이번 대회에서 만난 잉글랜드도 D조에, 이탈리아도 G조에 들어가 있다.
2023 아놀드 클라크 컵 결과
(2월 23일 오전 1시 45분, 애쉬턴 게이트 스타디움 - 브리스톨)
★ 한국 1-2 이탈리아 [득점 : 지소연(69분,도움-최유리) / 아리아나 카루소(6분), 마르티나 로수치(90+4분,도움-크리스티아나 기렐리)]
◇ 한국 선수들(4-5-1 포메이션)
FW : 지소연
MF : 손화연, 최유리(90+2분↔박은선), 이금민, 김윤지, 강채림(46분↔심서연)
DF : 장슬기, 임선주, 김혜리, 추효주
GK : 김정미
◇ 2023 아놀드 클라크컵 순위
1 잉글랜드 6점 2승 6득점 1실점 +5
2 벨기에 6점 2승 4득점 2실점 +2
3 이탈리아 3점 1승 2패 4득점 5실점 -1
4 한국 0점 3패 2득점 8실점 -6☞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